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처음이지 싶습니다. 바야흐로 성하(盛夏). 지금부터 찬바람이 나는 초가을까지 우리는 무더위와 함께 말매미의 소음도 견뎌야 하는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는 말매미의 울음소리야말로 우리가 여름의 정점을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계절의 경적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복인 오늘, 멀기만 한 가을을 논한다는 게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으로 다소 성급한 기대이겠으나 엊그제 같았던 2022년의 새해가 벌써 반나마 지난 걸 생각할 때, 가을은 이미 우리 곁 한 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을 모른 채 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상당히 보수적인 기업인지라 현재의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들이 다수입니다만, 식사와 같은 가벼운 모임에서는 종종 할 수만 있다면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선을 다시 치르는 게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낫지 않겠느냐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대통령의 역량이나 안팎으로 번지는 소란스러움으로 판단할 때,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나라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은 각자의 이념에 상관없이 누구나가 갖는 공통된 견해인 듯합니다.


게다가 대통령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행태 역시 가관입니다. 자신이 알던 지인의 아들을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으로 천거했다는 것을 공공연히 떠벌리면서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며 7급으로 뽑아주지 못한 자신이 오히려 그에게 미안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에게 권력은 이미 전쟁 승리의 과실을 나눠 먹는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대통령인데 눈치 볼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대통령과 내가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인데 대통령에게 지인의 취직 자리를 알선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대통령 주변 인물들.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합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의 행태일 뿐 자신들의 태도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블룸버그 통신에서 전망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국가부도 위기 50위 국가 중 47위가 현실로 입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후에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갔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기 역시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가 되기를 많은 국민들이 바라고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여당과 현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소나기는 어쩌면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도, 국민들의 불안이 급증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을 염두에 둔 까닭입니다. 하늘이 어둡습니다. 다시 또 소나기가 쏟아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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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7-1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너무 해요.

꼼쥐 2022-07-17 15: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건 정말 뭐라 말하기도 뭐한...

등대지기 2022-07-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 상황이 답답하네요ㅠㅠ

꼼쥐 2022-07-17 15:40   좋아요 0 | URL
어찌나 답답하던지 만나는 사람들 모두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심정들인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22-07-16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년 나라 다 망하게 생겼어요… 조중동이 바라던 세상인가 싶기도 하고..

꼼쥐 2022-07-17 15:41   좋아요 0 | URL
5년은 고사하고 5개월만 지나도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던 대한민국이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22-07-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예상했던 일입니다. 단지 그 속도가 상상외로 빨리 다가왔다는 것이 놀라울 뿐, 아무리 인간같지 않은 놈이라도 허니문은 있을줄 알았더니...

꼼쥐 2022-07-17 15:44   좋아요 0 | URL
이건 뭐 빨라도 너무 빠른 듯싶습니다. 칼잡이 백정놈을 대통령으로 뽑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한 술 더 뜨는 정치 모리배들이 국민의힘에 포진하여 각자 제 이속을 챙기려고 하는 듯해서 그것 역시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