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손님이 한 분 오셨어요. 우리 아들 일 때문에 그동안 중간에서 고생을 많이 하신 교감선생님을 초대했어요. 여러 차례 메일도 보내주시고 저를 위로해주신 고마움을 전하기 위한 초대였답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했던가요? 이번 일로 인해 담임은 잃었지만 교감선생님을 새롭게 얻은 기분입니다. 집에 오셔서는 좀 어색해하며 집으로 초대받아본 게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어려운 사람일수록 집에서 식사를 하면 친해질 수 있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어요.
음식을 좀 신경 써야겠다 싶어 전복찜을 하기로 했어요. 사실 완도에서는 전복이 흔하기 때문에 귀한 요리 축에 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비싼 거니까...
요게 2만원어치예요. 아마 도시에서 사려면 좀더 비쌀 거예요. 살아 있는 놈으로 사 와서는 칫솔로 살살 닦아놓은 상태입니다.
껍데기에서 분리해놓은 전복에 칼집을 넣어서 양념장에 한 시간 정도 재워놓았어요. 양념장은 제 마음대로 만들었어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사람마다 요리법이 어찌나 많은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집에 있는 재료만 사용해서 만들었답니다. 간장, 매실즙, 생강즙, 마늘즙, 양파즙, 후추, 물 적당히. 간단하죠?
껍데기도 깨끗이 닦아 끓는 물에 삶아서 소독했구요. 나중에 찜한 전복을 여기에 다시 올려놓아야 폼이 나거든요.
손님이 오기 20분 전에 찜기에 넣어서 쪘어요. 아래 냄비에서 올라온 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네요. 요때 건져 먹어야 제일 맛있을 것 같아요. 따뜻한 게...
마지막 접시에 담은 모습이 이 사진밖에 없네요. 전복 옆에 있는 건 브로콜리랑 수삼 채 썬 거예요. 삼은 냉동실에서 굴러다니던 건데 이번에 요긴하게 썼어요.
역시나 교감선생님은 평소 전복을 많이 드시나 보더라구요. 전복찜보다 다른 걸 더 잘 드시데요. 전복찜은 우리 아이들이 거의 다 먹었어요.
가운데 접시에 있는 건 고추잡채예요. 꽃빵으로 싸서 먹고 싶었는데 완도에는 그런 거 안 팔더군요. 그래서 무쌈으로 대신했는데 오히려 인기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