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었다고? 아냐 아냐! 과학과 친해지는 책 2
벼릿줄 지음, 조위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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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주요 메뉴는 청국장이었다. 시큼한 김치를 썰어넣고 걸죽하게 끓인 청국장에 아이나 어른이나 밥을 비벼 먹었다. 특히 딸아이는 찌개가 맛있다며 밥을 더 먹기까지했다. 어떤 집에선 먹어라 먹어라 해도 먹지 않는 음식들, 하지만 몸에는 이로운 김치나 된장, 젓갈 같은 음식들을 잘 먹어주는 아이들이 정말 고맙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나누는 대화는 좀더 특별했다.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청국장과 김치에 들어 있는 미생물 이름을 되새겨가며 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별 생각없이 먹었던 김치나 된장, 젓갈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다 소개되어 있다. 그냥 뭉뚱그려 발효식품이라고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각각의 이름이 다 있었다. 볏짚에서 살던 미생물 바실루스 서브틸리스는 된장과 청국장 발효균, 김치의 시큼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는 류코노스토크, 국산 천일염으로 간을 한 강경 새우젓 발효 세균인 페디오쿠스, 함경도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가자미식해 발효 세균인 스트렙토코쿠스, 포천 막걸리의 알콜 발효 미생물인 사카로미케스, 초두루미에서 식초를 만드는 아세토박터 등 이름도 참 어렵다.

전통 음식은 거의 다 집에서 해 먹던 농촌에서 자란 내게 이 책은  낯설지가 않다. 볏짚을 가져다 푹 익힌 콩과 섞어서 안방 아랫목에 놓아두고 며칠이 지나면 지독한 냄새 때문에 도망 다니곤 했던 기억, 부뚜막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예쁜 항아리가 바로 초두루미였다는 사실, 명절 때마다 큰 시루에 밥을 쪄서 누룩이랑 섞어 술을 앉힐 때 옆에서 집어 먹던 고슬고슬한 밥. 낯설다면 가자미식해 정도. 하지만 남편이 가자미식해를 좋아하는 바람에 강원도가 고향인 지인으로부터 해마다 주문해서 먹고 있던 터라 정말 반갑기 그지없는 책이었다.

발효 음식은 몸 안에 있는 나쁜 독을 빼주고 새로운 기운이 솟게 해준다. 전국에 있는 발효 음식들을 모아 식당을 차린 주인 아저씨도 발효 음식 덕분에 건강을 회복한 경우다. 아저씨네 식당에 모인 미생물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국에서 모인 덕분에 각 지방의 구수한 사투리도 맛볼 수 있다. 미생물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이로운 점을 들려주고 아이들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해 서럽다고 푸념을 한다. 귀엽고 익살스런 캐릭터의 미생물들이 늘어놓는 이야기가 술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실제 미생물 사진도 실려 있어 서로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한 발짝 더 코너에서는 각각의 음식이 언제, 어디서 처음 만들어졌는지, 왜 몸에 좋은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플라스틱 그릇에 밀려 사라져가는 옹기 이야기를 실어 옹기 그릇의 좋은 점까지 알려주는 친절함을 베풀고 있다. 제대로 만든 옹기에 담긴 발효 음식들은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책을 읽은 딸아이가 자기도 된장찌개를 해보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집이 한바탕 요리 교실이 되기도 했다. 된장이나 김치를 좋아하는 3,4학년 정도 아이부터 읽을 수 있다. 발효 음식을 싫어하는 아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청국장 찌개가 먹고 싶다고 할 것 같다.

요리 팁 하나, 청국장을 끓일 때 신김치를 썰어 넣고 된장과 청국장을 반반 섞으면 냄새가 별로 안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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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0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들은 청국장,된장찌개는 너무 좋아하는데 김치는 잘 안먹어요,,,볶아주면 몰라도..
요 책을 읽어주면 발효의 신비에 빠져서 김치도 잘먹을라나여???호호...

전호인 2007-01-0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조들의 식생활이라던지 일반 실생활을 보면 과학이 묻어납니다.
저는 청국장 킬러 입니다. 세끼 모두를 청국장으로 준다해도 마다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