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앤 버지스의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못지 않게 인상 깊은 작품이 그리드였다.
1. 이 책은 리얼리티 버블이라는 지야 통이 쓴 책에 소개되어 흥미로워 읽게 된 책이다. 그래서 리뷰를 읽지 않었는데, 번역에 대한 불만이 많은 리뷰 보고 좀 놀랬다. 난 막힘없이 술술 읽어서 어느 부분이 엉망인지…
2. 그리드,란 발전소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거치는 전선, 송전탑, 전봇대의배전선등을 일컫는 용어이다. 우리 일상 속 전기를 배달 받는 과정에서 거치는 물질매체라 할 수 있겠다
3. 이 책이 2016년도 작인데, 미국이 이렇게 다양한 친환경에너지 발전소가 있는 줄 몰랐다. 워낙 대륙이 커서 미국은 다른 에너지원보다 원자력발전소가 많을 줄 알았는데, 열병합,풍력, 수력, 심지어 태양광판넬까지 다양하게 돌리고 있었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탄광촌의 쇠락은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제재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늘날 미국은 더 이상 화력발전소를 확대하지 않는 밑바닥에는 친환경에너지발전소가 대체해 미국 전역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4. 전기 생산의 단점은 전기가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듐밧데리 정도면 모를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거대한 밧데리가 존재하지 않는 한 수백만 가구나 산업 단지에 보낼 저장된 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력이나 풍력, 태양광 같은 경우 가뭄이거나 바람이 멈추거나 흐린 날씨의 경우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 이때 친환경에너지원을 돌리다 환경적 요인에 의해 못 맞추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수요를 감당한다. 그렇다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그동안 원자력 발전소를 끄지 않는다. 원자력은 오프 후 다시 가동하기 위해서는 하루가 걸리기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언제나 가동은 한다.
5. 오늘 날 전기시스템을 만들어 낸 사람이 에디슨인 줄 알았는데 에너지의 교류 시스템과 에너지 중앙집권(예로 한전 같은)을 이뤄 낸 것은 에디슨의 비서 인설이었다. 물론 에디슨의 역활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가 위대한 과학자임에는 틀림없으니깐, 다만 에디슨의 비서인 인설이 시카고로 이주해 벌인 전기 시스템의 완전 정착은 미국의 그리드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초기 에너지원은 개인발전기도 포함되었고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인설이 그들의 에너지원까지 다 걷어들이면거 전기의 중앙집권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6. 작가는 전기를 거대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성배라 했는데, 이 성배를 아직 찾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동차밧데리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지 실험은 하고 있다지만, 사막같은 넓은 지역에 자동차밧데리를 충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데, 이게 에너지의 성배가 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2016년 작이므로 미국은 이전부터 이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건데 지금은 전기 저장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는지 알고 싶다.
7. 나 어릴 때는 전기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었다. 형광등이나 티비 라디오 켜는 정도. 냉장고도 세탁기도 없었다. 열살 넘어서 냉장고를 집에 들였고 세탁기는 십대 후반에나 구매했었다. 컴퓨터가 막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 90년대 중반, 그 후 점점 나이를 먹을 수록 전기가 많이 필요해졌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존필스템이다.
여기서 딜레마는 많은 전기를 필요할수록 우리의 기후변화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더 편리해졌지만 지구는 더 빨리 망가지고 있다. 이 세계가 편리하면 편리해질수록 다음 백년은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8. 전기의 역사에 대해 깊게 알려준 책이고 전기와 우리의 환경에 대해 고찰한 책이긴 하지만 나 같으면 뒷부분은 앞 서 했던 되풀이한 중언부언 같었다. 이 것만 아니면 전기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번 읽으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