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에서 난 화재는 인적, 물적 피해와 함께 이를 지켜본 국민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사건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쿠팡의 성장세는 놀라웠지만, 그에 비해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았던 게 사실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기업이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말이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던 택배 기사들이 목숨을 잃고 하나 둘 사라지더라도 기업이 현행법을 어긴 게 아니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비정한 논리. 그렇다면 쿠팡의 소비자이자 쿠팡 노동자들의 이웃일 수 있는 우리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그저 맥 놓고 바라보아야만 하는가. 그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할 짓인가. 우리는 과연 자신의 양심과 시민의식에 비춰 한 점 거리낌도 없었을까.

 

화재현장에서 실종됐던 소방관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뉴스 속보를 통해 들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그는 결국 화마 속에 묻히고 말았다. 어쩌면 그것은 돈과 탐욕이라는 자본주의 불길이 누군가의 생명을 불쏘시개 삼아 훨훨 타올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OECD 산재 사망률 1위인 대한민국 노동 현실의 초라한 성적표는 수술실 cctv 설치만큼이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화재현장의 불길처럼 뜨거워졌다. 나는 쿠팡 노동자들의 죽음을 접하면서부터 쿠팡과의 거래를 완전히 끊었다. 나 한 사람쯤이야 쿠팡의 전체 매출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겠지만 나는 적어도 내 양심에 비추어 그들의 희생을 나의 편리와 맞바꿀 수 없었다. 목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그들의 희생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악이란 뿔 달린 괴물처럼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언제나 우리 가운데 존재하는 진부하고 평범한 것"이라는 아렌트의 말을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요즘, 투명한 여름 햇살이 가난한 이의 살갗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어느 기업가의 비열한 눈동자에 깃든 탐욕의 덩어리를 태울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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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1-06-20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지지난주부터 시작된 밤꽃의 개화는 비가 오락가락했던 지난 한 주 동안 오롯이 그 향기를 더하더니 이번 주에 들어서는 숫제 온 산이 밤꽃 천지이다. 뽀얗고 보송보송한 솜털이 마치 여우꼬리를 닮았다고 하는, 이맘때의 산은 온통 비릿한 밤꽃 내음 가득한 그야말로 밤꽃 세상이다. 그러나 이 순간도 지나고 나면 아주 잠깐, 삶의 마지막엔 언제나 한평생이 마치 순간처럼 짧았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매 순간이 일장춘몽이요,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리움인 것을...


방랑식객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임지호 자연요리연구가가 오늘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향년 65세. 방송에서 언제나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그였기에 갑작스러운 비보에 그저 황망할 뿐이다. 우리는 이런 비보를 접할 때마다 '아,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숙연해지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죽음은 영원히 도래하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며칠 전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 모 부장판사가 판시한 판결문의 내용을 읽어보면 과연 이 자가 대한민국의 판사가 맞는지, 아니 그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그런 판결문을 써 내려갔는지, 일제에 의한 우리나라 국민의 수난사를 그는 과연 알고 있기나 한 건지 논리도 없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문구로 사람들의 화를 돋웠다. 어쩌면 그는 대한민국의 역사 대신 일본 우익이 펴낸 일본의 역사를 배워왔는지도 모른다. 100년도 안 되는 짧디 짧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니 그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양심과 인류애를 저버린 채 그런 어리석은 판결을 했을까.


이번 주가 지나고 다음 주가 되면 흐드러진 밤꽃도 지고 세상은 다시 초하(初夏)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겠지. 세상은 그렇게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복잡함을 향해 달려간다. 김 판사도 어쩌면 세상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기 위해 그런 말도 되지 않는 판결을 내렸던 건 아닐까. 세상이 너무 차분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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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 사는 여동생의 지인 한 명과 길게 통화한 적이 있다. 대학에서 시스템 공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을 공부했다는 그는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꼭 한 번 한국에 오고 싶다는 젊은이(?)였다. 미국은 이미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이 다수이고 팬데믹 상황도 조금씩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는지라 그는 적어도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출국에 필요한 각종 서류며 준비물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한국의 제반 사정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런 까닭인지 그의 질문은 아주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길게 이어졌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한국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던 그는 갑자기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던 한국 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길게 풀어놓았다. 미국의 백인 가정에서 태어나 줄곧 미국에서 성장했다는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세세한 정보도 비교적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우리 대통령의 전력(前歷)으로 인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기에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끝난다고 했더니 무척이나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이제 막 시작한 줄 알았다며 못내 아쉬워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질문은 자연스레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이어졌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에 선두를 달리는 두 사람이 법조인 출신이라고 하자, 게다가 그중 한 분은 전직 검찰총장이라고 하자 흠칫 놀라는 듯했다. 전 세계적으로 검사 출신이 대통령 후보가 된 유례가 없지 않으냐고, 자신의 상식으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한국에 아무리 인재가 없기로서니 검사 출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인 즉 검사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의심하는 직업인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공작정치는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기 위해서는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듣고 보니 충분히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아시아의 작은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새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내년에 그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에서 과연 어떤 대통령을 보게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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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믿는다. 나이가 들수록 육체적 기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 역시 퇴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화' 혹은 '늙음'만으로 모든 노인을 '애'로 폄훼할 수는 없다. 거기에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역정 혹은 신에 대한 분노가 더해지는 까닭에 고집스럽고 성질 사나운 전형적인 '노인 애'의 모습이 추가적으로 더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늙음에 대한 겸허한 받아들임 또는 수용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들로부터 노인 다움에 대한 적절한 존경이나 대우를 받지는 못할망정 알 수 없는 대상(신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에 대한 투정이나 자기부정(여전히 늙지 않았다고 믿는)을 일삼음으로 인해 젊은이들로부터 '애'(보다 못할 수도 있는)와 같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결국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느 것 하나 성한 게 없는 시기를 겪게 마련이다, 게다가 기대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가 '애'로 살아야 하는 기간은 점점 늘어만 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애'가 되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경험보다는 사적인 경험이 많은 '노인 애'로 살아간다는 건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사회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사회 구성원들과 융합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사사건건 부딪히고 갈등을 일으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경험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것 또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30대의 이준석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는 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정치는 결국 '애'가 아닌 '성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성장기에 있는 '애'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노인 애'의 시기에 접어든 노인에게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게 국가의 미래를 위해 옳은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를테면 80세든 83세든 국민적 합의가 있는 선에서 그 이상의 고령층에게는 정치적 은퇴 혹은 안식년의 차원에서 배려를 하는 게 어떨까 하고 말이다. 자신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전승하고 싶다면 자문이나 조언으로도 충분할 텐데 굳이 본인이 직접 정치 전면에 나서거나 투표장에 간다는 건 번거롭지 않겠는가. 그런 번거로운 일을 굳이 하겠다고 나서는 청개구리 영신이 붙은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며칠 동안 비가 내려 선선하던 날씨는 쨍하고 해가 나면서 초여름 날씨처럼 더워졌다. 산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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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은 듯하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비가 내리는 통에 기분도 우울하고 몸도 찌뿌듯한 게 영 개운치가 않다. 코로나 정국으로 가뜩이나 심란한 터에 날씨마저 우중충하니 절로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작은 일에 감정을 폭발했다가는 '꼰대'라는 낙인을 면키 어렵거니와 어린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영 면이 서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무뎌지는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평소보다 아침 산책 시간을 조금 늘렸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조금 앞당겼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인천의 모 병원에서 대리수술로 의심되는 정황이 여럿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사실 이런 의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외과 수술실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술실은 마치 어느 자동차 정비 공장의 공구를 모두 옮겨다 놓은 듯 망치 등의 익숙한 공구들도 보이고, 듣도 보도 못한 최신 장비들도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최신 장비들은 의사들도 손에 익지 않은 까닭에 판매 사원들로부터 사용법을 배우고 익혀 손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적인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외과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수술을 미루고 돈도 되지 않는 모의 시술을 반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장비를 다루는 데 익숙한 판매 사원을 수술에 참여시키고 의사는 그저 수술실 참관자로 참여하는 게 백 번 수월한 일인 것이다. 그러한 일은 비단 외과의사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약이 쏟아져 나오는 작금의 현실에서 의사들 역시 신약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처방을 고심해야 하지만 하루에 많게는 수백 명의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잠을 줄여가며 신약을 검색하고 열정적으로 공부에 매진하는 의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러니 학창 시절 자신이 배웠던 약만 주야장천 처방하는 게으른 의사가 속출하는 게 아닌가. 이런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마도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일 테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악을 쓰는 까닭에 상황이 개선되길 기대한다는 건 요원해 보인다.

 

대리수술을 색출하고 이에 관련된 의사와 대리 수술자들을 재판에 넘겨 본들 별반 실효성도 없다는 걸 뻔히 아는데, 게다가 대리수술로 환자가 죽어나가도 의사는 그저 가벼운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실형을 받더라도 3년이 경과하면 다시 의사 면허를 갱신할 수 있으니 피해를 본 환자만 억울할 수밖에. 이런 억울함을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건강을 자신이 돌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부디 건강하시라.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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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5-27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제를 잘 지적하신 글입니다.

꼼쥐 2021-05-28 16: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05-27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 모두 아프지 말아요. 내 몸의 주인은 의사가 아니라 나 자신이니까 내 몸을 더 아껴줍시다!

꼼쥐 2021-05-28 16:16   좋아요 1 | URL
코로나 정국을 길게 겪으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건강은 결국 의사가 지켜주는 게 아님을 깊이 깨닫곤 하지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