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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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했답니다. 잠도 할아버지 방에서 함께 자고 할아버지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졸졸 따라다녔으니까요. 그런 할아버지가 고등학교 다닐 때 돌아가셨는데 그때 처음 진짜 슬픔이 뭔지를 깨달았어요.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친정집에 가면 할아버지가 쓰시던 오렌지색 담요가 있어요. 그 담요를 볼 때마다 아무도 모르는 그리움과 추억이 스치곤 하네요.

주인공 아이에게도 단짝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아프답니다.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떠나고 난 방에는 옛 물건이 참 많기도 합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자개 장롱이랑 반짇고리, 백자, 연적, 복주머니, 소나무 그림 족자 등을 자세히 보면 그 속에 십장생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자개 장롱도 화려한 수가 놓인 공단 방석도 한올 두올 꼼꼼하게 세어가며 수놓은 베갯머리도 우리 어린 시절엔 집안에 널려 있던 물건들인데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세월이 느껴지네요.

해, 소나무, 학, 사슴, 불로초(영지버섯), 바위, 물, 거북, 산, 구름 등 우리 조상들이 집안에서 쓰는 물건에 십장생 그림을 그리고 수놓아가며 살았던 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가족의 안녕을 비는 염원  때문이었답니다.

주인공 아이는 할아버지를 위해 십장생을 모아 할아버지 품에 안기지만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아이의 정성 덕에 할아버지의 병이 나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어요. 이 또래의 아이들은 슬픈 건 싫어하잖아요. 아이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며 손가락을 베이고 무릎이 까졌을 때처럼 마음이 아팠다는 대목이 실감이 납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작가의 정성과 수고가 느껴지는 그림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네요. 아이가 타고 가는 학을 보면 삼베 조각을 오려내어 붙이고 수를 놓아 만들었고, 해가 그려진 베갯머리도 빚깔 고운 천을 이어 붙인 정성이 돋보입니다. 동네에 버려진 자개장에서 뜯어냈다는 자개도 그 빚깔과 모양이 어찌나 고운지 새삼스럽군요.

책을 보고 나면 아이들이 십장생과 그 의미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될 것 같아요. 대상은 6,7세 유아부터 초등 1학년 정도가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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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3-0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성이 정말 그득하더라고요.

소나무집 2007-03-0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 동안이나 작업을 했대요,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