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빵이나 디저트는 거의 먹지 않는데,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하고 치대고 모양 내고 오븐에 구워내는 그 일련의 빵 만드는 과정에 묘하게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단순히 빵이나 디저트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보다는 건강하고 맛있는 빵에 대한, 예를 들어 천연 효모를 채취하거나 탕종법같은 반죽을 시도하는 빵에 관한 철학이 담긴 에세이를 선호한다.
알라딘의 에세이 코너는 아예 들어가지 않으니 아마 알라딘 대문에 걸린 책소개를 보고 좀 특이하다 싶어 읽게 되었다.
키티 테이트는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처럼 명랑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웃음이 많은 아이였지만 14살이 되면서 갑자기 심한 우울증으로 아침에 일어나 씻거나 학교에 가는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울증과 함께 공황장애까지 겪으면서 사춘기 소녀는 지금 까지의 보통의 일상은 날아가고 소녀의 가족은 그녀의 증상이 단순 사춘기 소녀의 우울이 아닌 중증 우울증임을 인지하고 24시간 밀착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키티가 빵 만드는 과정에 흥미를 보이고 빵을 만들면서 우울증이 완화되는 과정을, 그 과정에서 아버지 엘 테이트가 자신의 사회 경력을 다 포기하고 딸과 함께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명 빵집을 돌아 다니고 지역 사회의 생산물로 만든 빵을 지역민들에게 판매하기까지, 딸을 우울증에서 구출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삶을 부녀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키티가 빵(예로 샤워도우빵)에 흥미를 보이고 어떻게 하면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을까 싶어 인스타의 유명 빵집 베이커를 들여다보고 공황장애로 차 타는 것조차 버거워도 참고 프랑스나 덴마크까지 가 유명빵집의 내부를 관찰하고 맛보면서 맛을 발견하고 알아내면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시도가 키티를 우울의 안개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키티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일상 생활 조차 할 수 없는 우울증 환자에게 이런 시도가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키티가 빵 만드는 과정에 흥미를 보이자마자 아버지가 포착하고 망설임없이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빵들을 그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구매하면서 키티의 하루를 버틸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난 지역 주민들의 빵 판매가 키티가 지속적으로 빵 만드는 첫 동기가 아닐까 싶다).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키티의 가족는 이제는 그 지역의 유명한 부녀 빵집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키티의 우울증이 완전 치료가 되었다는 긍정 결말은 없지만, 인스타를 통해 본 키티의 모습은 오렌지색처럼 밝아 보였다.
엉뚱한 사족 :
프랜차이즈빵집이 아닌 이런 빵철학이 담긴 개인 빵집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던 개인 빵집은 성수동의 바이레인이었다. 이 집의 토마토바질페스츄리는 앉은 자리에서 두개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최애 빵집이었는데 몇 달간 휴업한다는 공지가 인스타에 올라 왔다. 중곡동 시절부터 찾아갔던 곳이라 가게 폐업은 뜬금 없었지만 쉴
틈 없이 운영했던 곳이라 아마 약간 휴식이 필요했던 것 같다. 추후에 더 맛있는 빵집으로 돌아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