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걸 횡재라고 해야 하나! 뜻하지 않은 선물로 받아든 한 권의 책이 이틀 동안 나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곁에서 아이들이 싸우고 난리를 쳐도 나는 책 속에서 빠져나와 아이들 싸움을 중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었다. 38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을 이틀에 걸쳐 후다닥 읽고 말았다.

지은이의 직업은 아트 오브제 감정사다. 참 낯선 직업이다. 우리가 <진품명품>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는 감정사쯤 된다고 보면 될까? 어쨌거나 그녀는 18세기 프랑스 가구와 생활사를 공부했고, 앤틱 오브제가 죽은 골동품이 아닌 옛 사람들의 살아 있는 숨결과 희로애락이 담긴 결정체임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이란 제목은 정말 잘못된 제목이다. 왜냐하면 알맹이는 뺀 흥미 위주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만일 솔직하게 앤틱 오브제 아트랑 관련된 제목을 붙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살 수도 있는 책이었지 싶다. 이 책은 16~18세기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의 오브제 속에서 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주므로 주인공은 사생활이 아닌 오브제가 되어야 했다는 얘기다. 아니 아무려면 어쩌랴. 한 번 책을 펼쳐든 이라면 쉽게 책장을 덮지 못하고 중세 프랑스 오브제의 역사 속으로 빨려들고 말일을.

금박으로 번쩍이는 고급스러운 책표지를 넘기면 각 장마다 그림이 한 장씩 나온다. 그림의 크기를 최대한 크게 살리기 위해 펼쳐 볼 수 있도록 편집했다. 뒷면에는 그 그림 속에 실린 오브제만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본문이 이어진다. 당연 본문에서는 그림과 관련된 배경이나 인물, 가구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오브제 아트를 말하면서 보여주는 수많은 그림들은 미술관 하나를 통째로 여행한 기분이 들게 해줄 정도로 대단하다. 그냥 그림만 본다 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은 단 한 장의 그림을 보더라도 찬찬히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인물 위주로 휙 지나칠 뻔했던 그림을 인물이 앉아 있는 의자나 들고 있는 유리잔에 포커스를 맞추어 꼼꼼하게 보고 또 보게 만든다. 저자는 의자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루이 14세가 사용하던 지극히 권위적인 의자에서부터 로코코 시대를 풍미하던 아름다운 의자까지 수많은 의자를 보여준다. 의자의 역사만 따라가도 프랑스 역사는 덤으로 알 수 있다. 프랑스 역사 속에서 큰 것을 위해 덮여버린소소한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읽는 맛을 더해 멈출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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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8-1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에 쫒겨 쓰다 만 리뷰가 되었다. 다음에 좀더 보충해야겠다.

치유 2007-08-1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들어본 직업이네요..이 책 한번 찾아보고 싶네요..
소나무집님..리뷰를 보다보면 왜 이리 욕심이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한번 보고싶은 책들이 날마다 늘어만 가니 말여요..
이번 여름이 막바지에 들어가고 잇지요??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개학해야 여름이 끝나는것같잖아요...님은 많은 손님들로 이번 여름을 보내셨지만 내년에는 님만의 가족들로 즐거운 시간 많이 가질수 있길 바래요..그러나 그들은 님의 수고를 잘 아실거에요..
저는 이번 여름을 정말 무의미하게 보내버린 듯 해서 아쉬움이 남을듯 해요..^&

소나무집 2007-08-31 01:16   좋아요 0 | URL
참 괜찮은 책이라서 한 권쯤 집에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아트북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