숲해설 아카데미 - 숲체험 효과를 높여줄 숲해설가의 지침서
'생명의 숲' 숲해설 교재편찬팀 지음, 최달수 그림, 이원규 외 사진 / 현암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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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란 참 우연히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 따라 완도에 와 살면서 처음엔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고 투덜댄 적도 참 많다. 하지만 남편의 권유로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가 과정을 공부하게 되면서 이곳까지 날 이끌고 와준 남편이 고맙고, 나를 자연의 품으로 이끌어준 완도수목원 또한 너무나 고마운 요즘이다. 

우리집엔 국립공원에 근무하는 남편 덕분에 자연이나 숲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남편이 필요에 의해 구입한 책이었고, 내 관심은 그쪽에 머물지 않아 그동안 별로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숲해설가 과정을 공부하면서 책장에 조용히 꽂혀 있던 그 책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코 얇지 않은 그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난 사람이라는 존재가 자연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지 깨닫고, 수없이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주면서도 말 한마디 없는 숲을 보며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요즘은 자연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보다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자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다. 어쩌다 숲이나 수목원에 찾아가도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와야 할지 몰라 무작정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곳에서 숲해설가를 만나 숲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이라도 들은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아마 오래도록 그 숲을 기억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사람들이 숲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숲해설가의 역할 또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나도 가족과 함께 방문했던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서 멋진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뿌듯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숲해설가는 숲을 찾는 사람들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숲을 그냥 자연으로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해설가를 만나 숲의 생태나 동식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듣게 된다면 우연히 찾았던 숲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갖고 돌아가게 된다는 얘기다.

공부중인 지금으로서는 내가 숲해설가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과정을 공부하고 책들을 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숲해설 아카데미>는 제목이 주는 딱딱함 때문에 과제가 아니었다면 결코 손에 들었을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숲해설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아니 숲이 있는 이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숲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과 달리 내용이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아서 누구라도 술술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1부에서는 숲의 탄생에서부터 인간과 숲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와 숲의 생태에 대해서, 2부에서는 숲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식물과 곤충, 그리고 야생동물에 대해서, 3부에서는 숲해설가의 역할과 실제로 어떻게 숲해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3부 <나도 숲해설가> 편은 실제로 숲해설을 하면서 실천해볼 수 있는 준비 단계에서 마무리 단계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실어놓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응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초보 숲해설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또 제시된 여러 가지 자연 놀이들은 숲해설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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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2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숲해설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이군요.
님 덕분에 나무가 속삭이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봤어요.^^

소나무집 2009-10-28 00:23   좋아요 0 | URL
완도수목원에서 너무 허술했지요?
부끄럽네요.
다음 중에 해설 실기 시험도 봐야 되는데...

같은하늘 2009-10-2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하시네요.
열정적인 모습이 부러워요.^^

소나무집 2009-10-28 00:24   좋아요 0 | URL
성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배우구요,
열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그냥 조용조용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