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단풍이 드는 나무보다 난대성 나무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단풍을 구경할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답니다. 대신 겨울에도 푸른 나무를 볼 수는 있지만요.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단풍 구경을 가기 위해 온식구가 나섰어요.

완도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달마산과 미황사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가 오르막이었던 산행은 만만치 않았답니다. 제일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했던 저는 오히려 수월하게 올라갔는데 선우가 내내 힘들어했어요.

바위 투성이 산을 정상까지 오르고 나니 언제 힘들었냐는 듯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뒤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타고 내려갈 능선이에요. 미황사에서 달마봉 정상까지 오르는 데 40분 정도 걸렸어요.


달마봉에서 보이는 미황사가 참 아담해 보이지요? 날씨가 좋은 날은 달마봉 정상에서 완도 앞바다에 있는 섬까지 다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아쉽게 하나도 안 보였어요. 남편은 다음에 한 번 더 오라는 계시라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하네요.



이런 바위문도 통과해야 해요. 이곳을 지나는 잠깐 동안 어찌나 서늘한지 한여름에도 소름이 다 돋을 것 같았어요.



내내 이런 바위산을 오르다가 내려가는 길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었어요. 아차 하면 낭떠러지라서 아슬아슬한데 아이들은 너무 신난다고 그러는 거 있죠.



가을을 느껴 보겠노라고 찾아간 달마산에도 단풍나무는 흔치 않았어요. 그래서 이 나무를 보는 순간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거 있죠.



에너지가 넘치는 지우는 항상 뒷모습이 안 모일 정도로 앞서간답니다. 점심 먹자고 부르니까 어디까지 갔었는지 다시 올라오고 있어요.



드디어 점심. 납작한 바위에 앉아 먹는 점심이 꿀맛이에요. 볶음밥에 미리 사 간 컵라면. 딸아이 말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점심이라네요.


점심을 먹고 서서히 내려오다 미황사를 만났어요. 절 뒤쪽으로 능선 보이죠? 저곳이 우리가 따라 내려온 바위산이랍니다.

미황사라는 절이름이 참 예쁘죠? 신라 경덕왕 때 돌배 한 척이 땅끝 마을 사자포구에 와서 닿았는데 불상이랑 불경 외에 특이하게 금으로 만든 사람과 검은 돌이 한 개 있었대요. 그 검은 돌 안에서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와 지금 미황사 자리까지 오더니 길게 울고 난 후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대요. 그래서 그곳에 절을 짓고 소의 아름다운 울음 소리에서 따온 미, 금인의 황금빛에서 황을 따서 미황사라고 지었다고 하네요.



건물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오래된 건 대웅보전뿐이고, 나머지는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반짝반짝했어요. 건물 외벽에 탱화가 지워져서 없고 법당 안에 있는 탱화는 신기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특히 탱화 속에 천 분의 부처님이 그려져 있어서 삼배만 해도 삼천배를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 삼배를 한 후 세어보니 한 명당 삼천배니까 아휴, 숫자 커지네...



대웅전에 달려 있는 풍경이 아담하니 예뻤어요. 한낮인데 꼭 저녁 같은 느낌이 드네요.

 
바다를 건너온 부처님 창건 설화가 있는 절이라서 특이하게 대웅보전 주춧돌에 바다거북과 게 그림이 새겨져 있대요. 보이시나요?


엄마 아빠가 절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사라진 아이들, 뭘하고 있나 가 보니 연못 안에 가재가 있다며 고개를 못 드네요.






여름 내내 보랏빛으로 절마당을 지키고  있었을 수국마저 붉게 가을을 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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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1-0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 여름에 미황사에 다녀왔어요. 뒤의 병풍같은 산을 보면서 멋지다.. 하고 구경만 하다 왔는데 소나무님네 가족분들은 등반을 하셨군요. 부럽..
미황사..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절이었어요 :)

소나무집 2008-11-11 11:00   좋아요 0 | URL
절보다 등산이 더 좋았어요. 땀 흘린 후 절 매점에서 사 먹은 팥빙수도 맛있었구요.

2008-11-11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1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