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별세 소식에 애도의 글을 쓴다는 건 좀 낯부끄러운 일이다.

나도 안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써야겠다 맘 먹은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별다른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거나 그의 콘서트에서 특별한 일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이른 나이에 맞는 갑작스러운 죽음은 누구에게나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한다. 뭐, 멋있게 보이고 싶다거나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짓은 아니니까 쓸데없는 오해는 마시길.(오해는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내가 가수 신해철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그가 모 방송국의 라디오 디제이를 맡았던 시기였다. 대중가요 가수라면 으레 '딴따라'로 비하되는 유교주의 잔재가 새끼손가락의 손톱만큼 남아 있던 시기에 그는 단연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사실 그의 노래보다는 빼어난 언변에 먼저 매료되어 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세련된 언어와 물 흐르듯 거침이 없었던 그의 말은 마치 말이 먼저이고 머릿속에서의 생각이 천천히 뒤따르는 것처럼 보일 만큼 달변이었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과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고 호불호로 분명히 갈렸던 게 사실이지만, 나는 그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가 맘에 들었다.

 

사실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못하거나 자신의 소신과 베치되는 말로 어물쩡 넘어가는 것보다는 돌을 맞더라도 할 말은 하는 게 더 멋있어 보인다.( 한 100배쯤) 그의 생전 노무현 대통령 추모 공연에서도 자신은 가해자라며 그 때문에 영전에 담배 한 대 바치지도 못했고 조문도 못 했으며,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어서 노래라도 드리러 왔다고 했다. 여전히 '딴따라' 같은 연예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그는 특별했고, '마왕'이나 '교주'로 불릴 만큼 당당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그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을 슬픔에 젖게 했다.(물론 그 와중에 악플을 다는, 자신의 찌질함을 드러내는 일베스러운 짓거리를 하는 자들도 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고, 앞으로 그의 말과 노래들은 한 줄의 점선을 긋듯 띄엄띄엄 이어지다가 언젠가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이 무한히 길어질 때가 되면 처음부터 여백이었던 듯, 빈 허공이었던 듯 잊혀질 것입니다. 박제가 된 그의 말들이 유리창 밖에서 소리도 없이 흔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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