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엄청 많이 오던 주말에 친정으로 김장을 하러 갔어요. 그 전 주에 오라는 걸 아이들 시험 공부해야 한다며 한 주 미루었더니 날씨가 어찌나 험악한지 가네 마네 하다가 토요일 눈이 녹는 걸 보면서 태안으로 출발했죠. 그 덕인지 딸아이가 기말 시험에서 1등은 했어요. 그래서 시험 핑계 댄 게 조금은 덜 미안했네요.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 먹을 시간. 배추를 200포기 정도 절였다는데 낮에 동네 아줌마 몇 분이 오셔서 같이 하셨다고 하더군요. 김장하러 간다고 큰소리 탕탕 쳐놓았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더구나 눈도 많이 오고 가장 추운 날로 잡은 제가 죄인이 된 기분이었답니다.
친정엄마께서 아이들 김치 담그기 해보라고 열 포기 정도 남겨두셨더군요.
간수를 뺀 소금에 팍팍 절인 배추는 그냥 먹어도 정말 고소하니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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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 표고버섯, 다시마, 멸치, 양파, 무를 넉넉하게 넣고 팍팍 고은 물에 고추 양념을 하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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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좋아하는 우리 딸 신이 났어요. 양념하다 배추 한 잎씩 뜯어 먹는 재미에 얼굴이 고추 범벅이 되거나 말거나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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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제 손이에요.
꼼꼼하게 속을 넣어서 완성한 김치. 너무나 먹음직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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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에 김치를 가득 담은 후 우거지를 덮고 있는 아이들. 뭐든지 직접 해보고 싶어서 난리인 아들과 딸입니다. 김치냉장고에 통이 여덟 개 들어가는데 동치미랑 깍뚜기, 총각김치까지 해서 열 통이나 담아왔답니다.
집 앞에서 친정아버지와 사진 한 장 찍었어요. 눈보라 속에서 배추 씻고 절이고 씻느라 엄청 고생하셨을 텐데 항상 '그 까짓꺼'라고 하시는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친정엄마랑 아버지 덕분에 내년에도 김치 걱정 끝입니다.
내년에는 정말 일찍 가서 밭에서 배추 뽑는 것부터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