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치 가시 우리시 그림책 8
백석 지음, 김세현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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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고를 수 있는 어른이 된 후 난 준치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 우리집 밥상엔 준치가 수시로 올라왔다. 어른들은 그 준치에 대해 '썩어도 준치, 물어도 광어'라며 극찬을 했지만 잔가시가 많은 준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별로였다. 엄마가 가시를 발라서 숟가락에 얹어주었건만 먹다 보면 가시가 목에 걸리곤 했기 때문이다.

맛을 잘 몰라서였을까 나는 그 생선의 진가를 알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준치를 그림책으로 만날 줄이야... 아마도 가시가 많아 사람들이 싫어하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준치의 흠을 덮어주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솔직히 시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든 딸아이가 "이 책 진짜 재미있다"며 동생에게도 읽어주는 것이 아닌가!  옆에서 듣고 있자니 나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책을 다 읽은 아이들은 준치가 어떤 생선이냐며 궁금해했다. 그림처럼 은빛이고 약간 납작하게 생겼다며 어린 시절에 먹어 본 기억을 떠올려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 많던 준치는 어디로 간 걸까?

원래 가시가 없던 준치는 가시가 부러웠단다. 다른 물고기들을 찾아가 가시를 하나씩만 달라고 했더니 모두 가시를 나누어주었단다. 그래서 떠나려 했더니 고기들이 가시를 더 준다며 못 가게 했단다. 그래도 떠나려 하니 자꾸만 따라와 꼬리에 가시를 꽂아주었고, 이때부터 준치는 가시가 많은 물고기가 되었다고 한다.

어린 준치의 표정과 가시를 나누어주는 다른 물고기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귀엽다. 배경을 하얗게 그대로 둠으로써 여백의 미를 맘껏 살린 그림은 누가 보아도 시원스럽다. 시 내용과 그림이 아주 잘 어울린다.

맨 마지막 쪽엔 그림만 있고 글이 없다. 물고기들에게 가시를 많이 얻은 준치가  물풀 사이로 유유히 헤엄쳐가는 모습만 보인다. 일곱 살 아들 녀석이 여백에 말풍선을 그리고 써 넣은 말이 걸작이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준치의 마음을 아이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 그림책으로 <개구리네 한솥밥>을 지은 백석 시인의 작품이다. 구수한 옛이야기 한 자락을 듣고 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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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2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시라면 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구수하기까지 하다니요^^

소나무집 2007-05-0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은 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