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 사는 여동생의 지인 한 명과 길게 통화한 적이 있다. 대학에서 시스템 공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을 공부했다는 그는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꼭 한 번 한국에 오고 싶다는 젊은이(?)였다. 미국은 이미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이 다수이고 팬데믹 상황도 조금씩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는지라 그는 적어도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출국에 필요한 각종 서류며 준비물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한국의 제반 사정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런 까닭인지 그의 질문은 아주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길게 이어졌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한국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던 그는 갑자기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던 한국 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길게 풀어놓았다. 미국의 백인 가정에서 태어나 줄곧 미국에서 성장했다는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세세한 정보도 비교적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우리 대통령의 전력(前歷)으로 인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기에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끝난다고 했더니 무척이나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이제 막 시작한 줄 알았다며 못내 아쉬워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질문은 자연스레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이어졌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에 선두를 달리는 두 사람이 법조인 출신이라고 하자, 게다가 그중 한 분은 전직 검찰총장이라고 하자 흠칫 놀라는 듯했다. 전 세계적으로 검사 출신이 대통령 후보가 된 유례가 없지 않으냐고, 자신의 상식으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한국에 아무리 인재가 없기로서니 검사 출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인 즉 검사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의심하는 직업인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공작정치는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기 위해서는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듣고 보니 충분히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아시아의 작은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새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내년에 그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에서 과연 어떤 대통령을 보게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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