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 - 한 줄 쓰기부터 챗GPT로 소설까지
남궁용훈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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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목적은 각기 다르겠지만 말이다. 짧게는 어떠한 용도의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는 서명에서부터 길게는 장문의 보고서나 장편소설에 이르는 전문적인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그 분량에 있어서도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글쓰기는 평생 이어지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에이, 서명이 뭔 글쓰기야?' 하면서 우리가 하는 원초적인 글쓰기의 행태를 부정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지 모르지만, 프랑스 시인 쥘 르나르가 쓴 '뱀'이라는 시를 보면 "뱀, 너무 길다"가 고작이니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글쓰기에는 너무 많은 편견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유명한 유안진 시인의 시 '옛날 애인'은 '봤을까?/날 알아봤을까?'가 시의 전문(全文)이다.


"글쓰기는 인간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사칙연산과 같은 지식이며 기능입니다. 글쓰기를 예술의 틀에 가둬 놓으니 글 쓰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또한 "내가 무슨 문학이야." 하며 스스로 깎아내렸습니다. 여기까지 괜찮습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겁을 먹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배우는 것 자체를 아예 포기했습니다. 이 책으로 이런 편견을 깨고 비즈니스 글쓰기로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꿈을 성취하세요."  (p.25)


큐레이션 전문작가 남궁용훈의 저서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은 어쩌면 글쓰기에 대한 현대인의 의식을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비즈니스 글쓰기로 인생의 변화를 이뤄낼 방법을 알려준다. 일찍이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저자는 한 줄 쓰기부터 도전하여 변화된 인생과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게 되었다고 하며,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글쓰기 초보자에서부터 전문적인 글쓰기를 추구하는 고난도 작업 수행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글쓰기 종사자가 고민하는 글쓰기 스킬을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줄 저자 자신만의 노하우를 이 책에 적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와 게이밍 의자를 준비하라 같은 내용도 있지만, 핵심 내용은 바른 습관을 지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술 마시는 시간을 줄이고, 식습관을 바르게 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바른 습관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p.196)


나는 사실 비즈니스 글쓰기는 지양하는 편이고, 그럴 만한 계제도 되지 못하지만 십수 년 동안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글쓰기를 통해 뭘 해보겠다는 목표가 없으니 글쓰기 실력이 늘 같은 자리에서 맴을 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름 만족하고 있다. 때로는 글을 쓰는 일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더러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책을 통해서 혹은 경험이나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았던 바를 기록하는 일이 꽤 만족스러운 까닭에 오랫동안 블로그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글쓰기는 나에게 삶의 원동력이자 정신건강의 모체인 셈이다.


"여러분이 글쓰기, 비즈니스 글쓰기를 한다고 해서 당장의 변화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고의 변화로 여러분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쓰기 위해 읽어라, 읽었으면 써라." 고미숙 작가의 말처럼 읽었으면 써야 하고 쓰기 위해 읽어야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고귀한 일은 읽기, 쓰기입니다."  (p.335 'epilogue' 중에서)


사실 어떤 대가나 목표가 없으면 한껏 게을러지는 게 인간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일주일에 한두 편의 서평이나 짧은 글을 쓰는 일마저 거르기 일쑤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글쓰기와 영원히 결별하지 않는 이유는 글쓰기를 통해 내가 알게 모르게 얻는 것이 상당하기 때문일 터, 이 책의 저자가 권하는 것처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심정으로 글쓰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인생에서 완벽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조건이 충족되면 다른 조건이 미진하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한 최적의 순간은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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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우아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 이용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여인은 그게 전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책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 이따금 꼬아 앉았던 다리를 풀어 방향을 바꿔 앉을 뿐이다. 그럼에도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꽤나 불편한 듯 곧게 편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경직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는 듯.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알 길은 없다. 굳이 알고자 하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무례한 방법을 동원한다는 건 현 정권의 정치 모리배들이 하는 짓과 하등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아함은 우아한 대로 남겨둔 채 천박한 인간들을 개선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게 저들과 우리를 구분하는 척도가 될 테니까.


한 국가의 통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그 나라의 경제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권의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을 표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오직 전 정권에 대한 탓으로만 돌린다. 이런 무도한 정권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어느 해병대 장병에 대한 수사마저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공권력을 동원하여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현 정권 들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선생님들의 자살 소식에도 나 몰라라 뒷짐을 진 채 시간만 끌기도 하고, 핵 오염수를 방류한 일본의 천인공노할 만행 앞에서는 국민들을 협박하면서까지 덮어주는 데 열을 올리고, 동해를 일본해로 명명하며 노골적으로 일본 편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 바이든 정권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 항의도 못하고,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투쟁에 앞장섰던 순국선열들을 공산당으로 몰면서까지 친일파들의 후손을 보호하려 하고...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현 정부의 뻘짓 앞에서 우리는 정치의 부재를, 국가의 부재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권 들어 먹고사는 문제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마당에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는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는 국민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그를 대해야 할까. '저런 멍청한 자를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뽑았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오지 않겠나. 우리는 오늘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발인 소식을 뉴스로 접하면서 휴일 오후의 나른함에 슬픔 한 스푼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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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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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이 가득한 하늘이다.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기만 한데 가을을 닮은 하늘에 사람들은 반색하고 있다. 우리네 삶의 시간을 영원히 앞서 가기만 할 뿐 그 시간의 뒷전으로는 영원히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던 여름도 못 이기는 척 순순히 제 자리를 내어주고는 저만치 멀어진 과거로 흩어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부드러운 뭉게구름의 자태가 이쪽 하늘에 가득하다. 여름내 집 안에만 갇혀 살던 사람들을 집밖으로 끌어내려는 심산, 그 유혹의 자태가 뭉게구름에 배어 있는 것이다. 쪽빛 하늘에 꽃처럼 피어나는 구름.


"그 말에 나는 아이처럼 안심했다. 안심 또한,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던 감정이었다. 어렸을 때 잃어버리고, 도루의 죽음으로 손에서 빠져나가 두 번 다시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빼앗아 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주기도 한다. 만남도, 좋아하는 마음도, 소중한 사람도. 전부 빼앗기만 하는 게 아니라 주기도 한다."  (p.291)


세태가 세태이니 만큼 아름다운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름다운 하늘도, 아름다운 꽃도, 아름다운 시도, 아름다운 사람도 그 어떤 대상에도 도통 눈길이 가지 않는다. 마음이 온통 메마르고 팍팍해진 까닭이다. 말랑말랑한 소설 한 편을 읽어도 별 감흥이 없다. 산다는 게 그저 그런 것이려니, 생각될 뿐이다. 이치조 미사키의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를 읽었던 게 벌써 여러 날 전이다. 그럼에도 리뷰를 쓸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하나의 문장에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자신의 감정을 슬몃 얹어 놓을 수 있는 기술이 마치 외계의 언어처럼 혹은 어느 먼 과거의 원시 언어처럼 내가 닿을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쯤으로 여겨졌다.


"나는 내 방식으로 앞으로도 도루를 기억할 것이다. 과거에도 망각에도 넘겨주지 않겠다. 넘겨줄 리가 없지. 단 한 번의 첫사랑이다. 단 한 번의 실연이다. 나의 상처다. 아픔이다. 눈물이다. 전부 나의 보물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것이다."  (p.316)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후속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전작의 여주인공인 히노 마오리의 친구인 와타야 이즈미의 입장에서 쓰였다. 라이트 소설이 늘 그렇듯 책의 분량에 비해 등장인물이나 구성은 매우 단출하다. 전작에서 선행성 기억상실증이 있는 마오리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가미야 도루의 다정함과 성실함에 반해 자신도 모르게 도루를 사랑하게 되었던 와타야는 갑작스러운 도루의 죽음 이후 커다란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채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1년 후배인 나루세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죽은 도루를 잊지 못하고 있던 와타야에게 나루세의 세심한 배려는 오히려 더 큰 슬픔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와타야는 일방적인 이별을 선언한다.


"목표란 건 인생을 심플하게 해 주거든.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신을 잊을 정도로 그 일에 몰입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니까.  그러면 서서히 여러 가지 일이 과거가 되어가지. 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도 잊을 수 있을지  몰라."  (p.212)


와타야와 헤어진 후 나루세는 학교를 1년 휴학하고 자신이 좋아했던 사진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모전 준비에 매진한다. 와타야 또한 가미야 도루의 누나이자 유명 소설가인 기시카와 게이코의 적극적인 권유로 소설을 쓰게 된다. 와타야 역시 자신이 쓴 소설을 공모전 소설 부분에 응모한다. 나루세가 같은 공모전의 사진 부분에 응모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는 수상자 명단에서 와타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사진 부분 수상자인 가미야 도루. 수상 작품명은 '마지막 결빙'. 소설 부문 수상자가 되지 못했던 와타야는 기시카와 게이코의 도움으로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데...


전체주의 체제로 급속히 회귀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 탓에 가슴 한 구석이 빠르게 화석화되는 느낌이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소설을 읽은 후에도 그에 합당한 리뷰를 쓰기도 어렵고, 소설을 읽는 동안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감정에 빠져들기도 힘들다. 무미건조한 독서가 이어질 뿐이다. 가을을 닮은 하늘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비가 온다는데 여전히 푸르기만 한 가을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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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 2012년 도시바가 개발한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진보된 액체 처리 설비)를 통하여 핵 오염수의 일부를 정화했다고는 하지만 ALPS의 명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핵과 관련된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물에 섞인 오염물을 흡착하거나 이온 결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물질에 오염수를 흐르게 하여 물에서 일부 핵종을 제거하는 방식인 ALPS는 그 성능을 다른 나라의 과학자들이 실증적으로 검증한 바도 없는, 한마디로 대용량 정수기일 뿐이다. 적어도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핵 오염수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단순히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방류를 결정한 것이다. 완전한 폐로는 결정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로써 지구 전체의 바닷물은 핵 오염수의 침범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 현실적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었다. 취임해서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신념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과 가장 인접한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대다수가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서 수산물 섭취가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 마당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꼭 다물고 생까는 모습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우리는 이런 비열한 자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그의 통치를 받는 불쌍한 국민으로 전락한 셈이다.


지난 금요일 회사 근처의 한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는데 밑반찬으로 제공된 고등어 튀김에 선뜻 손이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전 같으면 남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밥그릇 위에 제 몫으로 나온 고등어를 잽싸게 옮겨 놓았을 텐데 어제는 그렇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는 순간까지 그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나 역시 반찬으로 제공된 다른 수산물에 젓가락조차 대지 않았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삶에서 해볼 수 있는 기본적인 경험들을 두루 겪어보았던 내 나이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수산물 섭취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암 발병과 같은 두려움은 어떤 연령대든 피해 갈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기형아 출산은 당사자들에게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 계획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가 계속되는 한 남은 내 삶에서 수산물 섭취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핵 오염수 방류로 인해 전에 없던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면 해수욕 또한 꺼려질 터, 날로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 시국에 이 또한 불행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부부는 결혼을 앞둔 자식도 없으니 두 다리 뻗고 잠들 수 있겠지만... 아아, 이 난리를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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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08-26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먹거리의 문제가 아닌 환경,주권,생존의 문제인데, 향후 각국의 핵 오염수 처리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 치욕적인 사건의 멍청한 공범으로 기록될 것 같네요.

꼼쥐 2023-09-03 12:05   좋아요 1 | URL
그럴 듯합니다. 이보다 더 멍청한 짓은 없겠지요. 친일을 넘어 숭일의 단계까지 이른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와 같은 결단과 처사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부끄러울 뿐입니다.
 

말복도 지나 처서가 가까운데 날씨는 여전히 한여름처럼 무덥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도 역시 번잡했던 여름휴가의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에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해의 중간은 언제나 이렇게 넘긴 힘든 고개를 넘어가듯 힘겹기만 합니다. 그에 비하면 소한 대한으로 이어지는 요즘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일은 얼마나 수월한지요. 과거 혹한의 겨울 추위가 길게 이어지던 기억 속의 겨울에 비하면 말입니다.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당신 또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줄 압니다. 대한민국의 국민 대다수가 그럴 테지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대통령 한 명 잘못 뽑는다고 무슨 큰일이야 나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국민들 대부분이 자신의 실수가 얼마나 크나큰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데에는 그닥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은 붕괴되었으며, 국민을 돌봐야 할 정부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대한민국의 공무원 제도는 이제 아이들의 놀이터인 세계 잼버리 대회 하나 치러내지 못할 수준의 보잘것없는 것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자국의 국방 안보를 오직 강대국의 힘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노력은 오히려 안쓰럽기만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힘이 약한 국가는 주변의 힘이 센 국가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뿐 타국의 안보를 마치 제 일인 양 앞장서서 돌봐주는 국가는 없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의 총리였던 요시다 시게루는 재일 한국인을 뱃속 벌레로 취급하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를 신이 내려주신 축복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에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고통을 겪었던 강제노동 피해자의 배상금에 대해 돈만 받으면 됐지 그게 전범기업의 돈이든 한국 기업의 돈이든 무슨 상관이냐며 자국민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천한 역사 인식은 급기야 어처구니없는 광복절 경축사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으로 폄훼하는가 하면 광복절 경축사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분단의 현실을 말하면서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를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어떤 학술적 용어에도 없는 '공산전체주의'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그의 지적 한계이자 무식의 발로였습니다. 그의 논리대로 하자면 군에 입대하는 모든 입영 대상자들에 대해 입대 전 먼저 사상검증을 하고 인권운동이나 진보주의 운동을 한 전력이 있는 젊은이는 모두 현역 대상에서 제외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 반대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진보주의 운동을 한 젊은이는 1순위 징집대상이 되었고, 소위 반공을 주창하던 자들은 부동시네, 담마진이네 하면서 입대에서 제외되었던 것입니다.


1년 전의 과거를 되짚어 보면 우리는 너무나 안일한 현실 인식을 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물론 인간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주변 환경에 지배되는 까닭에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기보다 등 떠밀려 살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는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로 잠에서 깨는 듯하지만 날를 둘러싼 여러 조건들, 이를테면 내가 직장을 그만두면 어찌 될까? 생활비는? 우리 가족은? 등과 같은 여러 조건들에 의해 종국에는 등 떠밀려 출근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순수한 개인 의지인 듯 보이는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주변의 환경에 의해 우리의 의지에 반하는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변의 환경과 자신의 위치를 세밀히 살피지 못하면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결과에 맞닥뜨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겪는 현실처럼 말이지요.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했던 세네카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고 말이지요. 결국 개인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자는 타인의 생각에 지배되는 모르모트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지요.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독서를 하지 않는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키울 만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여유를 확보할 리 없으며, 그런 지도자가 바른 역사관과 바른 현실 인식, 바른 생각과 바른 판단, 그리고 바른 명령과 지시 또는 바른 행동을 할 리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말입니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에게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던 것이 편지의 말미에 이르러 겨우 생각났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당신 역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무능한 대통령 밑에서 어찌할 수 없는 치욕의 날들을 감내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보다 더 많은 임기가 그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디 건투하시길, 그리고 무엇보다도 옥체를 보중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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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8-2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경악할 만한 문제들이 많아서 혼돈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에요.
사회도 눈에 띄게 흉흉해지고요. 책이라는 안식처가 있어 다행입니다.

꼼쥐 2023-08-21 08:13   좋아요 0 | URL
요즘 유행하고 있는 ‘무정부‘, ‘각자도생‘이라는 단어를 현실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렛잇고 2023-08-21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갑갑해요. 이 정부 언제 끝나려나요.ㅠㅠ 끝이 없어보이는 중에 꼼쥐님의 글 넘 후련합니다.

꼼쥐 2023-08-21 19:09   좋아요 0 | URL
힘든 사람들끼리 이렇게 넋두리라도 해야 속이 풀릴 듯합니다. 그러다 보면 임기가 끝나겠지요.

나와같다면 2023-08-2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산주의면 공산주의고 전체주의면 전체주의지 ‘공산전체주의‘란게 뭔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저런 말을 뱉은건지 두렵습니다

꼼쥐 2023-08-21 19:10   좋아요 1 | URL
저도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은 처음입니다. 무식한 것들...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