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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의 이별 선물 -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는 그림책 ㅣ I LOVE 그림책
수잔 발리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평점 :
사십을 넘긴 지 두어 해가 지나고 어느덧 인생의 중반기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옛날에는 있지~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게 확실하다.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요즘 종종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오소리의 죽음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 깊어졌다.
<오소리의 이별 선물>은 나이가 많은 오소리의 죽음을 통해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고,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오히려 죽음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죽음을 이야기한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암울함 아닌 따뜻함이 느껴진다. 마더구스상을 왜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나이 든 오소리는 지팡이 없이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늙었다. 하지만 오래 살았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고,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늙었지만 오소리를 믿고 의지하는 동물들이 많다. 오소리의 모습은 어떻게 늙어가는 게 좋은 건지를 보여주는 모범 답안 같다.
오소리는 젊은이들처럼 언덕을 뛰어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늙고 지쳤음을 안다. 오소리는 젊은이들을 부러워하는 대신 그들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이젠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오소리는 자신의 죽음보다 남겨진 친구들의 마음이 상하는 것을 더 걱정한다. 죽음은 잘 움직일 수 없는 몸만 떠나는 것이니까 친구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집으로 돌아온 오소리는 죽음을 예견한 듯 바깥 세상을 가려주는 커튼을 닫는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 후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흔들의자, 책장, 따뜻한 벽난로, 찻잔 같은 소품 때문일까? 오소리의 죽음이 유별나지 않고 일상으로 느껴진다. 죽음 앞에서 울부짖고 몸부림치는 우리네 죽음과는 비교될 정도로 정말 평화롭다.
죽음을 어떻게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터널을 통과하는 멋진 꿈으로 표현했다. 다시 튼튼해진 다리로 터널을 달려가는 오소리의 모습을 통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임을 암시해 준다.
사랑하는 오소리의 죽음을 알게 된 친구들은 한결같이 슬프고 외롭다. 필요할 때마다 곁에 있던 오소리의 부재가 믿어지지 않아 눈 덮인 겨울 내내 슬퍼한다.
봄이 되자 친구들은 함께 모여 오소리와 함께 했던 특별한 기억을 나눈다. 알고 보니 오소리는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을 나누어 주었고, 그게 바로 오소리가 남긴 이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소리는 친구들에게 늘 베푸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죽음은 분명 슬픈 일이다. 하지만 오소리의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죽음 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즐겁고 따뜻하고 고마운 존재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오소리처럼 열심히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5세 이상 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