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내기 이야기 보물창고 1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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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정에 갔더니 며칠 사이로 송아지 다섯 마리를 낳았다고 했다. 어미는 네 마리였는데 한 녀석이 쌍둥이를 낳아 다섯 마리가 되었다고.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 마리쯤 데려오고 싶었지만 사진으로 대신.

익숙한 풍경에 익숙한 이야기다. 어릴 적 우리집 마당은 동네에서 가장 넓었다. 그 덕에 명절 때마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놀이 마당도 자주 벌어지곤 했다. 멍석을 펴놓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둘러서서 윷노는 풍경은 정월대보름 무렵이면 늘 볼 수 있었다.

빨래 비누나 플라스틱 바가지 같은 걸 상품으로 걸고 윷놀던 그 시절이 그립다. 빨래 비누 한두 장에 "윷이요, 모요" 소리가 온 동네를 들썩이게 했다. 그 시절의 흥겨움과 정겨움이 다 사라져서인지 요즘은 시골에 가도 이런 풍경을 쉽게 볼 수 없어 서운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동해가 되어버렸다. 동해가 태어나지도 않은 송아지를 걸고 윷을 던질 때 지면 어쩌나 내 마음도 조마조마했다. 이기면 송아지 한 마리가 더 생긴다는 생각만 하고 자신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 하는 동해의 아이다움에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윷놀이는 영도 할머니의 승리로 끝났고, 이때부터 동해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어떨결에 한 약속으로 송아지 한 마리를 잃고 죄인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그 송아지는 형이 대학 갈 때 쓸 몫으로 정해진 건데...

송아지 한 마리라. 나 어린 시절만 해도 시골집에서 소 한 마리는 큰 재산이었다. 우리 아버지도 우리 삼남매를 위해 소를 몇 마리 키우셨다. 소들이 등록금 낼 철에 맞춰 새끼를 잘 낳아준다며 기뻐하셨던 기억이 난다. 나의 등록금이 되어준 송아지들에게 이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동해가 담 모퉁이 굴뚝 옆에 쭈그리고 앉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어린 시절 어른들께 혼나면 도망 나와서 으레 굴뚝 옆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너 혼났구나!" 한마디씩 하는 게 부끄러워 고개를 다리 사이에 묻어버린 적도 많았다. 그리고 어른들이 불러주길 기다리며 마냥 앉아 있다가 동해처럼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다.

송아지가 태어난 지 이틀째 되던 날 나타난 영도 할머니를 보며 질겁을 하던 동해. 하지만 영도 할머니는 송아지 내기를 한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동해는 영도 할머니의 무서운 얼굴도 천사처럼 보일 만큼 장난 내기였다는 사실이 고맙기만 하다.

어른들의 장난에 아이들은 내내 마음 고생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 찔리기도 했다. 내기를 좋아하는 저학년 아이들과 아이들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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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2-2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귀여워요

소나무집 2008-03-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