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 그림책 보물창고 25
엘리자베트 브라미 글, 얀 나침베네 그림,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아들도 딸도 이 책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제목 탓이리라. 사실 난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아이들에게 '노인'은 너무 먼 세상의 이야기였나 보다. 그래도 오늘은 아이들에게 꼭 읽어줘야겠다.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 환갑을 넘긴 지 여러 해가 지나 몸은 점점 늙어가는데도 마음은 늘상 이십대라고 하셨다. 나도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결혼 십 년이 훌쩍 넘어갔는데 마음은 책 몇 권 끼고 교정을 오르던 이십대에 머물고  있다. 몸이 늙어간다고 마음까지 늙는 건 아닌 게 확실하다. 내가 슬슬 나이 들어가니 이제야 그걸 알겠다. 그래서인지 젊었을 때 잘 살아야 된다던 엄마의 잔소리가 자꾸만 생각 난다.

이 책은 노인들의 모습을 정말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사람, 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내나 남편도 없고 늘 혼자인 사람, 전화기 옆에서 전화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가난하지만 자존심은 강한 사람,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이가 다 빠진 사람, 아픔을 견디고 스스로 강해지려고 애쓰는 사람, 읽지도 쓰지도 못하고 들리지도 않는 사람, 그들이 바로 노인이다.

애완 동물을 집에 들일 땐 기분이 좋아지고, 가끔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사람, 많이 웃어서 눈가에 주름이 잡힌 사람, 음악을 듣고 컴퓨터를 하고, 여행을 떠나고,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 지난 이야기를 유익하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 그들이 바로 노인이다.

엄마도 노인이 되고 아이들도 노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주 사실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때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 노인들에게 아주 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해 준다. 아이들보다 엄마 아빠가 먼저 읽고 늙으신 부모를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다. 즐거운 젊은이들 옆에 있는 노인은 더 외로워 보이고, 찾아오지 않는 손자를 기다리며 노인들은 더 늙어간다. 마지막 장에 커플 옷을 입은 채 손자 손녀와 춤추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늘 허전하고 외롭다고 투덜대시는 친정엄마 생각이 또 난다. 전화를 자주 한 것 같은데도 "요즘 바쁜가 보다"고 하시는 엄마를 위해 지금 당장 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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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보라소 2007-06-22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제 시어머니가 이 책을 들고 "제목이 참 좋다."라고 했죠. 이 책, 저도 추천합니다. 참, 푸른책들에서 나오는 어린이 그림책, 보물창고에서는 깊이 있는 그림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좀 철학적이고 난해한 경향도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