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신나는 책읽기 16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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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동산에는 맘껏 노는 학교와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식당, 늘어지게 잘 수 있는 침실이 있어요. 모범생 수의 눈에는 그곳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모두가 예절도 없고 막돼먹은 것처럼 보일 뿐이지요. 식사하면서 떠들거나 장난을 치거나 음식을 흘리면 안 된다고 배운 수에겐 음식으로 온갖 장난을 다 치고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정말 한심해 보였거든요.

학교는 또 어떻고요? 거꾸로 타면 위험하다고 배운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야만 학교에 갈 수 있고, 책도 책상도 없는 교실에서는 허수아비 선생님이 아이들이랑 유치한 놀이나 하고 있지요. 온몸으로 굴러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수는 한심하다는 생각만 한답니다.

이쯤 되면 오히려 수가 너무 불쌍하고 한심해 보여요. 이런 놀이판 앞에서 어떻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냐고요 무조건 놀고 봐야지. 실컷 놀라고 멍석을 깔아줘도 자꾸만 빠져나가려는 수가 정말 측은하네요. 어른들이 정해준 규범 속에서만 살아온 수가 달려들어 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봐요.

수가 맘에 안 드는 망태 동산을 탈출해서 간 곳은 '반항하면 뼈도 못추려학교'였어요. 이름만 봐도 어떤 학교일지 알 만하죠? 이 학교는 망태 동산과는 반대로 하지 말아야 것 투성이예요. 졸지 마라, 떠들지 마라, 트림하지 마라, 질문하지 마라, 노래하지 마라, 웃지 마라, 울지 마라 등. 방귀 때문에 웃었다고 잡아다가 우물 감옥에 넣어버릴 정도예요. 정말 숨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끔찍한 학교지요? 그런데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인 이런 학교가 영 낯설지가 않네요.

우물 감옥에 갇혀 있던 수는 슬슬 망태 동산이 그리워집니다.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 대신 에스컬레이터도 거꾸로 타고, 음식으로 장난을 치면서 밥도 먹고, 친구들에게 지저분한 별명도 지어주고, 예의 없는 인사도 날려주는 막돼먹은 아이가 한 번쯤 되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실컷 놀라고 부추기는 망태 할아버지도 좋아졌구요.

그후 망태 동산에서 돌아온 수가 어떤 아이가 되었을지 상상이 가나요? 아마 밥 먹다가 음식으로 장난도 치고, 가끔 노느라고 학원도 빼먹고, 수업 시간에 떠들다가 걸리기도 하면서 아이들답게 커가고 있을 거예요. 가끔은 모범생 친구들에게 신나게 놀 수 있는 망태 동산 이야기도 하면서요. "얘들아, 망태 동산으로 놀러가자. 그곳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다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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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0-2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항하면 뼈도 못추려학교 ㅋㅋ 이름이 너무 우습네요. ^^
아 제 모교도 이름을 저렇게 솔직하게 바꿔놓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항하다가 뼈도 못 추릴뻔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ㅋㅋ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도서가 아닐까.. 생각에 드네요. 재미있겠어요~~

소나무집 2008-10-28 15:05   좋아요 0 | URL
요즘 얘들 정말 안됐지요?
이 책 읽고 나면 다 망태 동산에 가고 싶다고 야단 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