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는 집과 가까운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폭염을 피해 떠밀려온 피난민처럼 그 시각에도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다.
습습한 바람이 턱밑을 문지르며 지나갈 때에도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어느 곳으로 숨어든다 한들 이 더위를 피하기는 아마 어려우리라는 답답한 생각이 거듭거듭 밀려올 뿐이었다.
피난민 행렬과 같은 그들 무리에 섞여 도서관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히기에는 조금 힘겨운 듯 보였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 책에 빠져들 즈음에는 그럭저럭 땀도 잦아들고 있었다. 어쩌면 도시에서의 도서관은 더위나 추위를 피해 달아날 수 있는 섬과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도서관 로비에는 가족인 듯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물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더위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었을 터, 턱까지 차오른 더위를 간신히 밀어내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몰려왔다.
집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바람을 쐬며 나른한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 더 컸다. 주말부부로 사는 내가 혼자뿐인 집에 에어컨을 틀어 도시의 열기를 더한다는 것은 내 알량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이따금 홀로 있는 집에 전등을 환하게 밝히는 것조차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왠지 미안하다.
정유정의 <마법의 시간>을 다 읽고 일어설 즈음, 도서관도 때마침 문을 닫을 시간이었던지 사람들은 도서관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늦은 시각에도 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훅 끼쳤다.
밤을 잊은 말매미 소리가 비듬처럼 하얗게 일었고, 피난처를 잃은 사람들이 공원 분수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