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는 기름 바다에서도 숨을 쉴 수 있나요? 미래 환경 그림책 2
유다정 지음, 박재현 외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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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난 만리포 근처에 친정집이 있다. 그날 마침 친정에 갔는데 기름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하고 있었다. 만리포 해변에서 8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동네였는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 다음 날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 만리포 해변은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여 원래 바다색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두 달 후 일부러 찾아간 만리포 해변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말 깨끗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힘이었다. 하지만 바다도 그 동네에서 살던 사람들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어가는 바다오리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서서히 벌어질 생태계 파괴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환경의 재앙을 의미하기도 했다. 사고가 난 지 5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태안 해안에서 이미 사라진 생물들이 많다고 한다. 기름으로 뒤덮여 한숨을 뿜어내게 만드는 바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코 앞에서 벌어진 현실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결국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바다는 사람들마저 떠나게 만들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바닷가 사람들의 삶은 말이 아니었다. 생계 걱정에 자살을 하는 어부도 있었고, 70 평생을 산 고향을 등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엄청난 사고를 쳐놓고도 진심이 담긴 사과의 말 한마디 안 하는 삼성이 지금도 미워 죽겠다.

<인어는 기름 바다에서도 숨을 쉴 수 있나요?>는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을 감성적으로 그린 그림 동화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바다가 시커멓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 스스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태안 해안에 있는 작은 섬에 사는 연지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연지는 바다를 좋아했던 엄마가 인어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유조선에서 쏟아진 기름으로 바다가 검게 변해버린다. 연지는 뿔논병아리도 갯가재도 다 죽어버리는 기름 바다에서 인어가 된 엄마가 숨을 쉴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검게 변해서 팔을 늘어뜨린 인어의 모습과 연지의 간절한 마음이 대비되어 마음이 찡해진다.

사실 태안에서 그 사고가 났을 때 아이들에게 보여줄 책을 찾았는데 마땅한 게 별로 없었다. 환경의 소중함을 깨우쳐줄 수 있도록 그 사고를 교훈삼아 나온 이 책이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 그림책이지만 나이를 떠나 많은 아이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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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5-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물이 났었는대..주변에서..왠 오바?하드라구요...
님이랑 같은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어서...좋아요..
참 슬픈 일...친정 근처에서 더 가까이 겪고 있다니..더 슬퍼지네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가슴아프게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된다는 강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좋겠어요~~

소나무집 2008-05-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뉴스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지요.
다음 주말에 친정에 가는데 다시 한번 만리포에 들렀다 오려고 해요.
그냥 자꾸 가서 어루만져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