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 여행하며 읽는 우리고전 2 여행하며 읽는 우리고전 2
박천홍 지음, 이상규 그림 / 서울문화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44세에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 그늘 속에 묻혀 살았던 정약전의 삶을 따라 아빠와 딸이 여행을 떠났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한 후 배를 타고 흑산도로 들어가 정약전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 여행지 곳곳에서 찍은 사진과 당시의 사건이나 궁금증 등을 아이의 시각에 맞게 풀어줘서 당시 역사 공부도 곁들여 할 수 있다. 딸 하영이의 여행 일기를 곁들여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산어보>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정약전의 인생 발자취가 더 돋보인다.

너무나 유명했던 동생 정약용 때문에 정약전의 인생에 더 그늘이 진 건 아닐까? 흑산도는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흑산도'는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했을 정도로 멀고 먼 유배지였다. 지금도 쾌속선을 타면 목포에서 1시간 50분쯤 걸리는 거리이고, 당시에는 돛단배를 타고 3~4일, 뱃길이 험할 때는 8일씩이나 바다 위에서 흔들렸다 하니 한양을 떠난 정약전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16년 동안 눅눅한 섬에서 외로움에 진저리치며 바다를 바라보았을 정약전의 외로움이 느껴져 내 마음이 다 시리다. 동생 정약용이 강진 유배에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흑산도보다 좀더 목포에서 가까운 우이도로 가려던 발길을 섬 주민들이 잡았다는 대목에선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높은 학문과 인격을 갖추었으면서도 교만을 떨지 않았으니 누군들 곁에 두고 싶지 않았을까? 검푸른 바다만큼이나 깊은 외로움에 교만은 당치 않았을 법도 하다. 그 외로움을 바다를 들여다보고 물고기를 관찰하며 달랬겠지!  마치 화가가 물고기를 그려놓은 듯한 글을 대하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흑산도로 달려가 그의 자취를 만나고 싶다.

정약용과 주고받은 편지에 미개한 사람들과 이웃하고 있는 형을 안타까워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정약전은 자신의 높은 신분을 내세우지 않고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식을 선택한 결과 우리 후손들에게 <자산어보>라는 책을 남겨줄 수 있게 되었다. 흑산도에는 물고기가 매우 풍부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것은 적어 물고기를 잡으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과 박물학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는 말을 책 서두에서 하고 있다.

그동안 다른 책인 줄만 알았던 <자산(玆山)어보>와 <현산(玄山)어보>가 학자에 따라 같은 책을 다르게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다. 자(玆)는 흑산도의 흑(黑)자와 같고, 현(玄)을 두 개 겹친 글자이기 때문에 학자에 따라 현으로 읽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한 가지로 통일이 되어야 나처럼 서로 다른 책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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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 ^.

정알베르또 2008-03-1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분에 대한 소회는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