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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카바 수에키치 지음, 양미화 옮김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마당이 넓어서 파란 하늘도 잘 보일 것 같은 파란하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고구마 캐러 가기로 했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요. 선생님은 다음 주에 가자며 달래 보지만 아이들은 우산 쓰고 장화 신고 비옷 입고 고구마 캐러 가면 된대요. 하지만 재치 있는 선생님이 일주일 동안 고구마가 쑤우쑥 자라 엄청 큰 고구마가 될 거라고 하자 아이들은 갑자기 큰 고구마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들 키보다도 더 큰 종이를 붙이고 붙이고 또 붙이면서 사악사악 쓰윽쓰윽 직직 죽죽 철떡철떡 고구마를 그립니다. 세상에 책을 일곱 장이나 넘겨야 고구마 그림이 완성됩니다. 선생님도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맙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큰 고구마를 어떻게 캘지 고민을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그까짓 것쯤 문제 없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달라붙어 영치기 영차 줄다리기를 하다 보니 고구마가 쑤~욱 뽑혔으니까요.
이 엄청 큰 고구마를 아이들은 헬리콥터 두 대에 매달아 유치원 마당으로 옮깁니다. 마당이 가득 찰 정도로 큰 고구마입니다. 엄청 큰 고구마는 배가 되어 아이들을 바다 한가운데로 데려가기도 하고, 고구마사우루스도 되었다가, 표지에 나온 장식을 주렁주렁 매단 물고기로도 변신합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이번엔 아주 아주 큰 고구마를 잘라 요리를 합니다. 아이들이 마련한 고구마 요리를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먹었더니 모두 풍선처럼 배가 볼록볼록하네요. 그러다가 하나둘 하늘로 날아올라 우주로 날아올라 팔라당 팔라당 놀다 보니 저녁놀이 보입니다. 비가 와서 하루 종일 심심할 뻔했는데 고구마를 그리면서 놀다 보니 하루 해가 다 가버렸어요.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엄마를 따라다니며 종알종알 고구마 그린 이야기를 하는 듯합니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실컷 놀게 만드는 유치원이 참 마음에 듭니다. 어른이 한 일은 종이랑 물감을 준비해준 것뿐인데 아이들끼리 이렇게 재미나게 놀았다니까요. 유치원 아이들의 상상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면서 고구마 그리기 놀이에 동참하고 싶어집니다. 아이들과 집안을 보라 물감 천지로 만들어도 신이 날 것만 같아요. 글도 그림도 단순해서 아이들이 더 좋아합니다. 몇 마디 되지 않는 대화체 글이 꼭 동시 같다는 우리 아들의 평도 그럴 듯하네요.
마침 장마철이네요. 비 오는 날만 되면 심심해서 온 방안을 뒹굴며 엄마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나 한숨을 쉬는 엄마 아빠의 책상에 놓아두고 싶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