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하고 6일 동안 복지관에서 독서 논술 수업을 했다. 대상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하다 보니 수준을 맞추기가 참 어려웠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재미있는 그림책을 골라 보려고 노력...
수업 시간은 한 시간 반인데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그것의 몇 배가 걸렸다. 이미 한두 번 수업을 한 책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 지루하지 않게 활동지도 새로 만들어야 했고...
첫째날 수업은 내가 사는 곳, 완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내가 사는 곳, 완도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다. 수업 시작 전에 완도에 대해 자랑을 해보라고 했더니 정말 서울 사람도 다 아는 한두 가지 정도 말하는 게 다였다. 수업 목표를 완도인으로서의 자부심 심어주기로 잡았는데 성공한 듯. 수업 후 활동은 완도를 소개하는 병풍 신문 만들기.
둘째날 수업은 <책 먹는 여우>.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책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독서 문화가 서지 않은 완도의 현실을 생각하며 고른 책. 이미 읽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읽을 때마다 재미가 솔솔~ 활동은 아직도 <책 먹는 여우>를 안 읽은 친구들을 위한 광고지 만들기.
셋째날 수업은 <노란 코끼리>. 무심코 스쳐가는 장면을 색깔과 연결시켜 많은 상상을 하게 해주는 동시 그림책이다. 이미 세상의 모든 사물에 고정된 색을 입혀버린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마음껏 상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활동은 책에 나온 것보다 더 멋진 시를 쓰고 시화 그리기.

넷째날 수업은 <신데룰라>. 신데렐라를 패러디한 멋진 그림책. 유리구두 덕분에 돈 많은 왕자와 함께 살게 된 신데렐라. 신데렐라와 똑같은 환경이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삶을 개척해가는 신데룰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활동은 뒷 이야기 상상해서 쓰기.
다섯째날 수업은 <인어는 기름 바다에서도 숨을 쉴 수 있나요?>. 태안 해안을 기름 바다로 만든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바닷가에 사는 아이들에게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활동은 환경 신문 만들기.
마지막 날 수업은 <거미와 파리>. 내용도 좋지만 영화 <유령 신부>가 생각나게 하는 흑백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책. 달콤한 말로 혹은 지나친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활동은 거미의 천적이 되어 거미를 유혹하는 초대장 만들기.
열심히 수업을 듣던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눈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