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
김경화 지음, 정우열 그림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동네엔 극장이 없다. 그래서 이 동네로 이사 온 후 가장 안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개봉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려면 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목포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DVD를 구입해서 집에서 영화를 본다. 요즘 구입한 영화는 대부분 제작 과정이 들어 있는데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볼 때도 많다. 그걸 보다 보면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 생긴다.

영화의 매력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꿈을 품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얼마 전 딸아이가 <Lost in Space>라는 영화를 보면서 자기도 저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던 아이가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 건 정말 대단한 발전이었다. 그동안 아이가 장래 희망으로 고수해오던 작가에 영화를 합치니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시나리오 작가, 재미있는 상상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딸아이가 한 말은 "엄마, 아이들도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였다. 물론이다. 그 자세한 답은 이 책 속에 다 들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하지는 않는다. 우선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영화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는 무엇인지, 영화의 발전 과정은 어떤지, 누가 영화를 만드는지, 깜빡 속아 넘어가게 만드는 특수 효과 속에 숨은 비밀은 무엇인지 등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컬러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컬라 영화를 만들기 위해 흑백 필름에 일일이 색을 칠하고 물을 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 장면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뤼미에르 극장이 처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따다 붙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여러 가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 후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고 상영하는 과정이 실제로 진행된다. 15분짜리 <배달>이라는 영화의 제작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당장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 오디션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스토리보드를 만들어가며 촬영하는 과정이 아주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5,6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직접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촬영을 다 마친 후에 이루어지는 편집에 따라 똑같은 장면도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활동지가 부록으로 들어 있다. 영화 만드는 과정을 13단계로 나누어 준비할 일을 예시로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직접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아이들은 물론 학교 선생님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집보다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이 함께하면 좀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량 활동 같은 시간에 시나리오 쓰기, 배우 오디션 하기, 스텝 뽑기 등을 한 과정씩 진행하다 보면 한 학기가 끝날 즈음에 멋진 영화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씩씩하니 2008-05-0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통해 아이들이 영화감독을 꿈꿀 수 있다면..그게 바로 책이 주는 선물이겠죠?ㅎㅎㅎ

소나무집 2008-05-02 12:57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은 아이들 중에서 정말 영화를 만드는아이가 나올 것 같기도 해요.
꼭 꿈이 영화감독이 아닌 아이들에게도 한번쯤 권해주고 싶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