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뛰는 이유 시읽는 가족 12
초록손가락 동인 지음, 조경주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동시집은 동시를 쓰는 사람들의 모임인 <초록 손가락>에서 낸 두번째 시집이다. <초록 손가락>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동시가 실린 시인도 여럿이 있을 정도로 짱짱한 동인이다.  

동시집을 읽다 보면 나도 동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동시를 쓸 수 없다는 걸 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한 사물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면서 천천히 느릿느릿 살아야 하는데 나의 생활은 그와는 정반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시를 쓰는 시인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딸아이는가 동시들이 통통 튀어다니는 것 같다고 말해서 얼른 시집을 펼쳐보았다. 학교 생활 이야기를 시로 쓴 박은영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니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 한 편 한 편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하다.

시간표에는 없지만 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급식 시간이고 (급식 시간), 복도에서 뛰다가도 멈추지 않는 건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한테 가야 하는데 복도에 좌측통행만 있고 신호등이 없기 때문이란다.(복도에서 뛰는 이유

시험 문제의 답이 얼른 들어와서 시험 시간 절반도 지나지 않아서 문제를 다 풀어버렸는데 채점한 시험지를 받아들고 보니 아닌 것은, 알맞지 않은 것은, 관계가 없는 것을 찾는 문제였다. 공부라는 것은 바른 것, 옳은 것, 알맞은 것을 아는 게 아니었나 보다(채점 끝난 시험지

여섯 시간 들은 날 책가방이 무거운 건 책 속에 글자들이 빼곡하고 글자들 속에 어려운 시험 문제들이 있고 체육 시간도 없기 때문이란다.(여섯 시간 들은 날)  

박신식 시인의 동시에는 배려의 마음이 가득 들어 있다. 

청각 장애인 엄마를 위해 화가 날 땐 뒤에서 미워 소리치다가도 마음을 전할 땐 엄마 앞에서 손으로 말하거나(눈 속의 귀), 우리 반 31명이 토끼풀처럼 3명씩 모여 앉다 보니 한 명이 남아서 우린 네잎 클로버라고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의 모습(우리 반 31명). 그 속엔 서로를 생각해주는 예쁜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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