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아침 등산로의 풍경은 다분히 몽환적이었습니다. 자욱한 안개에 뒤덮인 까닭이었지요. 산자락까지 넓게 점령한 안개는 산을 오르는 이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감탄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도록 강요하는 듯했습니다. 멀리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익숙한 등산로를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옛말에 '밑천이 드러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성격이 표면에 나타나거나 밑천으로 쓰던 물건 또는 돈이 다 떨어져 궁해졌을 때 쓰는 말이지요. 최근에는 그런 근원적인 의미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개인의 능력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될 때 '밑천이 드러났다'며 조롱조로 쓰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제 밑천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만에 말이지요.


국민들은 대통령의 무능과 무지를 비판하는 한편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오만함에 분개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조목조목 반박하면 될 일을 전 정부는 잘했냐며 물타기나 하려고 하니 이게 도대체 세 살배기 어린애의 투정도 아니고... 그런가 하면 지인 찬스로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게 된 사람을 두고 뭐가 잘못이냐며 되려 화를 내는 꼴이라니... 그러니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 강원랜드 시험 합격도 권성동~~"이라는 패러디가 등장하는 게 아니겠는가.


현 정부는 이제 밑천이 다 드러난 셈이니 더 이상 보여줄 것은 없고 큰 사고나 터지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비는 것밖에 달리 할 일이 없을 듯합니다. 이 와중에 사고라도 터지면 사면초가에 처할 테니까 말이지요. 이와 같은 사실을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정부 관계자들과 여당만 모르는 듯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저도 아들을 통하여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에게 천만 원을 후원하라고 할까 봅니다. 그러면 적어도 9급 공무원은 시켜줄 테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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