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딴짓'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딴일'을 하고 있나요?

 

언제부턴가 저는 '딴짓'과 '띤일'을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같은 의미라구요?  그럴 리가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들이 '딴짓'을 하면 천재가 되지만,

'딴일'을 많이 하면 바보가 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이런 것이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는 연인이 멀리서도 서로를 그리워 하고 있다면

그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몸이 멀어진 것과 함께 마음도 멀어졌다면

그들은 이미 사랑과도 멀어진 것이겠지요.

 

눈치채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딴짓'은 우리가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생각은 그 문제에 그대로 둔 채 몸만 움직이는 것이죠.

그러나 '딴일'은 경우가 아주 다르죠.

이미 우리의 관심은 그 문제에 있지 않고 새로운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천재들의 경우 '딴짓'은 일상적인 행위였습니다.

문제가 안 풀릴 땐 언제나 '딴짓'을 했었죠.

그러나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은 언제나 '딴일'을 합니다.

 

삶은 수많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시로 '딴짓'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를 다 해결할 때까지 '딴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딴짓'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딴일'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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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8-1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잘 배우고 갑니다.

전 딴짓을 하고 있네요.ㅋㅋㅋ

꼼쥐 2013-08-14 20:33   좋아요 0 | URL
딴짓을 하고 있는 하늘별님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이겠죠. ^^
 

알라딘 서재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치 제 생일처럼 기쁘군요. 알라딘 서재에는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아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곤 합니다. 이렇게 알찬 자리를 마련해 주신 알라딘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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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는 집과 가까운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폭염을 피해 떠밀려온 피난민처럼 그 시각에도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다.

습습한 바람이 턱밑을 문지르며 지나갈 때에도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어느 곳으로 숨어든다 한들 이 더위를 피하기는 아마 어려우리라는 답답한 생각이 거듭거듭 밀려올 뿐이었다.

 

피난민 행렬과 같은 그들 무리에 섞여 도서관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히기에는 조금 힘겨운 듯 보였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 책에 빠져들 즈음에는 그럭저럭 땀도 잦아들고 있었다.  어쩌면 도시에서의 도서관은 더위나 추위를 피해 달아날 수 있는 섬과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도서관 로비에는 가족인 듯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물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더위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었을 터, 턱까지 차오른 더위를 간신히 밀어내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몰려왔다.

 

집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바람을 쐬며 나른한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 더 컸다.  주말부부로 사는 내가 혼자뿐인 집에 에어컨을 틀어 도시의 열기를 더한다는 것은 내 알량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이따금 홀로 있는 집에 전등을 환하게 밝히는 것조차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왠지 미안하다.

 

정유정의 <마법의 시간>을 다 읽고 일어설 즈음, 도서관도 때마침 문을 닫을 시간이었던지 사람들은 도서관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늦은 시각에도 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훅 끼쳤다.

밤을 잊은 말매미 소리가 비듬처럼 하얗게 일었고, 피난처를 잃은 사람들이 공원 분수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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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처럼 한차례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나는 생각을 멈추고 빗물이 깊게 주름져 흐르는 창유리를 맥없이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소나기는 그 짧고 역동적인 행위로 긴 침묵을 가르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순한 양처럼 그렇게 침묵하고 있었으니까요.

세찬 빗줄기의 무지막지함이 사진 속 고요처럼 여겨지는 것을 보면

역설 속에 진리가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그 짧았던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니 말입니다.

비는 멈추었습니다.

물동그라미처럼 잔상만 아른거립니다.

습한 더위가 몸을 휘감을 때까지 다들 그렇게 고요와 함께였습니다.

찰나의 고요 속에는 펄떡이는 일상이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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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처음' 또는 '첫-'이라는 말은 언제나 설레임과 흥분으로 사람을 달뜨게 한다.

13기 신간평가단!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더위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

더위를 잊고 오롯이 책에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고 싶다.

 

 

생일 선물로 책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책장의 여백에 서툰 마음을 글씨로 담아 낯을 붉히며 수줍게 건네주던 순수의 시절을 기억한다.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많았던 시절, 남는 것보다는 부족한 게 많았던 시절이었다.  퀴퀴한 곰팡내가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낡고 오래된 책에서는 그 시절의 냄새가 난다.

 

 

 

 

 

 

 

 

성석제의 책을 읽으면 어느 순간 마음의 주름이 활짝 펴지곤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 성석제의 글은 그래서 좋다.  우울하거나 깊이 가라앉는 기분은 그의 글에서 읽을 수 없다.  어쩌면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그의 글은 분명 다를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를 읽은 적이 있었다.  단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그곳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딱히 '이것이다'말할 수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련한 향수처럼 남았다.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의 번역본을 여러 권 읽었지만 정작 그의 책은 기억에 없었는데, 그가 청춘을 보냈던 프로방스를 노교수가 되어 다시 찾아 감회와 여정을 책으로 엮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나의 학창시절은 헤르만 헤세의 '계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고민하고, 그로 인해 아팠고, 밤잠을 설치며 한동안 서성였던 기억.  헤르만 헤세는 내게 그런 작가였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는다는 것은 내게는 청춘의 시원을 더듬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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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꼼쥐 2013-08-06 09:00   좋아요 0 | URL
아~~그랬었네요. ^^
고맙습니다. 임시저장을 했다가 이어 썼더니 그렇게 되었나봐요. ㅎㅎ

2013-08-06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6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즈 2013-08-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기 신간평가단 안정숙 엘리사벳입니다.
황망하게도, 이렇게 먼저 찾아주신 덕분에 요란한 천둥과 번개, 소나기가 지나가고 매미 소리만 남은 오후, 즐겁게 시작했습니다.

막상 첫 임무를 시작하려니까 이 수많은 작가들 책 기획자들 중에 몇 가지를 고른다는게 무척 어렵더군요.
꼼쥐님께서 격려해주시니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보니 무척 많은 글들이 있어서 즐겨찾기를 해두었어요.
시간 날 때 틈틈히 읽고 가겠습니다.

남은 여름,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며.
어떤 도서가 선정될지 두근두근 하는 맘으로.

안정숙 엘리사벳 드림.

꼼쥐 2013-08-06 19:27   좋아요 0 | URL
엘리 사벳은 세례명인가요?(궁금해서 말이죠. 제 세례명은 라파엘인지라)
되도록이면 읽었던 책의 리뷰는 기록으로 남기자고 생각한 탓인지 낙서 수준의 글들만 가득하답니다. 저도 즐겨찾기를 해두었으니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

세실 2013-08-0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묘약이 겹치네요~~~ ㅎㅎ

꼼쥐 2013-08-08 12:39   좋아요 0 | URL
네~~왠지 끌리는 마음이 세실님과 같았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