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리뷰해주세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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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이 책을 시작하는 카를 바르트의 이 말은 지금 왜 우리가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렇다. 이 책은 새로운 결말을 맺기 위해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의학용어인 트라우마는 지금은 꽤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정확한 의미에 대한 이해가 있건 없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또 심증적으로 어떠한 것이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당신은 트라우마가 있습니까? 혹은 당신의 트라우마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트라우마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 번도 스스로의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면 지금의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에릭 호퍼

하지만 아마도 우리들 대다수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로 인해 상처받았고, 또 여전히 그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할 뿐...
우리가 우리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거나 인식하기 어려운 것은 그 트라우마의 원인이 자신에 의한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나약함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것이든, 아니면 상대방과의 공감이든 이해야 말로 치유의 진정한 시작이며, 실제 상처 치유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라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상처 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상처에 대한 이해도,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노력도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트라우마의 고통을 극복하려면 고통스러운 자극을 다루어나가려 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 시작이 되는 것이다.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강한 정신과 용기를 가져라고.. 그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강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헤리S. 트루먼 

똑바로 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똑바로 보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바꿀수가 없다-제임스 볼드윈


영화 씨인사이드에서 주인공 라인은 전신마비의 상태로 누군가의 도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10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는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믿으면서 용기를 갖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다. 그의 죽음은 우리의 삶이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대변해주면서 말이다. 삶이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에게는 수많은 선택이 준비되어있는 것이다.

그곳을 빠져나가는 최선의 방법은 그곳을 거쳐 가는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일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앤디워홀

그렇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면 이제 우리는 권리로서의 삶을 선택해나가야 한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트라우마와의 한 판 승부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권리로서의 삶, 그 자체를 누리기 위해서 말이다.

아마 우리는 우리 삶의 긍정적인 요소들에 대해 쉽게 지나치고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긍정적 요소들을 우리 앞에 꺼내 놓아야 한다. 그것들은 지금부터 치뤄야할 트라우마의 한 판 승부에 중요한 무기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만약 무엇이 우리 삶의 긍정적 요소인지, 아니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의 작은 영웅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려보자. 그는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오로지 현재에서 행동한다. 그는 우리들이 잊고 혹은 모른채 살았던 삶의 초콜릿 상자와도 같은 순간이 우리 삶에도 있음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만약 그래도 여전히 두렵다면 니체의 이 말을 한 번 떠올려보자. 자신을 죽일 정도로 엄청난 것이 아닌 이상, 고난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통해 그것이 견딜 수 있는 인생의 아픔이 되어갈 때 우리 인간은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보다 더 깊이 있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수는 있는 것이죠.

나에게도 나 자신을 괴롭히던 트라우마가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또 다시 나를 힘들게 했다. 아마도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은 '그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었다'라는 자책하는 믿음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얘기했을 때 혹시라도 질책당하거나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고백에 가족들은 당황했었고, 그리고 어린 나보다 더 상처받았고, 그리고 나를 감싸 안아줬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여전히 내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어린 시절 그 때처럼 외롭거나 두렵지는 않다. 그렇다 나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영화 [미스리틀 선샤인]에서 이야기하는 모자라고 평범하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나만의 작은 승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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