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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아 ㅣ 우리시 그림책 12
천정철 시,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창비에서 시그림책이 또 나왔네요.
고운 시를 골라 이렇게 예쁜 책으로 나올 때마다 정말 탐이 나요.
시를 통 안 읽는 아이들이라도 이렇게 예쁜 책을 만나면 안 읽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쨍아>는 1925년 방정환 선생이 만든
잡지 <어린이>에 실렸던 동요라고 하네요.
지은이 전정철은 동요 시인으로 한때 안국동에 살았다는 기록만 있대요.
'쨍아'라는 제목을 보면서 참 정겹다는 생각을 했어요.
얼핏 아이들 별명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네요.
'쨍아'는 잠자리의 사투리래요.
시인이 서울 사람인데 서울 사투리인지도 모르겠네요.
과꽃이 잔뜩 피어 있는 뜰 앞에서 쨍아가 죽었대요.
과꽃 아래 죽어 있는 잠자리의 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여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잠자리 곁으로 누군가 다가오네요.
개미들이에요.
잠자리를 장사 지내준다고 작은 개미들이 앞뒤로 줄줄이 발을 맞추며 쨍아한테 왔어요.
개미들이 짱아한테 말을 거네요.
날개를 들추고, 꽁지를 비비고, 눈을 쓰다듬으면서요.
걱정하지 마. 우리가 좋은 곳으로 보내줄게.
딸~랑 딸랑 딸~랑딸랑 딸~랑딸랑
쨍아가 외롭지 않게 고운 노래를 들려주네요.
가을 볕이 노랗게 노랗게 비추는데 쨍아 장례 행렬이 길게,
아주 아주 길게 이어집니다.
빛을 따라 바람을 따라 쨍아가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쨍아가 처음 태어난 그 곳으로 돌아갑니다.
어느새 개미도 모두 떠난 뜰에 작디작은 손님이 오는군요.
보일 듯 말 듯 과꽃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이 손님은 누구일까요?
잠자리가 죽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은 동시입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단순 명쾌하게 동시로 표현했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죽음의 과정을 아주 쉬운 언어로 서너 살 아이도 알아듣을 수 있게 표현했어요.
찍기 기법을 사용한 그림은 시와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요.
그림 덕분에 시의 느낌이 더 잘 살아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