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열쇠고리 신나는 책읽기 19
오주영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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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학년인 아들이 아직 유아티를 벗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담임들이 하는 평도 똑같다. "아무개는 너무 어려요." 3학년 때의 누나랑 비교하면 정신적인 성숙(?)이 너무 더뎌서 열 살 맞나 의심이 갈 때도 많다. 거기다가 난 이웃의 빠르고 어른스러운 아이들과 비교하는 수양이 덜 된 엄마다. 그래서 가끔은 아들의 더딤에 속에서 불이 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아들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엄마가 열 살밖에 안 된 아들에게 아이가 아닌 어른처럼 생각하길 바라고 있었다는 생각에 자꾸만 미안해졌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당선작인 <이상한 열쇠 고리>에는 모두 네 편의 동화가 나오는데 주인공들의 마음속에 바로 우리 아들의 마음이 들어 있다. 아들이 더딘 게 아니라 내가 앞서갔다는 깨달음을... 건강하고 예쁜 아이들다운 이야기에 오래도록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단지와 보물>에 나오는 단지처럼 우리 아들의 주머니에도 항상 보물이 들어 있다. 별 모양의 단추, 장난감 총알, 작은 돌... 주머니에서 이런 잡다한 물건이 나올 때마다 잔소리를 해대며 다시는 주워 오지 말라고 하지만 아들의 주머니는 비어 있는 법이 없다. 단지가 놀이터에서 주운 동전을 보물로 생각하며 온갖 상상을 다하는 걸 보며 이 매정했던 엄마 급반성을 한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주머니 속에는 어떤 보물이 들어 있을지 벌써 궁금하다. 엄마에겐 보물이 아니어도 아들에겐 보물인 걸 인정하자!

표제작인 <이상한 열쇠 고리>는 우리 아들이 제일 재미있다면서 읽었다. 주인공 지영이가 학교 가다 주운 열쇠 고리는 모든 아이들이 하나쯤 갖고 싶어할 것만 같다. 자신 없는 받아쓰기가 있는 날 회오리바람이 날아와 공책을 모두 날려버리고, 힘만 믿고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친구를 꼼짝 못하게도 하고 싶고, 안 가져온 체육복도 휙 가져다주는 신비한 열쇠 고리. 오늘도 수학 숙제한 걸 방바닥에 내팽개쳐두고 간 우리 아들, 학교 가다 이런 열쇠 고리 하나쯤 주웠더라면 참 좋았을 걸 그랬다.

<호야 선장과 우주 여행>은 엄마인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우리 아들도 내가 주방에 있을 때 무얼 해 달라거나 물어볼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 적이 얼마나 되나? 대충 건성으로 대답을 해주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곤 했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호영이 엄마는 부침개 속에 단짝 병우랑 화해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넣어 요리를 한다. 지글지글 고소한 부침개가 어느덧 화해의 우주선이 되어 친구네 집으로 모험을 떠나게 만드는 재주를 나도 좀 배워야겠다.  

누나라서 억울한 게 많은 하나가 동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똥글이 파랑 반지>.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집에서 늘 일어나는 상황인지라 웃음이 나온다. 나도 동생이 무슨 짓을 해도 누나니까 참으라고만 하는 엄마였던 것 같아 딸에게 미안해진다. 아마 그동안 우리 딸의 마음속에도 소원을 들어주는 파랑 똥글이 반지가 수도 없이 튀어나와 동생을 혼내주었을 것 같다. 동생이 아닌 엄마를 혼내주라고 했을까? 

이루고 싶은 소원이 많은 저학년 아이들과 내 아이가 빨리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철이 덜 든 엄마(나처럼)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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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6-0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궁금해요

소나무집 2009-06-08 15:08   좋아요 0 | URL
1,2학년 아이들에게 딱 좋은 내용의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