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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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의 소설 제목인 이 한줄의 문장이 한 겨울밤을 비추는 빛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받은 핀란드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겨울밤 핀란드 산책을 나선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이 어딘지 모르게 인위적이고 경직되어있어서(작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원한듯하지만)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하면서도, 차갑고도 순결한듯한 그 이미지는 뭔지모를 호기심을 자극했다. 핀란드란 나라에 대해서도, 이 책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야기가 수십년 동안 한 곳을 찾아오는 철새들과, 그 철새들과 삶의 터전을 자연스럽게 나눠쓸줄 아는 핀란드인들에 이르자 왠지 마음 한 곳이 찌릿하다. 아마도 이미 나는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는 우리네 살벌한 풍경을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막 새끼를 부화하려는 새의 둥지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해버리는 그런 우리네 척박한 삶말이다.
그렇게 이어지는 폐품을 이용한 핀란드의 생활용품 디자인이나 경쟁속에서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핀란드의 아이들 이야기 30년에 걸쳐 도시의 마스터 플랜을 정비하고 100년에 걸친 도시계획을 세워나가는 그러면서도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기본을 유지할것인가 고민하는 헬싱키 시의 이야기,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처럼 겸손한 암석교회, 20세기 초 노동자들의 숙소조차도 노동자주거박물관으로, 또 조금의 개조를 거쳐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있는(어떤 의미에서는 인기있는) 주거공간으로 역할을 하는 이야기 등 책 한 권을 채우는 핀란드의 이야기는 지금 2009년의 대한민국과는 너무 동떨어져 더 이상 현실일 수 없다고 포기해버린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아팠고, 또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다.
사실 책의 글을 너무 잘썼다거나 사진이 정말 훌륭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작가가 직접 찍은듯한 몇 몇 사진들은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핀란드의 각 부분에서 나타나는 디자인들을 통해 핀란드인들의 삶의 가치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연결해나가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실제의 핀란드에서 산다는 것이, 핀란드에서 접하는 디자인이 얼마나 책에서 보는 것과 같은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속에서, 그들의 디자인 속에서 작가가 그러한 세계를 보았다는 것.. 그러한 세계를 만들수도 있다는 것..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생각해볼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그것은 어쩌면 찰나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찰나가 만들어내는 그 색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혹은 포기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