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취향 

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당신의 독서 취향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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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눈부처 > 세상에 향해 던지는 그녀들의 질문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말이야. 다 읽고 난 뒤에 그걸 쓴 작가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주는 책은 좀처럼 없지."  -호밀밭의 파수꾼 中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홀든의 이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난 소설가 공선옥이 떠오르곤 한다. 자신의 이야기속 주인공들을 끝도 없는 절망속으로 몰아세우는 작가, 마흔이 되어서야  길을 나서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 불혹을 넘겨서도 사는 게 거짓말 같다라고 솔직할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절망의 끝까지 경험하고서도 또 묵묵히 삶을 견디어내야 했던 그녀의 주인공이 가짜가 아니구나 하는 맘에, 그런 진짜 사람을 그려내는 그녀를 무작정 찾아가 그녀의 주인공들처럼,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고, 그렇게 다시 내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녀 자신은 독자에게 불친절한, 독자와의 만남같은 행사는 사양하고픈 작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련된 그녀와의 자리가 너무도 반갑기만 했다.  더욱이 이제는 어느새 중견이 된 작가와 2년차 새내기 작가가 함께하는 자리라니..

두 명의 여성작가와의 만남자리여서인지 대부분이 여자독자였고, 장소도 예쁜 커피숍이어서 정말이지 친구와 수다를 떨러나온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까울 수 있었겠지만(^^:) 대화의 내용도 새로 출간한 책에 대한 것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얘기들이 오가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 사실  함께 하는 정한아 작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는데 처음 정한아 작가의 모습을 보곤 너무 앳되고 예쁜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상상으로 가득차있는듯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천상 글쓰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만 읽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은 누군가에게 주고 자신의 집엔 한 권의 책도 두지 않았음 좋겠단 공선옥작가와 재밌는 책은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책을 빌려주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정한아 작가...나이며, 살아온 환경이며, 쓰는 글의 내용이며 너무도 다르기만 한 두 사람인데,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상대방의 글을 낭독해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보인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삶에 대한 답을 줄까라는 질문에 공선옥 작가는 책이 현실의 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것은 적어도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며, 그중에서도 문학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정한아 작가가 낭독했던 [내가 가장 예뻤을때]의 한 구절,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왜 아무렇지도 않은거냐는 그 구절처럼, 그렇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 아마도 내가 작가 공선옥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 일것이다..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그럼 당신의 답은 뭔가요 그렇게 되묻고 싶은 마음...  설사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더라고 말이다...

그녀들의 작품에 위안을 받았다는 누군가의 말에 공선옥작가와 정한아 작가는 전혀 다르게 답했다. 위안이 되는 글이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는 글을 쓰고 싶다는 공선옥 작가와 자신이 가장 절망하던 시기에 책이 그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처럼 자신의 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행복하겠다는 정한아 작가... 그렇게 다르기만 한 답에서 난 같은 방향을 보는 그녀들을 느꼈다. 절망하는 법... 적당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끝까지 그녀의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작가 공선옥과 그렇게 절망 끝에 다가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절망하는 법을 배웠을, 그리고 스스로 일어나 무언가 쓰기 시작했을 정한아작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제대로 절망할 줄 알고, 그 절망끝에 생겨난 의문들은 글로 쓰는 그녀들... 그렇기에 그녀들은 천상 작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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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입학, 독일 뭔헨으로 유학, 독문학 전공. 한국 여성 최초로 서울대 강의.. 그리고 자살.. 그녀의 이력을 보면서 여자로서 그녀를 동경하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생각에 읽기 시작한 것이 일종의 에세이 집인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란 책이다..

서울대 법대를 다니다 돌연 문학으로 전공을 바꾸며 독일 유학을 선택할 때의 그녀의 용기, 독일 유학 길을 오를 때 낯선 세계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 그리고 독일에 도착해서 자욱한 안개 속에서 느꼈던 막막함 들은 아마도 그녀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감정들이 아닐까 한다..
안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날아 오르고 있던 그녀의 영혼을 이 땅에 묶어두는 것은 어쩜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사랑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헤르만헷세의 데미안..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이미륵..
 

그녀가 이야기하는 다른 작가나 글들은 대부분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였지만..
유독 처음 보는 낯선 이름.. 한국인 임에 분명함에도 전혀 들어본적이 없었던 이름..
그녀는 그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글이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음에 무척 안타까웠다고 했다..그 안타까움이 그녀로 하여금 그의 글을 번역하여, 한국에 출판하도록 하였고..그렇게 독일 교과서에도 실린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국에서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전혜린이 극찬한 책.. 그녀로 하여금 번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책.. 그리고 독일 교과서에 실렸으며, 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그야말로 대단한 그 책을 처음 접한 느낌은 다소 실망에 가까웠다..
독일에서야 낯설고 새로웠겠지만.. 별다른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한국의 풍습같은 것은 너무 평범해서 밋밋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의 독일에서의 평판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일 뿐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책 마지막에 다다라서야..아~하고 짧은 탄성이 나왔다.. 그가 겪은 세월을 생각하면..(저자 이미륵은 조선 말에 태어나 일제 시대 때 의학공부를 하다가 독립운동에 참가하게 되면서 망명길에 오르고, 그 후 중국을 거쳐 독일에 머물게 된다.) 그 글에서 보여주는 담담함과 정갈함 그리고 따뜻함은 정말이지 놀랍기 그지 없다..
의과대 기숙사에서 받은 전단지를 읽고 거부할 수 없어 독립운동에 참가했고, 막상 쫓기는 신세로 망명 길에 오를 때는 자신의 행동이 후회스럽기도 했었다는 그의 고백은 영웅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너무도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였다.
그는 글에서 아프다고 하지도 않았고 슬프다고 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글은 아프고 슬프고 또 아름다웠다.. 그건 그가 그 고통스런 역사를 피하지 않고 겪어내었고, 그가 겪어낸 그 세월을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는 죽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의 그의 독립운동 참가가 후회스럽기도 했었다고 고백했지만, 그 후 독일에서 그는 반나치운동에 참여하였다..여전히 죽음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와 같이 두려웠했다. 하지만 두려워는 했을 망정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글처럼 소박하고 정갈하고 또 곧다.. 그의 삶이 그의 글이라는 것이 '압록강은 흐른다'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감동일 것이다.

전혜린의 글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권태와 광기.. 권태한 삶에 대한 부정과 치열한 삶에 대한 동경.. 그녀가 이미륵의 삶에게 그리고 그의 글에서 본 것은 무엇이였을까.. 그녀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여기 우리가 보고 느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이였을까.. 이미륵의 책 앞에 앉은 전혜린을 생각하고 있자면.. 너무도 다른 그 두사람의 삶이 묘하게 겹쳐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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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눈부처 > [장하준 교수와의 만남]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그의 이야기

 

 

들뜬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정말이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뚫고 장하준 교수의 독자와의 만남 자리에 다녀왔다.
장하준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신문지상에서이다. 경제학 교수 그것도 해외 명문대 경제학 교수가 쓴 한 권의 책이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재테크나 생활경제관련 서적일 리는 만무한데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베스트셀러 목록에 당당히 있는 걸까 그게 아마도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그 몇 해전부터 몇몇 경제학 원론에 대한 책들을 조금씩 공부하며 경제학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던 터였다.
그렇게 처음 접해본 장하준 교수의 책은 내가 알던 [상식]이라는 것에 엄청난 혼동을 가져왔다. 후진국들의 경제성장을 위한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이라던가, (결코 자유적이지 않는)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 입장, 보이지 않는 손, 시장에 대한 회의 등 기존에 읽어온 책에서와는 많이 다른 그의 주장들은 흥미롭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적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그의 의견은 개발을 업으로 삼고, 특허권을 절대적으로 옳은(바른) 권한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일 수 있다는 사실, 정말이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 접한 그의 글에서 받은 충격은 이제껏 그가 쓴 글들을 다시 찾아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의 신작에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신작을 비롯해, 다른 몇 권의 책들은 처음 내가 그의 책을 읽었을 때와 같은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그의 주장은 변함이 없었고, 다만 좀 더 다양해졌을 뿐이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주장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든 흥미롭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속시원한 것이기도 했다.
알라딘에서 그와의 만남에 대한 공지를 보았을 때 맨 처음 든 생각은 그의 주장에 대한 이러한 복잡한 나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방향으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직접 그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이 나를 고개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독자와의 만남은 인터넷을 통해 작성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주류를 이루는 형식이었으며, 그리고 그 후 현장에서 몇 몇 질문과 그에 대한 답들로 끝을 맺었다.
준비된 질문들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으면서 나와 유사한 혼란을 경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우리의 역사적인 경험에서는 오는 불안함, 그로 인해 그의 주장들을 이상과 현실의 문제로 보는 시각. [국가]라는 것에 대한 불신. 더군다나 이러한 문제들은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사실 그의 대답에서 이러한 의문들,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는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그의 답은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견제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권력화는 그런 견제를 통해 저지해 내야 하며, 우리는 이런 성공적인 사례를 북유럽의 선전국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이 없을 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알기때문에… 아마도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꿈꿀수 밖에 없는 이유들은 역시나 그의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의 결코 경제적인 것으로만 구성되는 가치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경제적인 자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코 행복을 이야기할 수 없다. 또한 극단적인 부의 불균형 문제는 결국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살기 어려운 세상을 만들 뿐이다(그는 브라질의 사업가 납치 사업 예를 들었다.)
어렵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경제적인 균형의 문제는 분명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마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지 모른다. 어렵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적어도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그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그런 일중에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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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눈부처 >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강의

 지금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경제가 정치와 묶여서 정치•경제라는 이름으로 한 과목을 형성했다. 그 당시에 정치나 경제는 따로 떼어서는 1학점도 되지 못하는 그야말로 비중도 낮고 재미도 없는 과목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접한 몇 권의 책은 정치와 경제가 한 과목으로 묶어져 있어져 있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경제활동이란 것이 “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결국은 그가 할 선택은 그가 사는 세상이라는 환경 속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고, 그의 환경을 결정하는 국가의 정책, 정치적인 성향은 경제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정책과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정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너무도 부족하지 않나 하는 점이었다. 사실 만성적인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상당부분 우리의 정치가 이념논쟁의 장이 되어버린 탓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국가의 정책을 경제적 관점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 층이 정치 혹은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재테크에 관련한 책들이 넘쳐나는 반면, 우리나라의 과거부터 현재의 이르는 정책들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그런 류의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국가라는 경제기반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재테크 책을 아무리 열심히 파고 든다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을 다지는 일에 우리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랬기에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주류 경제학자인 이준구 교수가 바로 지금, 비판이 곧 색깔논쟁으로 변절되어 버리는 이런 때에 한국 경제문제에 대해 논하는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은 너무 반가운 것이었고, 책 출간과 더불어 개최되는 독자강연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강연회가 기다려졌던 것은,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의 변화가 궁금했기 때문도 아니고,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 혹은 경기 회복은 언제쯤 될지 알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물론 그런 점들이 나역시도 궁금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들 중에 실제로 부를 제대로 축적한 이가 몇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실물경제에 대해서 경제학자가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로부터 내가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은 내가 발 디디고 사는 바로 이곳 한국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 다시말해, 경제학에서 전제하는 합리적인 경제주체가 되기위해서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경제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끊임없이 선택하는 존재이며, 그런 이기적 선택이(합리적이기만 하다면) 사회의 이익에도 양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론의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기적이기는 하나, 합리적이지는 못하다는 사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이기적이지만, 충분히 현명하지 못하다는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결국 내가 경제적인 주체로 옳게 행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이 될 것이다. 적어도 옳은 선택(도덕적인 의미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경제적인 의미가 더 크다)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현재 일어나는 수많은 정책이 우리에게 과연 어떤 기회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손해가 되는가 하는 바로 그런 문제 말이다.  

이번에 이준구 교수께서 출간한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 책에서는 교육, 한미 FTA 협정이나 마약, 도박에 대한 문제, 혹은 십부제 이야기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지만, 강연회에서는 현 정부의 주된 공약 747공약, 그로인한 대운하 사업이나 녹색뉴딜 그리고 이제 거의 숨이 끊길 지경에 이른 종부세 이들 문제에 대해서 주로 강의하셨다. 이러한 문제들 역시 책에서 훨씬 더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특히 종부세의 경우, 책에서는 거의 절반 가량의 내용을 차지함에도 오히려 강연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짧게 다루어졌는데, 앞의 두 가지 문제가 아직 진행중인 앞으로 훨씬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인 반면, 종부세는 자신의 책에서 “종부세여, 안녕”이라고 고할만큼 이미 너무 만신창이인 상태로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종부세 문제에 대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깊이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문제만큼 이론에서 합리적 주체라고 가정하는 인간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할 수 있는지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없기때문이다.   
  

이준구 교수는 강의 중간 지금 현상황에서 정책적인 문제에 있어 개인 특히 젊은 층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은가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 이야기 했지만 경제학은 선택에 대한 학문이다. 각 개인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많은 경우 합리적인 선택, 다시 말해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부나 언론이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감추는 경우도 있고, 또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던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은 잘못된 정책을 낳고, 그 결과 사회는 더 큰 문제를 잠재하게 되고, 더 이상 문제가 잠재되어 있을 수 없을 때, 커다란 혼란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미 완숙단계에 다다른 한국 경제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현정부의 과도한 자만심은 무리한 경제 정책을 나았고,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치기도 전에 이미 한국경제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마도 성숙단계에 이른 국가 경제의 성장률을 7%로 만든다는 것이 극단적인 처방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은 자칫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국민의 절대적 다수가 현정부를 지지했을까? 마치 악한 세금의 대표인 듯 한 종부세가 사실 전체 국민의 2% 정도에게만 부과되는 반면, 그로 발생된 국가의 세입은 사회의 소외계층 혹은 다른 부분에 투입될 수 있고 또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효과는 다른 어떤 세금보다 클 수 있으며, 몇 가지 추가적인 손질 만으로 예상되는 부작용 중 상당수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남짓한 기간동안 한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가 이 종부세 등 세금 감면을 행한 것이라는 설문결과가 가당키나 했을까? 해당도 되지 않는 종부세(해당이 된다면 오히려 이익이 되는)의 폐지를 스스로 반겨함으로서 부동산 폭등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품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 만약 예정데로 실시된다면 대운하로 파괴된 생태계에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른채 살아야할 우리들은 우리 앞에 놓인 그러한 문제들의 기회비용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을 제대로 알고 비교했다면 그때도 우리는 똑 같은 선택을 할까? 분명히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천상 학자인 그가 더 이상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선택을 해야할 당사자 앞에 모든 정보를 풀어내 알려주는 것, 적어도 선택을 하는 개인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선택의 기회비용이 무엇이 될 것인지 알게 될 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선택이 있을 것이고, 그런 선택들이 모인다면 사회 전체가 오른 쪽이 아니라 옳은 쪽으로 가도록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학자인 그가, 블로그와 신문의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하고 결국 책을 내고 강연까지 나서게된 이유가 아니였을까?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를 만드실 것이냐는 독자의 질문에 학자는 강의하고 연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며, 그렇기에 그런 기회는 자주 없을 것이라고 답하셨다. 학자로서 그의 신념을 존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러한 토론 문화가 너무나도 부족한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그의 그런 신념은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그의 책을 읽었으면 하고 바란다. 수많은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충분한 고려 끝에 자신에게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이 치뤄야 할 기회비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루어진 선택으로 고통스런 결과를 감내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기에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그와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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