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선옥 작가를 참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글이 촌스럽고 그녀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촌스럽고 그녀의 생각도 촌스럽고 하지만 그래서 난 소설가 공선옥이 참 좋다. 지적이며 시니컬한 도시남녀가 넘쳐나는 요즘 소설 속에서 여전히 투박하고 상처받고 그럼에도 다듬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그 촌스런 마음이 고맙다.
내가 공선옥 작가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난 한번도 그녀의 소설을 손꼽아 기다려 본적이 없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불편해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램처럼, 그녀의 소설은 아니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나를 답답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때로는 울어버리게 한다. 나는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삶을 희망하는 법이 아니라 삶을 절망하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언제나 희망찬 제목으로(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내가 너무 예뻤을 때) 우리를 유혹하지만, 절대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당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야 라고 책하듯 제목과는 너무 다른 고통이 그녀의 글 속에 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번번히 그녀의 (소설제목이 던지는) 유혹이 결국 절망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 또 그렇게 절망하는 게 두려우면서도 나는 끝내 그녀의 유혹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녀가 진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수많은 화장으로 자신의 모습을 꾸미는데 바쁜 요즈음의 문학 속에서 화장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 아낙네의 촌스런 모습을 한 그녀의 소설... 난 그 촌스런 그녀의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