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샤랑 브라이언이 올해 계약이 끝나서 캐나다로 돌아간다고 해서 어제 저녁을 먹었어요. 11월까지라고 하길래 다음 주까지는 있는 줄 알았더니 오늘 아침에 서울로 가서 내일 비행기 탄다고 하는 거 있죠.
그동안 트리샤랑 브라이언 덕분에 완도에서의 생활이 즐거웠는데 많이 아쉬웠어요. 저녁으로 무얼 할까 하다가 떡국이랑 잡채를 주메뉴로 했어요. 또 잡채를 했는데도 두 사람은 밥상을 보는 순간 '오우, 잡채!'를 외치며 즐거워했어요.
그동안 우리집에서 두 사람과 함께 먹은 음식은
불고기, 무쌈, 잡채, 돼지갈비, 비빔밥, 김치전, 김밥, 호박죽, 감자탕, 만두, 누룽지, 미역국, 떡국 등등
늘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이었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완도에서의 생활이 즐거웠니? 힘들었니?" 하고 물었더니 트리샤가 막 우는 거 있죠. 말도 안 통하는 곳에 와서 말 안 듣는 아이들이랑도 힘들고, 매니저라는 사람이랑도 힘들고, 자꾸만 섬으로 파견 나가라고 해서 힘들고, 정말 힘든 부분들이 많았나 봐요.
우리를 처음 만났을 땐 지내 보고 일 년 정도 더 있을 예정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보따리를 싸서 캐나다로 가는 걸 보니 정말 너무 힘들었던가 보더라구요. 저도 눈물이 나와서 트리샤의 어깨를 감싸고는 같이 울었어요.
트리샤랑 브라이언은 내년에도 한국에 와서 원어민 교사를 할 예정이래요. 한국은 동남아에 비해 안전하고 보수도 많고, 일본에 비해 물가가 싸서 원어민 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래요. 내년에는 수원이나 여수 두 곳 중에서 갈 거래요. 시골에서 살면서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아서 큰 도시로 신청했대요.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는 중이에요.
장난꾸러기 지우를 늘 예뻐라 해주는 트리샤. 트리샤의 놀림에도 아랑곳없는 우리 아들입니다.
다함께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진 찍을 때마다 찍사 한 사람이 빠졌어요. 트리샤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꼭 메일로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데요.
그동안 정이 듬뿍 들어서 이별 선물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무얼 하나 고민하다가 다기로 결정했어요. 두 사람이 녹차 마시는 걸 너무 좋아했거든요. 캐나다로 가서 가족들이랑 함께 차를 마시라고 했더니 감격하는 거 있죠. 캐나다에 가면 정말 특별한 물건이 될 거라던데요.
다기 두 개를 준비해놓고는 돌아가서 바로 결혼하면 1개만 준다고 했더니 2010년에 결혼할 예정이래요. 그래서 각자 하나씩 선물했어요. 두 사람이 결혼 못하는 이유가 다이아몬드 반지가 없어서라길래 우리도 다이아몬드 반지 없었지만 결혼해서 요렇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해 주었네요.
가야산 해인사 근처 공방에서 만든 3인용 다기예요. 아주 저렴한 가격의 다기예요.
1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간다며 설레여 있던 두 사람과 달리 저는 정말 섭섭했어요. 내년에 돌아오면 다시 보자고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남편은 아침 일찍 떠나는 두 사람을 위해 터미널까지 짐을 실어다 주고 왔답니다. 짐이 어찌나 많은지 앉을 자리가 없어서 저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good bye!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