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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평점 :
요즘 아이들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저랑 수업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유치원생은 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고 했고, 2학년은 가끔은 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고 했고, 4학년은 재미있는 일이 있는 날만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왜 이런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 답 중 한 가지가 이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를 정말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거든요. 아이들은 친절하고 다정하고 무섭지 않은 선생님을 원하는데, 존의 선생님은 혼내고 벌을 세우는 권위적인 모습만 보여줍니다. 혼날 때마다 존의 존재는 점점 작아지고 희미해진다는 걸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존을 보면 회초리를 든 채 떠들어대는 선생님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죠?
존은 매일 지각을 합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특별한 일이 생겨서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오기도 하고, 덤불에서 사자가 나오기도 하고, 커다란 파도가 덮치기도 하거든요. 귀는 아주 작고 입만 무지무지하게 큰 선생님은 존이 거짓말을 한다며 무조건 벌을 세웁니다. 그것도 똑같은 말을 300번, 500번씩 쓰라고 해요. 실제로 써 보세요. 단순해 보이는 그 벌이 어린 존에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마도 존은 깜깜해질 때까지 그걸 썼을 거예요.
맨날 선생님께 당하던 존에게 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존이 지각을 안 하고 학교에 간 날 아주 신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선생님이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잡혀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거예요. 존에게 구해 달라고 애원하는 선생님 모습이 정말 안됐어요. 그동안 한번쯤 존의 말을 믿어주었더라면 "이 동네 천장에는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라며 존이 쌩 하니 나가버리진 않았겠죠?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벌을 세우고 닥달하기 전에 장갑을 잃어버리고, 바지가 찢어지고, 물에 젖어 학교에 온 존을 먼저 걱정해줘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세상에는 아이들의 입장보다는 존의 선생님처럼 권위만 내세우는 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니 좀 슬퍼지네요. 그러니 1년, 2년 학교를 많이 다녀 본 아이들일수록 학교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싶어요.
우리 아이들은 진짜로 학교 가는 길에 사자나 악어를 만나고 싶대요. 학교에서는 그것만큼 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지각을 하고 선생님께 혼나도 괜찮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