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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전자 -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펼쳐보는 세상 ㅣ 그루터기 1
안도현.엄홍길.안도현 외 지음 / 다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초등 학교 시절 2년 후배 중에 아버지도 안 계시고 집도 아주 어려운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누나가 내 동창이었는데 중학교 진학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후 누나는 도시로 나가 공장을 다녔고, 그 덕에 동생은 상급 학교 진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남매 이야기를 잊고 살았다.
내가 결혼하고 처음 친정을 찾아갔을 무렵 그 아이네 집에서 잔치를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초등학교도 어렵게 다녔던 그 아이가 사법 고시에 붙었다고 했다. 그 순간 초등학교 시절 늘 주눅들어 있던 그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대학에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는 안 들어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아마 그 후배의 인생도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의 이야기처럼 도전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를 쭉 훑어보니 몇 명 빼고는 다 알 만한 사람들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겪었던 실패와 도전의 이야기이기에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안도현의 글 중 "지는 꽃이 있어야 열매가 열리는 법이니 결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늘 최고가 되라고 다그치는 엄마에게는 반성을, 사소한 실패에도 금방 좌절하는 아이들에게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순원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는 늦되는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주는 고마운 스승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백일장에 나가 늘 낙방하던 어린 이순원은 스승이 들려준 "제대로 된 열매를 맺는 꽃들은 늘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뒤늦게 핀다"는 말을 평생 되새기며 더 열심히 글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이 고백은 한두 번 실패에 쉽게 포기하는 아이들에게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성석제의 글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부모 자격이 없는지 깨달았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한 중1 무렵의 작가가 아버지에게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작가의 아버지는 상처를 주는 언어가 아닌 아이 스스로 마음으로 깨닫을 수 있는 방법을 쓴다. 그 아버지의 현명함 앞에 늘 아이 앞에서 닥달하고 소리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숨고 싶어졌다.
이시형이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발표를 잘 못하는 제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성격이 활발해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하나를 알아도 마치 열을 아는 것처럼 꾸며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하나를 발표하기 위해 열 가지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언젠가는 실력 차이가 드러난다. 어떻게 바꿔 보라고 충고하는 대신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살리도록 제자의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박미경이 쓴 언니라는 이름을 붙여준 닭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숙이 되던 날의 이야기는 호칭의 중요함과 함께 그 비슷한 내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게 했다. 평생 작은아버지인 줄 알았던 이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떠올리는 작가 이현세와 아버지와의 추억은 내내 코끝이 찡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선생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가 먼저 읽은 다음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청소년과 5학년 이상 아이들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