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도 못한 부모는 되지 마세요

프레드랑 나랑 함께 살아요! ㅣ 그림책 보물창고 48
낸시 코펠트 지음, 신형건 옮김, 트리샤 투사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6월

이 작고 예쁜 그림책이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부모보다 더 가까운 존재는 없지요. 그런데 이 그림책 속의 귀여운 소녀는 외칩니다. 내가 늘 같이 사는 건 엄마 아빠가 아닌 강아지 프레드라고요. 늘 함께 살 수 없는 엄마 아빠는 강아지만도 못한 존재래요.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인지 깨우쳐주네요. 한참 인형놀이를 즐기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데 몰두해야 할 아이가 양쪽 부모에게 끌려다니며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냥 슬퍼집니다. 

   

나는 어떤 때는 엄마랑 살아요. 집에는 예쁜 이층 침대도 있고, 엄마랑 식탁에 앉아 피자도 먹지요. 학교도 친구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어떤 때는 아빠랑 살지요. 예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아빠랑 식탁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어요. 집이 두 개라는 것 외엔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강아지 프레드는 늘 나랑 함께 살아요. 그래서 엄마의 집에 갈 때도 아빠의 집에 갈 때도  함께 하지요.   

   

그런데 엄마는 프레드가 이웃 집 푸들을 보고 시끄럽게 짖는다고 싫어해요. 그리고 아빠는 프레드가 양말을 물고 다닌다며 야단만 쳐요. 하지만 늘 나랑 함께 놀아주는 건 프레드라구요.   

엄마는 프레드가 차 안을 진흙 투성이로 만든다고 짜증을 내고, 아빠는 바지를 젖게 만들었다고 투덜거리지만 프레드는 언제나 나의 친구라구요.  

 

엄마도 아빠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레드랑 살 수 없다고요? 프레드가 말썽쟁이라구요? 그렇다면요, 좀... 죄송하긴 하지만 난 엄마 아빠랑 살지 않을래요. 난 프레드랑 살 거라구요. 우린 함께 걷고 함께 얘기를 나누거든요. 내가 행복하면 프레드도 행복하고, 내가 슬프면 프레드도 슬프단 말이에요. 늘 함께 할 수 없는 엄마 아빠보다 프레드가 훨씬 좋다구요. 나에겐 엄마 아빠가 말썽쟁이라구요.

아이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네요. 내가 원하는 건 예쁜 침대도 맛있는 음식도 아니라구요. 엄마 아빠랑 늘 함께 살고 싶다구요.  

나도 부모지만...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강아지만도 못한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