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면 가자고 미루어 둔 곳이 바로 청산도였다. 청산도는 <서편제>를 찍었던 곳으로 한때 유명세를 탔고, 요즘은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한참 인기가 오르고 있는 섬이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려고 아이들과 얼마나 서둘렀는지 모른다. 서울에서 오려면 하루 전날 와서 완도에서 자야 갈 수 있지 싶다.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4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청산도 가는 배는 완도항에서 하루 네 번.

배에서 내리면서 바라본 청산도는 정말 예뻤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처럼 어디로 눈을 돌려도 둥글둥글한 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섬이었다.

 
청산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은 노랑이었다. 일부러 조성해놓은 유채꽃 밭은 내 마음을 아주아주 행복하게 해주었다. 노랑이 짙푸른 바다 색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유채꽃 하면 제주도만 떠올렸는데 이제는 청산도가 떠오를 것 같다.

 

옛날 어촌에서는 누군가 죽으면 고기잡이 나간 가족이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풍장이란 게 생겼고, 청산도에는 아직도 이런 풍장 풍습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오른쪽 사진 끝에 약간 허얗게 보이는 게 거적으로 만든 임시 무덤이란다.

  
청산도에서는 유채꽃만큼이나 흔한 게 보리밭이다. 한창 물오른 청보리가 어린 시절 보리 피리 불던 추억이 떠오르게 만든다. 보리는 관광객들을 위해 심은 듯했다. 아직 여물려면 멀었는데 곧 있을 모내기를 위해 여기저기 보리를 베고 있는 걸 보면.

 

영화 <세편제> 세트장이다. 오른쪽은 재현한 모습. 실제 세트장은 마을 한가운데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인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세트장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서편제>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드라마지만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일본인 관광객도 만났는데 아마 <봄의 왈츠>가 일본에도 수출된 모양이다. 멀리서 보면 깨끗하고 예쁜데 가까이서 보니 대충 지은 드라마 세트장이었다. 지금은 찻집으로 변해서 차 한 잔에 천원씩 팔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는 걸 정신 없이 날린 내 머리를 보니 알겠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마을로 걸어 내려갔더니 이런 돌담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섬 출신인 남편은 섬에 돌담이 많고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유는 바람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 말씀.

 
청산도에서 내 마음을 끌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논밭이랑 길이었다. 곧게 펴고 합쳐서 크게 만들 법도 한데 논두렁 밭두렁이 모두 구불구불했다. 동네 사람들의 욕심 없는 마음이 그대로 보인다. 길도 구부러진 대로 포장만 했다. 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는지 알 것 같다.

  

물을 잡아놓은 논둑에 앉아 있던 아들이 청개구리를 한 마리 잡았다. 청산도의 논은 구들장 논이란다. 경사진 곳에 논이 있다 보니 물이 너무 잘 빠져서 논바닥에 구들장을 깐 후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애쓰면서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어촌이면서도 농사 짓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청산도에서 발견된 고인돌과 하마비.


청산도와 다도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범바위. 꼭 호랑이가 엎어져 있는 모양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구석을 찾기는 힘들었다. 주차장에서 내린 후 10분쯤 걸어가면 나온다. 맑고 푸른 바다를 눈이 시리도록 볼 수 있다. 


범바위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청산도 앞바다. 

청산도를 제대로 느끼려면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서 다녀야 한다. 사실 차 없이 섬 한 바퀴를 돌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처럼 중간 중간 차를 세워두고 걸어다니면서 밭 매고 돌아오는 동네 할머니도 만나 보고, 외양간에서 송아지를 핥아주고 있는 어미 소도 보고, 못자리를 준비하는 아저씨도 만나 보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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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4-1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산도라니...너무 이쁜걸요? 가보구 싶다~~~~그쵸?

소나무집 2008-04-16 08:51   좋아요 0 | URL
완도 와서 가본 곳 중에 제일 예쁜 섬이었요.
꽃이 잔뜩 핀 봄이라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요.
님도 꼭 한 번 다녀가세요.
청주에서 오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언제 휴가 내고 아이들 체험 학습으로 오시면 어떨까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