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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꼬리가 잘렸어요 ㅣ 맹앤앵 그림책 3
크리스티네 카스틀 그림,쇼바 비스와나스 지음, 노경실 옮김 / 맹앤앵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맹앤앵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출판사인데도 나오는 책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책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콕콕 짚어줍니다. 점점 가벼워지는 세상,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만들어버리는 세상에서 맹앤앵의 그림책들은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거든요. 벌써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 생겨 마음이 든든합니다.
인도 작가 쇼바 비스와나스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먼저 나온 <지구가 찌그러졌어요>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도마뱀 꼬리가 잘렸어요>는 꼬리가 잘린 도마뱀을 통해 나다운 것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장난꾸러기 도마뱀이 열려 있던 서랍 위에 올라가 놀다가 꼬리가 잘리고 말았대요. 놀라서 엄마한테 달려가지만 엄마는 조금 기다리면 더 멋진 도마뱀이 될 거라고 했어요. 엄마는 참 이상해요. 꼬리가 잘렸다는데 위로는 못 해줄망정 웃기만 하다니요.
꼬리가 잘린 도마뱀은 꼬리를 찾아 나섰어요. 숲속에서 복슬복슬한 꼬리를 가진 다람쥐를 만나고, 채찍처럼 길고 가는 꼬리를 가진 암소를 만나고, 곱슬곱슬한 꼬리를 가진 개를 만나서 꼬리를 팔라고 했지만 그들도 모두 꼬리가 필요하대요.
다람쥐는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감싸거나 나무에 매달릴 때 꼬리가 꼭 필요하구요, 암소는 등에 붙은 파리떼를 쫓을 때 꼬리가 꼭 필요하대요, 그리고 개들은 꼬리는 팔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구박만 하네요. 꼬리 잘린 도마뱀은 꼬리가 꼭 필요했는데 아무도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정말 속이 상했어요.
그러다가 지혜로운 코끼리를 만났어요. 꼬리 잘린 도마뱀이 코끼리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코끼리는 껄껄 웃으며 알듯 모를 듯한 말을 들려주었어요. "네가 암소나 다람쥐 꼬리를 달거나 개나 고양이 꼬리를 단다면 너는 더이상 도마뱀일 수가 없게 된단다. 너는 너일 때가 가장 멋있거든. 조금만 기다려 보거라."
코끼리 말을 듣고 자기 몸에 다람쥐나 암소 꼬리가 붙어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까 정말 우스웠어요. 아, 그래요. 이젠 도마뱀에게는 도마뱀의 꼬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겠더라구요. 아무리 멋진 꼬리를 달아도 그것이 도마뱀 꼬리가 아니면 도마뱀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구요.
그리고요 꼬리를 찾아 헤매는 동안 엄마 말대로 꼬리가 자라서 정말 더 멋진 도마뱀이 된 거 있죠?
도마뱀의 꼬리를 가진 내가 참 좋아요.
끊임없이 유행을 뒤쫓으려는 아이나 친구를 따라 하려고 하는 아이, 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유아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멋진 그림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