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을 리뷰해주세요.
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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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나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떠울렸다.
인생은 앞을 보고 살아야 하고 뒤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라는...

1755년 지진이 일어나기 전 리스본의 묘사에서 시작하여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리스본의 복구(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로 끝을 맺는 이 한 권의 책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재난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한 사회가 재앙을 해석하고 혼란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회가 지닌 통념과 편견, 희망, 공포를 읽을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의도치 않게 발생된 재난과 그 재난을 극복하려했던 한 인간에 의해 역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 나가는가를 보여준다.

재앙으로 리스본은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재앙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기도 했다. 건전한 의심과 이성이 독단적인 종교 교리를 대신 했으며 하느님의 섭리라는 이름으로 주입된 체념적 삶은 인간이 자유롭게 개척하는 주체적 삶에 자리를 내주었다.

가장 독실하나 부패한 상업도시 중 하나인 리스본에서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만성절에 일어난 대지진은 한 시대를 통해 도시가 쌓아올린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야말로 이해불가능한 자연의 힘앞에서 인간이 세운 역사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간에 세운 모든 역사가 폐허가 된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역사를 내다보는 또 다른 한 인간이 있었다.

카르발류는 이렇게 쓰고 있다. "정치를 통해서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 한 제국의 운명을 바꾸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때로는 이런 자연재해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재해를 통해 제국을 갉아먹는 노후한 제도들이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포르투갈 전역이 황폐해지고 도시들이 파괴된 것을 우리들의 몽매함을 일깨우고 국가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재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눈앞에 두고, 재앙이 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아마도 진실로 그는 그렇게 믿었을 것이고, 그 믿음이 결국 그가 말하는 발전,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가져오도록 했을 것이다. 역사의 새로운 장에서 나타나는 이런 비범한 사람들을 보면 이게 정말 우연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또 생각을 바꾸어 보면,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들이 역사의 전환을 위해 주어졌음에도 그러한 인물이 없었기에 지나쳐갔을런지도 모른다. 또한 어떠한 시대가 수많은 모순을 겪고 있을 때, 그 모순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은 어쩌면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어떤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 재앙은 그들에게 기회였을 것이다.

 

카르발류는 독재자였다. 그러나 계몽적인 독재자였다.
카르발류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기록은 많지만 그는 권력 자체를 위해 권력을 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카르발류에게 권력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구태의연한 가톨릭 교회와 경직된 신앙에 길들여진 무기력한 포르투갈 사회와 개혁(정치, 사회, 종교적)에 반발하는 완고한 귀족 계급에 꿋꿋하게 대항했다.
카르발류의 유일한 야심은 포르투갈을 근대국가로 개혁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카르발류는 동시대 역사가인 안토니우 히베이루 두스 산투스의 말처럼 역설적이게도 '포르투갈을 계몽시키는 동시에 속박하려 했다.' 그래서 그는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다시 한 번 키에르 카고르의 말을 떠올린다. 인생은 앞을 보고 살아야 하고 뒤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 1755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리스본과 그 폐허 위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었던 한 사람. 이를 통해서 이해한 역사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폐허 위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었던 그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다. 하지만 전제적 권력이라는 수단으로 새 시대를 이끌어낸 그는 과거의 사람이다. 그의 목표는 미래의 것이지만 그의 수단은 과거의 것이고, 이것이 그의 그 시대의 한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한계는 지금 우리 시대 누군가에 의해 다시 극복될 것이고, 또 새로운 한계를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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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리뷰해주세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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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이 책을 시작하는 카를 바르트의 이 말은 지금 왜 우리가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렇다. 이 책은 새로운 결말을 맺기 위해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의학용어인 트라우마는 지금은 꽤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정확한 의미에 대한 이해가 있건 없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또 심증적으로 어떠한 것이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당신은 트라우마가 있습니까? 혹은 당신의 트라우마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트라우마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 번도 스스로의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면 지금의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에릭 호퍼

하지만 아마도 우리들 대다수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로 인해 상처받았고, 또 여전히 그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할 뿐...
우리가 우리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거나 인식하기 어려운 것은 그 트라우마의 원인이 자신에 의한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나약함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것이든, 아니면 상대방과의 공감이든 이해야 말로 치유의 진정한 시작이며, 실제 상처 치유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라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상처 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상처에 대한 이해도,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노력도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트라우마의 고통을 극복하려면 고통스러운 자극을 다루어나가려 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 시작이 되는 것이다.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강한 정신과 용기를 가져라고.. 그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강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헤리S. 트루먼 

똑바로 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똑바로 보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바꿀수가 없다-제임스 볼드윈


영화 씨인사이드에서 주인공 라인은 전신마비의 상태로 누군가의 도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10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는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믿으면서 용기를 갖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다. 그의 죽음은 우리의 삶이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대변해주면서 말이다. 삶이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에게는 수많은 선택이 준비되어있는 것이다.

그곳을 빠져나가는 최선의 방법은 그곳을 거쳐 가는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일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앤디워홀

그렇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면 이제 우리는 권리로서의 삶을 선택해나가야 한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트라우마와의 한 판 승부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권리로서의 삶, 그 자체를 누리기 위해서 말이다.

아마 우리는 우리 삶의 긍정적인 요소들에 대해 쉽게 지나치고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긍정적 요소들을 우리 앞에 꺼내 놓아야 한다. 그것들은 지금부터 치뤄야할 트라우마의 한 판 승부에 중요한 무기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만약 무엇이 우리 삶의 긍정적 요소인지, 아니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의 작은 영웅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려보자. 그는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오로지 현재에서 행동한다. 그는 우리들이 잊고 혹은 모른채 살았던 삶의 초콜릿 상자와도 같은 순간이 우리 삶에도 있음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만약 그래도 여전히 두렵다면 니체의 이 말을 한 번 떠올려보자. 자신을 죽일 정도로 엄청난 것이 아닌 이상, 고난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통해 그것이 견딜 수 있는 인생의 아픔이 되어갈 때 우리 인간은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보다 더 깊이 있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수는 있는 것이죠.

나에게도 나 자신을 괴롭히던 트라우마가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또 다시 나를 힘들게 했다. 아마도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은 '그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었다'라는 자책하는 믿음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얘기했을 때 혹시라도 질책당하거나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고백에 가족들은 당황했었고, 그리고 어린 나보다 더 상처받았고, 그리고 나를 감싸 안아줬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여전히 내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어린 시절 그 때처럼 외롭거나 두렵지는 않다. 그렇다 나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영화 [미스리틀 선샤인]에서 이야기하는 모자라고 평범하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나만의 작은 승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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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를 리뷰해주세요.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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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반복되는 '왜'라는 물음에 한 두번 대답하다 언제나 그건 원래 그런거야라고 얼버무리며 다른 화제를 찾곤한 경험이 꽤나 많았다.
알고 있는 누군가는 연속적으로 세 번이상 지속된 '왜'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천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왜"라는 물음에 당황을 한 것은 답을 모른다는 사실때문이 아니라 한번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왜'라고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어린 시절 나도 그런 질문을 분명 누군가에게 했을테지만 언제부턴가 '왜'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때로는 강요에 의해서, 때로는 스스로 피곤하다는 생각에..

베토벤이 자신의 악보에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라고 써 놓았다는 일화를 읽으면서, 그 속에 생략된 이야기들에 대해서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야만 하는가?와 그래야만 한다 사이에 있었을 그 고통스러운 고민의 흔적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난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일들을 나의 생각과 판단없이 그저 받아들여 오고 있었을까? 그래야만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적이 도대체 있기는 했던걸까... 누군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말하는 일들에 대해서 왜라고 스스로 먼저 의문을 제기해본적이 언제였을까.. 그런 자신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혼란스러웠고, 당황스러웠고 한 편으론 신선함을 느꼈다. 저자는 "천천히 하시오"라고 얘기했지만 책 한 권 여유롭게 곱씹으며 읽을 여유조차 가지고 살지 못하는 나는, 돌고 도는 왜라는 질문들 속에서 길을 잃은 듯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으로 오랜만에 나만의 질문하고 답하고 그 답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그런 생각의 과정을 경험해 보았다. 

왜 라는 질문에 답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느냐 하지 않느냐 혹은 어떤 문제에 정답이 있느냐 없느냐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다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그 말의 무거움을 일깨워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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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순서대로 책을 읽어나가는 대신, 단원 끝부분에 연결된 질문을 찾아다니면서 뒤죽박죽 책을 읽었다. 미로를 찾아나가듯, 가로세로 퍼즐을 풀듯 그렇게 읽어나가는 책읽기의 재미! 가끔은 틀을 벗어나야 새로운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나보다. 

-. 이 책 다 좋은데, 번역을 너무 서둘러 했나보다.. 원저자가 서문에서 그렇게 천천히 하시오 라고 했음에도.. 오자야 다른 책들에서도 꽤 발견되니 일단 넘어간다 해도 문장자체가 말이 안되는 부분이 눈이 띈다. 이건 좀 성의 부족 아닌가?   

p255 인간의 삶에는 푸시킨의 삶에는 없는 풍부함이 있다. --> 푸시킨의 작품이라고 해야하지 않나? 푸시킨도 인간일진데.. 그의 삶에만 풍부함이 없을리야..

p253 신비한 소녀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다. --><베니스의 죽음>에서 주인공이 반하는 것은 소년아닌가?

p230 테러리스트에게 거짓말을 하고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진실을 말하고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 --> 진실을 말하고 사람을 구하지 않는 것이 되어야 문장이 성립한다.

p73 내말을 모른 채 --> 내막을 모른 채

p52 그 때 오지는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다 --> 아지로 바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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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좀 더 생각해보고픈 이야기들.. 

-. 우리는 '나중'이 되었을 때 불합리해 질 그 일을 하려는 욕구가 '현재 시점에서' 합리적으로 사라지고, 그래서 문제의 그 과제를 수행하려는 우리의 다짐이 아주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우리는 과연 무엇이 외부에 속하고 무엇이 내부에 속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까? 무엇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고 무엇이 나에게 부과된 것일까?

-.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외적 요인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자아란 없기 때문이다.

-. 우리의 삶에 혼란이 있다면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초점을 맞추거나 아니면 그냥 그 혼란을 즐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 숲과 나무들의 집합이 동일하다 해도 우리는 나무 때문에 숲을 보지 못할 수 있다.

-. 억지로 '그렇다'와 '아니다' 중 하나를 선택하지 말자. '어떤면에서는 그렇고,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라는 대답이면 좋을 것이다.

-. 미를 인식할 때 어떤 생물학적 본성이 필요하다고 해서 미가 그 생물학적 본질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 믿음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제시되는 이유는 그 믿음과 무관해야 하고, 그 자체가 다시 그 믿음에 의해 뒷받침되어서는 안된다. (심장은 걱정하지 말라. 살아 있는 동안 심장은 계속 뛸 것이다.)

-. 고통, 절망 또는 죄의식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한숨과 함께 '일어날 일은 일어나'라고 말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이것은 참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야 한다-과연 그럴까?.....'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논리적으로 '일어날 일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일어난다'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볼 때 우리는 모든 책임을 운명에 떠넘길 수 없다.

-. 강요나 압력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데도, 수적 차이가 존재한다면 강요와 압력이 아직도 어디엔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부당하고 이상한 비약이다.

-. 법 대신 양심을 따른 사람이 어느 정도만 됐더라면, 정부들이 저지른 다양한 잔학 행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쥐와 양처럼 살기보다 자신이 인간임을 자각한 사람이 어느 정도만 됐더라면...

-. 우리는 필요한 목적을 위해 취하는 활동이 그 자체로 유익할 수 있고, 그 자체로 유익한 활동이라면 유익한 다른 어떤 것(목적)에 이르는 수단으로서 추가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무엇이 현재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과거의 어떤 사람 그리고 미래의 어떤 사람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게 만드는가?

-.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엇인가를 표현한다.~ 들여다보는 방법을 알면 우리가 눈앞에 그림에서 보는 것은 어떤 면에서 더 이상 예전에 봤던 것이 아니게 된다.

-. '그것은 판단의 문제다.' 그러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결국 어떻게 판단할지를 안다고 해도, 우리는 그 판단에 어떻게 도달해야 하는가?

-.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판단하기 힘들어 보이는 것들을 판단해야 한다. 우리의 판단을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계속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일지 모른다.

-. 마음주의자는 사물을 보는 단 하나의 올바른 방법이 존재하는지, 또는 적어도 어떤 방법들이 다른 방법들보다 우리를 실재에 더 가깝게 이끄는지를 의문시하고 있다.

-. 더 깊이 사유해야 할 때에야 우리는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 그러나 우리는 모든 인간적인 목적을 뛰어넘는 고귀한 목적을 찾을 필요가 없다. 삶의 순간들, 인간관계, 다양한 활동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가치, 역사, 발전의 인식 가능한 패턴을 발견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에 도달할 수 있다.

-. '인생은 앞을 보고 살아야 하고 뒤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라고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지점에 서기 위해 잠시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경함할 가치가 있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난장판, 혼란, 난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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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리뷰해주세요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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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게 말하면 다양한 느낌의 글쓰기이고, 나쁘게 말하면 일관성이 부족한 글쓰기라 해야하겠다.
이 책이 키워드로 하는 남자, 심리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책의 초반부 뿐이다.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제목에서 "남자"를 꼭꼭 집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중년 남자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삶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물론 내가 이 책에서 집중하며 읽을 수있었던 부분은 남자와 심리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그 후반부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책한권으로 풀어내기엔 중년 남자의 심리만으론 부족하지 않았나 뭐 그런 류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중년의 남자의 심리를 다루는 전반부를 공감하고 읽기엔 무리였다.아직은 청장년기에 속하는나이대도 나이대일뿐더러, 굳이 심리를 알아야만 할 오래 살아온 남편도 없는터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년의 남자들의 심리란 그저 이상하고, 설득력 약한 남의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아마도 특정 타겟을 대상으로 한 책이 가지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한다. 주독자층을 그렇게
정하고 쓴다는데야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부에서 전체로 확장되는 포용이 아쉽다.

책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사실 제목과는 조금은 동떨어진듯한 부분에서 다루는 어떻게 나이들어가고,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남자가 아니라도 중년을 앞둔 나이의 사람이 읽기에 충분히 공감갈만한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이부분도 십대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의 사람들이 읽는다면 어떨지 의문이 가기는 하지만, 여하튼 서른을 넘겨, 마흔 혹은 쉰의 내 모습을 그려보곤 하는 나에게 그의 중년이야기는 꽤나 와닿았다.

아무튼.. 남자의 심리를 받아들이는데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내 모습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다.

-------------------- 곱게 늙어가기 위해서 마음에 새겨두기 ----------------------

- 나는 한 사람이 한 인격 혹은 한 자아만 지니는 게 아니라, 무수한 형태의 인격들을 필요한 수만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게 됐다. 마음의 다중성은 이상한 변칙적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런 상태다.

- '자리와 함께 늙는 사람'과 '세월과 함께 늙는 사람'. (중략) 다만 선택의 주인공이 나라고 한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가졌던 고마움의 마음처럼 누군가도 나를 보며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늙어가면 좋겠다. 사회가 지어준 허상의 타이틀이 아니라 언제나 변함없는 자기다움으로 그렇게. 

- 똥 밟았을 때 똥 밟았다고 욕하면서 신발 쓱쓱 닦고 다시 가던 길을 가듯이, 우리는 배신당했을때, '씨바' 열 번 크게 외친 후 사람들 모여 있는 술집으로 룰루랄라 가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배신에게 덜 상처받는 지혜다.

-. 그 후로 나는 리더쉽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는것."(중략) 중요한 것은 그 옷이 자기에게 어울리느냐, 스스로도 그 옷에 편안함을 느끼느냐 하는 점이다.

- 아무튼 이제 남은 일은 곱게 늙는 일이다. 예쁘고 근사하게 늙는 일이다. 이왕 먹을 나이, 달아나다 뒤통수로 맞이하지 말고 버선발로 뛰어가 내님 안듯 먼저 안자. 나이 듦의 변화를 즐기며, 꽃나무 아래서 은은하게 취해가며, 그렇게 편안하게 봄을 즐기자.

- 어른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 힘은 약해지는데 시야만 넓어진다. 발은 느려지는데 생각만 많아진다. 그렇게 복잡하게 산다.

-'아님말고'와 '인생 뭐 있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리는 굳고 머리만 복잡해지고 영악해지는 나에게 더없이 힘을 주는 경구가 되고 있다. 일단 저질러보고, 그게 아니라면, 아님 말고. 지금 뭔가를 하고 싶다면 해보는 거고, 고민 따윈 난 몰라. 인생 뭐 있어?

- 죽기위해 가질 것인가, 살기 위해 버릴 것인가

- 그래도 여전히 나는, 사진은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세계관을 통해 비춰진 세상을 찍는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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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귀환>을 리뷰해주세요
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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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화라는 장르에서 기대하는 것은 재미이다. 만화라는 단어를 접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재미있겠다라는 생각..
쉽고 재밌기 때문에, 또 큰 부담감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정보나 지식 전달을 위해서 만화라는 장르가 사용되기도 하는 듯하다.
그리고 때론 잘 그려진 만화는 다른 장르의 글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하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소설 삼국지 10권을 읽어낼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삼국지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오히려 원작보다 훨씬 잘, 그리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표현한다.

아마도 경제(재태크의 개념이 아니라 학문의 개념으로)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픈 맘이 들지 않는 주제 중에 하나일 것이다. 경제라는 환경을 피할 수 없이 사는 우리지만 막상 우리가 속해있는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공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쉽지 않은 현재의 경제흐름과 상황을 만화로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시도는 참 소중하다. 아마도 이 만화를 읽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경제환경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고 맘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점들을 다 감안하더라도 이 만화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것은 아마도 만화로서의 재미, 스토리 부분의 취약함 혹은 신선함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한다.
너무도 유명한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이 만화를 읽고, 어린왕자를 읽은 후 느꼈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형식은 유사하나,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흐름이 없고, 그렇기에 다음 내용의 전개가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내용전달에 있어서도 우석훈 교수의 해제를 읽는 것이 이해가 훨씬 빠르다.
결국 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없고, 정보는 있으나 감동은 없다. 책에서 다루는 문제가 정말이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부족함이 아쉽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때의 설레임과 호기심을 잃어버린 만화읽기란 얼마나 싱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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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이 책을 읽고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장하준교수나 우석훈 교수 등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아니 꼭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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