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간 짧은 외유(?)를 다녀왔다.
관계중독증이 도진 것이다.(아니 늘 그래왔는데 대상이 없었을 뿐일 수도....)

대화가 잘 통하고 재밌었다.
좋은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가진 배려와 베풂이 탐이 났다. 이성적 끌림이 없어도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할 거 같았다.
불타는 사랑에 한 번 데인 후이기에 불같은 사랑 보다는 잔잔하고 편안한 사랑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느라 힘든 사람보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자는 원칙을 깨고, 그의 구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래된 친구는 정말 오래된 사이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이성적 설렘이 없다면 관계가 억지 춘향이 된다는 걸 하루하루 깨달으며 상대에게 죄짓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 사람이 해주는 베풂은 친구로서가 아니라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것일텐데, 내가 받는게 도둑질하는 느낌이었다.(물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너무 좋은 분이었고,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나도 이성적으로 끌리겠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함께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상대에게 상처 안 주겠다고 이 악물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내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별을 고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고 지금도 나를 사랑한다는 그에게 나는 상처를 준 것이겠지? 오늘의 구절을 그가 보면 좋겠다(물론 그는 북플의 존재를 모른다).
진심으로 그가 나같은 건 똥 밟은 셈치고 툭툭 털고 일어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 제발 쫌!!
(나는 나쁜 년이 맞다. 욕을 먹어도 싸다.. 엉엉..)

근데 이러니 (관계) 중독이지.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이럴 때마다 이리 괴로워 하면서도 난 왜 이걸 못 끊을까...ㅠㅠㅠㅠㅠㅠ


당신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어떤 일을 해도 좋지만,
당신이 내 행복을 가져가도록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You may shout at me, or do anything to me,
but I‘m not going to allow you to take my happiness.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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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3 0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

붕붕툐툐 2021-07-23 12:57   좋아요 4 | URL
제가 이렇답니다~ㅠㅠ

서니데이 2021-07-23 00: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머!2

붕붕툐툐 2021-07-23 12:57   좋아요 4 | URL
제가 이래요~ㅠㅠㅠ

scott 2021-07-23 0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3
⚡️💘⚡️
(っ´ω`)っ

붕붕툐툐 2021-07-23 12:57   좋아요 5 | URL
엉엉~ㅠㅠㅠ

얄라알라 2021-07-23 0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툐툐님이 전하시려는 말씀 제가 제대로 이해한건가, 어머! 이러면서 읽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7-23 12:58   좋아요 5 | URL
어머가 절로 나오는 글이었군요~ㅠㅠ

새파랑 2021-07-23 06: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왠지 슬프면서도 멋진 오늘의 명상이네요. 툐툐님 힘내세요 👍

붕붕툐툐 2021-07-23 13:39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ㅠㅠ

bookholic 2021-07-23 07:2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모두 붕붕툐툐 님 편입니다... 힘내세요~

붕붕툐툐 2021-07-23 12:58   좋아요 6 | URL
악! 이 댓글 너무나 힘이 됩니다.. 엉엉..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다락방 2021-07-23 08: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머!4

그런데 저는 툐툐님의 이 글이 너무나 이해됩니다.
하도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해서 그것이 연애 혹은 사랑의 진리인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사랑이란 게 노력한다고 되지를 않더라고요. 사랑한다고 입밖으로 낸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 제가 너무 이기적으로 굴게 되어서.. 저 역시도 짧게 끝냈던 경험이 있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저는 뒤늦게 알았는데, 제가 사랑하는 쪽을 훨씬 더 행복하더라고요.

그 분은 상처받거나 아프실지 몰라도 그것이 인생의 지금 이맘때쯤에 겪어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툐툐님, 잘 다녀오셨습니다.

2021-07-23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7-23 09: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 5

저도 툐툐님 페이퍼 읽으며 툐툐님 마음을 백퍼 이해했습니다.
힘내십시오♡♡

붕붕툐툐 2021-07-23 13:10   좋아요 5 | URL
저도 제가 이해가 안되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mini74 2021-07-23 1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툐툐님 상투적인 말로 사랑은 일방통행이 안된다잖아요 ~ 욕 먹지 마시고 맛난 점심 드시고 힘내세요 *^^*

붕붕툐툐 2021-07-23 13:11   좋아요 4 | URL
넵~ 욕먹어도 싸지만, 점심도 잘 챙겨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1-07-23 1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6
툐툐님! 맘 아파도 바른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미안한 마음 잘 전하셨으면 이제 맘 편히 하세요~~

붕붕툐툐 2021-07-23 13:40   좋아요 4 | URL
아구~ 감사합니다.. 제 맘 편하자고 결정한 거라, 미안한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거 같아요..ㅠㅠ

그레이스 2021-07-23 1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툐툐님 마음 이해해요~♡

붕붕툐툐 2021-07-23 13:39   좋아요 3 | URL
이해심이 넓으신 그레이스님~ 감사해요~♡

페크pek0501 2021-07-23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픈 만큼 성숙해지실 거라고 믿고... 그러니 아픔이란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걸로 여겨 주시길.
성숙해져야 제대로 인생을 알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작은 기쁨과 즐거움도 발견하게 될 것이니까요.

.................
영어 문장 :
당신이 내게 어떤 짓을 해도 좋지만
저로부터 멀어지셔서 당신을 보는 이 행복을 깨지는 말아 주세요, 로 읽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7-24 01:20   좋아요 0 | URL
와우~ 이런 해석 가능하군요~ 페크님~ 문학 한 편 탄생한 느낌이네요~
제 스스로 만든 아픔이라는 게 핵심 뽀인트입니다...ㅠㅠ
더 성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