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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ㅣ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방학을 하고 나니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잔소리하지 말자고 꾹 참다가도 한두 시간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걸 볼라치면 기어이 참았던 잔소리가 나오고 만다. "세수하고 양치질해야지." "하루 종일 내복 차림으로 있을 거니?" " 이불 속에서 좀 나와라. " "책 읽었으면 독서록 좀 쓰지?" 등등 나의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진다.
잔소리를 하는 나도 지겹고 듣는 아이도 지겹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처럼 지내다간 우리 아이도 조만간 푸셀처럼 잔소리 없는 날을 선언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 아이는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겠지? 하지만 얼마나 갈까? 내일이라도 하루쯤 잔소리 없는 날을 정해 보아야겠다. 과연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궁금하다.
우리 아이에게 물으니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는 공부하기와 동생이랑 싸우지 말기란다. 그리고 잔소리 없는 날이 온다면 공부도 안 하고 놀다가 실컷 어지르고 여행을 가고 싶단다. 내가 그렇게 공부하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지도 않구만 아이는 그렇게 느낀 모양이다. 그런데 2학년짜리가 여행은 어디로 가려나 그래!
푸셀은 잔소리 없는 날 자두잼 실컷 퍼 먹기, 선생님에게 거짓말하고 수업 빼먹기, 비싼 오디오 사려고 시도하기, 술주정뱅이 아저씨 데려오기, 어두운 밤에 공원에서 텐트 치고 지내기 등을 한다. 한 가지 행동을 할 때마다 부모님을 의식하고 점점 더 큰 걱정거리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의 간섭이나 잔소리가 없으면 정말 좋을 줄 알았던 푸셀은 아이들이 비싼 물건을 사려면 어른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알콜 중독자가 존재한다든가 캄캄한 밤에는 폭력이나 범죄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푸셀을 공원으로 보내놓고 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는 안심이 되었다. "왜 여기 있냐"는 푸셀의 말에 "너를 지켜주려고... 엄마 아빠는 너희들이 여기서 자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거든." 이런 아빠의 대답과 함께 아빠 품에 안기는 푸셀은 잔소리가 왜 필요한지 깨닫는다.
빨리 커서 뭐든지 혼자서 하고 싶은 우리 딸,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다오. 아직은 엄마의 잔소리가 필요할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