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능력을 당장 내놓으라며 윽박지르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물론 그렇게도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우리는 종종 마주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자리에 앉아도 개인의 역량이 따라주지 못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아무리 나쁜 자리에 앉아도 모든 악조건을 딛고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칭찬을 듣게 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말하자면 주어진 환경이라는 건 때에 따라 단순한 핑계일 수도 있고, 개인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액세서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을 두고 말이 많다. 없는 능력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급하게 꿔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당사자인 대통령은 오죽이나 답답할까마는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또한 인내심에 한계가 있는지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과 두 달 전의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저질렀던 만행을 되돌릴 방법도 전무한 까닭에 답답함은 그저 일시적인 감정으로 그치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의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방면에서 그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전임 검찰총장으로서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능력도 출중하고, 공약으로 내세운 연금 개혁을 이전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능력이야 검사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니 제쳐두고, 새로운 연금 개혁 방식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자.


그동안 보여온 대통령의 신박한 연금 개혁 대안에 대해 나도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 1탄으로 내놓은 발암물질 범벅인 용산 공원의 개장(https://blog.aladin.co.kr/760404134/13670952)으로 가뜩이나 병약한 노인분들을 일찍 보낼 계획을 세웠는가 하면, 2탄으로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안전은 신경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인근에 사는 노인분들을 편안히 보낼 방법을 세우기도 하였고(https://blog.aladin.co.kr/760404134/13709215), 최근에는 코로나 재확산을 방치함으로써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정부는 다만 화장장 운영을 원활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령연금이나 국민연금의 부족분을 일거에 해결하고 부족한 세수에 따른 복지예산의 부족분도 메울 수 있을 테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우리 속담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다방면에 능력이 없는 듯 보이지만 없는 죄를 만들어 내는 유능한 검사로서의 능력과 그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연금 개혁만큼은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과연 기재(奇才)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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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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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자기계발서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책을 읽는 재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위에 서는 이유는 내가 삶에서 배워야 하는 여러 가르침들 중에서 소설은 단 한 가지만 제시한다는 점이다. 머리가 나쁜 나로서는 한 번에 여러 가르침을 설명도 없이 제시하였을 때,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할뿐더러 여러 가르침들 중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철학이나 자기계발서를 소설처럼 후루룩 읽었을 때는 그야말로 시간낭비일 뿐 유익한 독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그동안의 독서 경험에서 얻은 나의 판단이었다. 예컨대 열 개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철학책이라면 열 번을 반복해서 읽는다 하더라도 그 속뜻을 완전히 깨우치기 어렵다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철학이나 인문서는 소설처럼 실제적인 설명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의 가르침이 철학처럼 명확하지 않을 때가 더러 있긴 하지만...


"인간은 애초에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키스를 했어도 잠자리를 함께했어도 알 수 없는 부분은 남는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이라는 유별난 생물이 된 이래로, 전달될 게 전달되지 않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 말은 머릿속에서 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터무니없는 것을 상상하게 하고, 엉뚱한 해석을 하게 한다."  (P.244)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사람은 결국 죽음과 허무에 이끌린다'는 것이었다. 이런 느낌은 전적으로 나만의 주관적인 견해이거나 소설 전체를 흐르는 분위기나 주제에도 부합하지 않는 지나친 편견일 수도 있다. 게다가 소설의 전반적인 서사나 작가의 의도 역시 나와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은 나만의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이미 없어진 슈퍼마켓을 그리워하며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조용한 공간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노인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연약한 게 흡사 환상처럼 보였다."  (P.146)


소설은 주인공인 오카다 씨가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받고 십오 년 넘게 살았던 집에서 맨몸으로 쫓겨나게 된 장면으로 시작한다. 40대 후반의 남성, 출판사에 다니고 스무 살 넘은 아들은 미국에 유학을 가 있다. 아내와 합의를 본 기한은 두 달.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지만 오카다 씨가 원하는 조건은 두 가지, 근처에 자연림이 남아 있는 공원이 있을 것과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할 수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일 것. 부동산을 열 군데 이상 돈 끝에 결국 포기하려는 순간 지인의 소개로 두 조건을 만족하는 집을 구하게 된다. 집주인인 소노다 씨는 미국에 사는 아들 부부가 불러서 이주를 하게 되었지만 오랫동안 살았던 집을 그대로 남겨두고 싶기도 하고 집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세를 주겠다는 생각으로 부동산에 내놓지 않았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이사를 하고 오카다 씨는 집과 직장을 오가며 낡은 집을 수리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소노다 씨가 두고 간 고양이 후미를 돌보며 낡은 집을 수리하는 데 무료한 시간을 쓰고 있는 오카다 씨. 그러다 우연히 들른 집 근처의 어느 식당에서 열세 살이나 어린 옛 애인을 다시 만나게 된다. 아내와의 결혼을 이어가던 시절에 5년 동안이나 만났던 그녀의 이름은 가나. 말하자면 내연녀였던 가나 씨는 미래가 없는 오카다 씨와 헤어져 연락을 하지 않던 사이였다.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가나 씨의 집은 오카다 씨의 집과 아주 가까웠다.


"하늘이 높다. 트레이에 질서 정연하게 늘어놓여 오븐에 넣어지기를 기다리는 버터롤처럼 조개구름이 떠 있다. 공기도 건조하고 얼굴에 닿는 바람도 시원하다. 요 근래 좋은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달리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P.144)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결국 그렇고 그런 관계로 발전하는 뻔한 로맨스 소설을 연상하겠지만 소설의 결말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2년을 약정하고 떠났던 소노다 씨가 귀국하고, 그렇게 공을 들였던 오카다 씨는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워주게 된다. 그리고 근처에 매물로 나온 땅을 계약하고 미래에 자신이 들어가 살 집을 새롭게 구상하게 되는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작가는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에서 시종일관 기름기를 싹 걷어낸 건조한 문체를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읽는 이들은 이러한 문체로 인해 삶의 허무에 쉽게 젖어들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영혼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육체를 맹목적으로 가꾸는 것처럼 영원하지 않은 어떤 대상(예컨대 집과 같은)을 가꾸는 데 필요 이상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남들로부터 '우아하다'는 평을 들었다 한들 그게 과연 우리가 지불한 돈과 시간에 대한 적정한 보답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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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아침 등산로의 풍경은 다분히 몽환적이었습니다. 자욱한 안개에 뒤덮인 까닭이었지요. 산자락까지 넓게 점령한 안개는 산을 오르는 이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감탄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도록 강요하는 듯했습니다. 멀리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익숙한 등산로를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옛말에 '밑천이 드러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성격이 표면에 나타나거나 밑천으로 쓰던 물건 또는 돈이 다 떨어져 궁해졌을 때 쓰는 말이지요. 최근에는 그런 근원적인 의미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개인의 능력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될 때 '밑천이 드러났다'며 조롱조로 쓰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제 밑천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만에 말이지요.


국민들은 대통령의 무능과 무지를 비판하는 한편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오만함에 분개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조목조목 반박하면 될 일을 전 정부는 잘했냐며 물타기나 하려고 하니 이게 도대체 세 살배기 어린애의 투정도 아니고... 그런가 하면 지인 찬스로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게 된 사람을 두고 뭐가 잘못이냐며 되려 화를 내는 꼴이라니... 그러니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 강원랜드 시험 합격도 권성동~~"이라는 패러디가 등장하는 게 아니겠는가.


현 정부는 이제 밑천이 다 드러난 셈이니 더 이상 보여줄 것은 없고 큰 사고나 터지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비는 것밖에 달리 할 일이 없을 듯합니다. 이 와중에 사고라도 터지면 사면초가에 처할 테니까 말이지요. 이와 같은 사실을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정부 관계자들과 여당만 모르는 듯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저도 아들을 통하여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에게 천만 원을 후원하라고 할까 봅니다. 그러면 적어도 9급 공무원은 시켜줄 테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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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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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순간들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조각처럼 살짝 실금이 간 채로 봉합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일상의 불안정성이나 가변성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의 일상만큼은 변하지 않고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면 질수록 깨어졌을 때의 배신감이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게 마련이다. 어쩌면 그로 인해 자신이 믿던 신의 은총마저 불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온하게 보냈던 하루하루가 모두 기적에 가까운 현실이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내게 닥칠 어떠한 미래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노라 다짐해야 한다. 그렇게 다짐하는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조금 더 겸손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소한 실수라도 내 안에 남은 앙금을 그냥 내버려 두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틀림없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배워 가고 있었다. 먹는다는 행위는 사람의 본능에 관련된 것이라서 더욱 많은 것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자기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것이 반드시 다른 형태로 튀어나오고 만다. 성실하게, 무던하게, 개성이나 사념을 떨치고 정성을 들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p.53)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일상이 한순간에 깨진 두 모녀의 회복 과정을 아주 담담한 필체로 기록하고 있다. 밴드 멤버로 활약하던 아빠가 아무도 모르게 사귀었던 내연녀에게 살해당하고(겉으론 동반자살) 덩그러니 남겨진 두 모녀. 소설의 주인공인 요시에와 엄마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아빠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모녀의 일상을 따라 복잡하게 얽히는 이 이야기는 일상이 무너진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시간이 흘러간다. 지금은 지금이다. 악몽에 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생리적으로 그냥 지고 만다. 진 채로, 무심히 보는 풍경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만큼은, 아직 어른이 아니다."  (p.134)

"이 동네로 옮겨 온 후로 나는 점점 솔직해지고 현실에도 차츰 발붙여 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된다. 처음에는 구경 온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발자국이 하나둘 대지에 새겨지는 것을, 그 축적을 느낀다. 날마다 걸으면서 내 발자국이 이 땅에 거푸 남고, 내 안에서도 동네가 생겨난다. 양쪽이 똑같이 성장해서, 내가 죽은 후에도 기척은 남는다. 그런 사랑의 양식을 처음 배웠다."  (p.168)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요시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던 메구로의 집을 떠나 독립한다.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레리앙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빠를 잃은 상실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요시에. 메구로의 옛집에 혼자 남았던 엄마는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요시에의 단칸 셋방으로 이사를 한다. 그렇게 두 모녀는 시모키타자와에서 다시 합치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부유하게 자라 평생 일이라곤 해보지 않았던 엄마 역시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통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나와 엄마가 이 동네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오늘도 이곳에 살면서 어제와 별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거리란, 그런 거다. 몇 년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의 삶이 이 거리를 숨쉬듯 들고 나는 것을 나는 느꼈다.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들고 나면서 거리는 만들어진다. 후지코 씨의 말대로다. 언뜻 보면 뒤죽박죽 혼란스럽고 추하지만, 어느 틈엔가 멋진 무늬를 그리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p.284)


어쩌면 요시에와 엄마는 아빠의 흔적이나 체취가 남아 있는 메구로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새롭게 인연을 맺고 살아가면서 지워지지 않는 옛 기억을 조금씩 떨쳐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모키타자와에서 요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아빠에에 대해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고, 세상을 떠난 아빠를 위로하는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지만 요시에와 엄마를 다시 일으켰던 건 시모키타자와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삶의 실재를 조금씩 체감하는 것이다. 엄마도 그저 착실한 엄마이자 아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도 그들과의 부대낌에서 비롯되었다.


요시에와 엄마가 메구로의 집에 있는 짐을 챙기러 갔다가 너무 쓸쓸하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곳이 있다. 간판만 보아도 안심이 된다던 그곳. 바로 카레집이다. 야채카레 한 접시에 위로를 받는 모녀. 우리는 이렇듯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이웃이 건네는 무덤덤한 아침 인사로 인해 큰 용기를 얻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어떤 일로 인하여 평온하던 일상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면,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따뜻한 이웃이 아닐까 싶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그 가벼운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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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처음이지 싶습니다. 바야흐로 성하(盛夏). 지금부터 찬바람이 나는 초가을까지 우리는 무더위와 함께 말매미의 소음도 견뎌야 하는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는 말매미의 울음소리야말로 우리가 여름의 정점을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계절의 경적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복인 오늘, 멀기만 한 가을을 논한다는 게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으로 다소 성급한 기대이겠으나 엊그제 같았던 2022년의 새해가 벌써 반나마 지난 걸 생각할 때, 가을은 이미 우리 곁 한 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을 모른 채 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상당히 보수적인 기업인지라 현재의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들이 다수입니다만, 식사와 같은 가벼운 모임에서는 종종 할 수만 있다면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선을 다시 치르는 게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낫지 않겠느냐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대통령의 역량이나 안팎으로 번지는 소란스러움으로 판단할 때,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나라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은 각자의 이념에 상관없이 누구나가 갖는 공통된 견해인 듯합니다.


게다가 대통령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행태 역시 가관입니다. 자신이 알던 지인의 아들을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으로 천거했다는 것을 공공연히 떠벌리면서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며 7급으로 뽑아주지 못한 자신이 오히려 그에게 미안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에게 권력은 이미 전쟁 승리의 과실을 나눠 먹는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대통령인데 눈치 볼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대통령과 내가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인데 대통령에게 지인의 취직 자리를 알선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대통령 주변 인물들.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합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의 행태일 뿐 자신들의 태도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블룸버그 통신에서 전망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국가부도 위기 50위 국가 중 47위가 현실로 입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후에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갔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기 역시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가 되기를 많은 국민들이 바라고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여당과 현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소나기는 어쩌면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도, 국민들의 불안이 급증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을 염두에 둔 까닭입니다. 하늘이 어둡습니다. 다시 또 소나기가 쏟아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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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7-1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너무 해요.

꼼쥐 2022-07-17 15: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건 정말 뭐라 말하기도 뭐한...

등대지기 2022-07-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 상황이 답답하네요ㅠㅠ

꼼쥐 2022-07-17 15:40   좋아요 0 | URL
어찌나 답답하던지 만나는 사람들 모두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심정들인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22-07-16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년 나라 다 망하게 생겼어요… 조중동이 바라던 세상인가 싶기도 하고..

꼼쥐 2022-07-17 15:41   좋아요 0 | URL
5년은 고사하고 5개월만 지나도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던 대한민국이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22-07-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예상했던 일입니다. 단지 그 속도가 상상외로 빨리 다가왔다는 것이 놀라울 뿐, 아무리 인간같지 않은 놈이라도 허니문은 있을줄 알았더니...

꼼쥐 2022-07-17 15:44   좋아요 0 | URL
이건 뭐 빨라도 너무 빠른 듯싶습니다. 칼잡이 백정놈을 대통령으로 뽑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한 술 더 뜨는 정치 모리배들이 국민의힘에 포진하여 각자 제 이속을 챙기려고 하는 듯해서 그것 역시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