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조금 늦었다.  사실은 어제까지 이 페이퍼를 작성해야 했는데.  무리한 일정도 아닌데 나는 늘 이렇게 마냥 손을 놓고 있다가 기한이 임박하거나 하루쯤 지났을 때 바쁜 척 서두르곤 한다.  석양이 유난히 예뻤던 오늘, 가을도 이제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14기 신간평가단의 마지막 페이퍼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귀가를 서둘렀었다.  한 달에 두 권의 신간 에세이를 읽고 리뷰를 쓰는 일.  생각해보면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닌데 나는 늘 분주했고, 리뷰의 문장 하나하나를 고쳐 쓸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아쉽다.  어떤 일이든 지나고 나면 아쉬움만 손에 잡힌다.

 

- 14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정유정 작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가의 진짜 모습은 소설에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  소설가의 산문집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적절한 유머를 섞어가며 작가 자신의 민낯을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한 선에서 보여주었던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은 여행 에세이로는 드물게 감동과 웃음을 함께 주었던 기억에 남는 책이다.

 

 

 

 

 

 

 

 

- 14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마지막까지 부실하다는 평을 들을 수는 없어 뭔가 멋진 말을 덧붙이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장미희처럼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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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별세 소식에 애도의 글을 쓴다는 건 좀 낯부끄러운 일이다.

나도 안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써야겠다 맘 먹은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별다른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거나 그의 콘서트에서 특별한 일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이른 나이에 맞는 갑작스러운 죽음은 누구에게나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한다. 뭐, 멋있게 보이고 싶다거나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짓은 아니니까 쓸데없는 오해는 마시길.(오해는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내가 가수 신해철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그가 모 방송국의 라디오 디제이를 맡았던 시기였다. 대중가요 가수라면 으레 '딴따라'로 비하되는 유교주의 잔재가 새끼손가락의 손톱만큼 남아 있던 시기에 그는 단연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사실 그의 노래보다는 빼어난 언변에 먼저 매료되어 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세련된 언어와 물 흐르듯 거침이 없었던 그의 말은 마치 말이 먼저이고 머릿속에서의 생각이 천천히 뒤따르는 것처럼 보일 만큼 달변이었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과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고 호불호로 분명히 갈렸던 게 사실이지만, 나는 그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가 맘에 들었다.

 

사실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못하거나 자신의 소신과 베치되는 말로 어물쩡 넘어가는 것보다는 돌을 맞더라도 할 말은 하는 게 더 멋있어 보인다.( 한 100배쯤) 그의 생전 노무현 대통령 추모 공연에서도 자신은 가해자라며 그 때문에 영전에 담배 한 대 바치지도 못했고 조문도 못 했으며,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어서 노래라도 드리러 왔다고 했다. 여전히 '딴따라' 같은 연예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그는 특별했고, '마왕'이나 '교주'로 불릴 만큼 당당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그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을 슬픔에 젖게 했다.(물론 그 와중에 악플을 다는, 자신의 찌질함을 드러내는 일베스러운 짓거리를 하는 자들도 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고, 앞으로 그의 말과 노래들은 한 줄의 점선을 긋듯 띄엄띄엄 이어지다가 언젠가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이 무한히 길어질 때가 되면 처음부터 여백이었던 듯, 빈 허공이었던 듯 잊혀질 것입니다. 박제가 된 그의 말들이 유리창 밖에서 소리도 없이 흔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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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한민국은 이제 국가 존립의 근거마저 상실했구나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더군요. 속에서 열불이 날까봐 나는 일부러 한동안 뉴스와는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뉴스를 보니 지난 정권에서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천문학적인 혈세를 탕진하여 국고를 바닥내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부족한 국고를 메우기 위해 자동차세,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인상하고, 그에 더하여 지하철 및 버스 요금 인상,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상하수도 요금 인상 등 각종 공공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하더군요.

 

세월호 사건과 판교 사고에서 보았듯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고 오직 정권 재창출에만 혈안이 된 정부. 빚더미에 앉은 국민의 생활을 도외시한 세금 정책을 펴는 정부, 과연 이 나라가 국민을 위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을지요. 국가의 존립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도, 국민의 재산도 지켜주지 못합니다. 국민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대북 전단 살포에도 국가는 수수방관입니다. 다만 대통령의 체면에 손상이 가는 전단 살포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체면은 국민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것을 위해 정부의 권력기관이 다 동원된 셈입니다. 국민 전체를 감시하고 사찰하는 데 검찰과 경찰이 동원되는가 하면 이를 비난하는 국민들은 종북, 빨갱이로 매도합니다. 연산군의 폭정이 이보다 더했을까요.

 

당신의 인내력은 어디까지인가요? 나의 인내력은 또 어디까지 일까요? 국민 모두에게 일일이 묻고 싶은 요즘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인내력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보도를 걷는 행인의 축 처진 어깨를 볼 때마다 괜스레 눈물이 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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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이게 끝나면 저걸 해야지.'생각하다가도 잠시 다른 일을 할라치면 금세 잊어버리고는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 멍하니 서 있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때마다 나는 나이 탓이려니 생각하면서도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기억력 좋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물론 깜박깜박하는 일은 대체로 그닥 큰일은 아니고 사소하면서도 가벼운 일들인지라 다행이긴 하지만 조금 불편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 나름 열심히 메모도 하지만 그때그때 떠오르는 일들을 다 적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어떤 일을 해야지 떠오를 때마다 미루지 않고 즉시 처리하자는 규칙을 세웠다.  이것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예컨대 '오늘은 손톱을 깎아야지.생각했으면 바로 일어나 손톱깎기부터 찾는 식이다.  예전 같으면 머릿속에 생각만 넣어 둔 채 소파에 누워 뭉그적대거나 멀뚱히 TV 화면을 지켜보면서 마냥 지체했었다.  그래도 잊어먹는 법은 없었다.  물론 그랬으니 마냥 미루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어떤 일을 계획했다가 사정이 생겨 지금 당장 처리하지 못할 경우에만 메모를 한다.  '사람의 몸이란 게 참으로 오묘하구나!', 하루에도 서너 번쯤 감탄하곤 한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흐려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나처럼 많이 움직이라는 뜻인가 보다.  나이가 들수록 앉거나 눕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억력을 조금쯤 떨어뜨렸구나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어려서 반짝반짝 빛나는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흐려지게 마련이다.  조금도 가만 있지를 못하는 어린 시절에는 조금쯤 일을 미루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움직이라는 뜻일 게다.  책을 읽다가도 저자의 이름을 금세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메모를 하지 않은 탓이다.  많이 적고, 많이 움직이는 것은 나이 든 사람의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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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이다. 도시에 살고 있으니 다른 농작물의 작황은 알 길 없지만, 매일 아침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서 간밤에 떨어진 도토리들이 조약돌처럼 흩어져 있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보게 된다. 내가 다니는 등산로에는 참나무가 특히 많다. 상수리 나무며 갈참나무, 이따금 보이는 굴참나무까지. 그러나 작년에는 태풍 탓이었는지 가을이 다 가도록 이렇게 많은 도토리를 본 적이 없었다.

 

이제 막 도토리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무렵, 올 겨울에는 산 속 짐승들이 먹을 것 걱정없이 지낼 수 있겠거니 좋아했었다. 그러나 웬걸, 하루가 멀다 하고 도토리 줍는 인파가 늘어나더니 어찌나 헤집고 다녔는지 온 산이 운동장처럼 변해버렸다. 숲의 관목들이 밟히고 부러지는 건 예사고 쌓였던 낙엽도 사람들의 발길에 부숴지고 다져졌다. 정말 화가났다. 어찌 이럴 수가...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며칠 전부터 등산로에 떨어진 도토리들을 주워 등산로에서 멀리 던지곤 하였다. 어찌나 여러 번 던졌는지 어깻죽지가 결릴 지경이었다. 내가 숲으로 던진 도토리들을 어느 악착같은 사람이 발견하여 그마저도 다 주워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맘이 편치 않을 듯 싶었다.

 

내가 찾는 등산로 초입에는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나무 계단이 있다. 시에서 만들어 놓은 계단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사람들은 계단보다는 계단 주변에 심어 놓은 어린 벚나무 묘목 사이로 지나다니곤 하였다. 그 바람에 새로운 등산로가 생긴 셈인데 이게 영 마뜩지 않았다. 한두 명 지나다니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수많은 등산객들이 밟아대면 땅이 금세 굳어지고 이내 벚나무의 뿌리가 드러날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보다 못한 나는 근처의 묘지 주변에 베어 놓은 아까시 나무를 끌어다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막아 놓았다. 그러나 주말의 휴일이 지나고 나면 내가 옮겨 놓은 아까시 나무가 저만치 치워지곤 하였다. 나는 또 다시 옮겨 놓았고.

 

내가 이렇게 하는 데에는 어떤 도덕적 이유 때문이라거나 우리의 환경을 후대에 물려줘야겠다는 등의 거창하고도 윤리적인 목적, 또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라기보다는 내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다. 나는 정말로 산을 좋아하고, 그런 까닭에 적어도 내가 보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더 오래도록 보고 싶은 강한 욕심이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모처럼 비가 내렸다. 가을비라고 하기에는 요란한.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호젓하게 걸었고 유난히 많은 도토리를 숲으로 던지느라 예정보다 오래 걸렸다. 사람들의 욕심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욕심은 정말 무서운 데가 있다. 도토리를 주워다 무엇에 쓰려고 하는지 요즘은 남자들도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른다.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는 일 년에 20~30만 마리의 다람쥐를 잡아 외국에 수출한 적이 있었다.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몸에 좋다는 이유로 개구리와 뱀의 씨를 말리기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집에 쌀밥을 두고 개사료나 개껌까지 넘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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