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당한 것 같은 메일 받고 기분 잡쳐서 페이퍼를 쓸까말까 하다가, 오늘 불새출판사에 관한 페이퍼 쓰기로 아침에 작정한 게 있어, 불새출판사를 응원하기 위해 씁니다.

 

사실 이 SF의 작가도 내용도 모른 체, 단지 불새출판사가 다시 책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18,000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오늘 주문해서 저녁에 받았습니다.

 

불새출판사 대표가 이 땅의 척박한 SF 쟝르 소설 시장에 일인 출판으로 고군분투하는 마당에, 뭐 18,000원이 대수겠습니까....라고 쓰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장바구니에서 뺏다넣었다를 족히 수십번은 했을 겁니다. 그냥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살까? 아냐, 아냐, 불새사장이 그래도 다시 시작하겠다는데, 군생각 말고 그냥 사자 쫌! 아,,,,,사기엔 너무 비싸, 그냥 담달에 살까(망설임과 결정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갈등갈등갈등)......

 

마침내, 다음 달에는 돈 들어갈 일밖에 없어(명절과 네명의 졸업생), 이번달에 사기로 했네요. 

 

사실 지난 10월 홍대에서 열린 와우북페스티벌때 북스피어 코너에서 불새출판사 책이 전시 판매되어, 북스피어와 파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 책과 더불어 불새출판사 SF 소설 한권 샀을 때만 해도, 불새출판사가 서울에서 멀어서 사장님은 여기 와우북 페스티벌에는 오지 못했나보다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제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SF를 좋아하는데, 불새출판사가 하인라인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해 줘서 북스피어 부스에서 불새출판사 책들을 보니 반갑더라구요. 전 이상하게 하인라인이 쓴 책은 술술 잘 읽히서, SF 소설가인 하인라인 좋아합니다. 하인라인의 책 읽으면서 그 때 불새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지명도 찾아보고... 제가 스마트폰 만들고나서 지금까지 책 읽으면서 관심가는 출판사 위치 찾아봤는데, 저 멀리 경상도에 위치한 출판사는 여기가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장사 안되는 SF 소설 내느냐고 경상도쪽에서 출판사를 차렸구나, 하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 때만해도 불새출판사가 척박하긴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줄 알았어요. 알라딘이나 다른 책 사이트에 잘 안 들어가서 책과 관련된 정보를 잘 몰랐어요. 게다가 와우북 페스티벌의 북스피어 부스에 책이 쌓여 있었으니깐. 그런데 우연찮게 뭐 읽다가 불새출판사 대표가 더 적자를 감당 못해서 여름에 회사를 접었다는 거에요.  설마, 설마 하면서 찾아 읽은데, 왠지 미안한 맘이 생기더라구요. 더 사 줄 걸, 하는 맘도 들고. 와우북페스티벌때 잔뜩 쌓여져 있는 책들이 생각나면서, 맘이 찹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불새 출판사 사장님의 책에 대한 애정이 돈이 목적이 아니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모든 것을 던졌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 일같지 않더라구요. 말로는 실패가 좋은 경험이라고 하지만, 사는 것이 팍팍하다 보니 실패는 곧 생활이 삐그덕 거리는 것을 뜻해서 말입니다.

 

 

열정이 실패로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며칠 전에 하이드님 페이퍼 읽는데, 불새가 다시 되살아 났더라구요. <최후의 성>을 출간하면서. 다시 돌아와 반갑긴 한데, 컴백 책 가격이 너무 쎄게 불러서 망설여진 건 사실입니다. 책쪽수도 많지 않구만. 정가 이만원. 한참 갈등한 끝에 독자의 의리로 사자고 선택 결정했네요. 2015년에는 대박책이 나오길 바라면서요. 사는 게 힘들어서, 요즘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 잘 되길 하는 맘이 큽니다. 불새뿐만 아니라 작은 출판사도 2015년에는 대박나는 책 한권 있었으면 해요. 진심으로.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5-01-0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불새출판사를 읽었을 때 불새출 판사에 대한 얘기를 하시려나 했아요~~~.^^;;;
암튼 저도 올해 불새 출판사가 대박 나기를 바랍니다.

기억의집 2015-01-08 10:52   좋아요 0 | URL
말 되네요. 불새출 판사! 뭔가 잭팟이 터지는 그런 작품은 출판사에게도 로또겠죠. 로또나 팡팡 터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경상도에서 서울쪽으로 이사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icaru 2015-01-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비비아롬나비모리 님,, 전 이런 유머가 진짜 좋으니 ㅋㅋ

의리를 갖게 되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 우아! 출판사 사장님 든든해해야 해요!
이 책 컴백하면서, 기억님도 컴백하는 거예요??

수학 관련 책들이 보이네요~ 캬,,

기억의집 2015-01-08 10:58   좋아요 0 | URL
불새출판사 사장님의 열정이 무모하다는 걸 알아서... 게다가 전 저런 용기 없어 응원해주고 싶어요. 사실 올해는 열심히 알라딘 해야지 했거든요. 어제 아침만 해도 최후의 성 사기로 결정하고 페이퍼 쓰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완전 망한 기분으로 썼어요!

저 미분적분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산 거에요. 진짜 너무 쉽게 미분에 대해 설명해놨더라구요. 물론 중간부터는 많이 막히는데 그래도 다른 책들에 비해 작가가 쉽게 설명해서 아들 읽으라고 샀어요!

폴 에딩턴은 신기한 수학나라의 알렉스란 책 읽다가 안 수학자여서 이번에 구입했어요. 나중에 페이퍼로 쓰겠지만... 왜 나는 수포자가 되었는가 싶어요.

낭만인생 2015-01-0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일이 출판사가 꽤 되는 군요! 하여튼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의집 2015-01-08 11:00   좋아요 0 | URL
저도요. 큰 출판사든 작은 출판사든 대박나서 성과급 팍팍 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작가가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출판 풍토가 되었으면 해요.

아영엄마 2015-01-0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F 문학 분야의 책은 아무래도 많이 팔리지 않으니 운영이 힘들 수 밖에 없지 싶어요.
둘째 아이가 고2 되면 배우기 시작하는게 미적분인지라 저도 EBS 인강을 조금씩 들어보고 있는데 아는 게 거의 없고 새롭네요.(문제 풀라면 한 문제도 못 풀 듯...-.-)
저도 수.포자였는데 최근에 인강 들으면서 그 때는 왜 이걸 이해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의집 2015-01-08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수포자인데... 요즘 수학관련책 읽으면서 고등시절이 아쉽다는.... 저 책 그나마 미적분 책 관련해서 쉽게 나왔어요..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 작가 시마다 소지와의 만남이 그저그랬던 건 그의 <기울어진 저택>과 <혈안>에 포함된 그의 단편소설을 연달아 읽고, 그의 미스터리 결말이 너무나 작가위주의 사건 해결과 그 사건 해결의 과정이 작위적이고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스터리소설 팬으로서 작가의 억지스러운 사건 해결이 우스꽝스러워 더 이상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을 먼저 읽었더라면,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이었을텐데, 여하튼 그 두 작품만을 읽고 나는 그가 미스터리 작가로서 과대포장되었다,라고 단정하고 그 이후론 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와 5월이었던가, 가지고 있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있던 그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사건 해결 과정보다 범인의 트릭이 기발나서 매력적이었다고 해야하나.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의 추적과정보다 더 범인의 트릭이 섬세해서, 시마다 소지의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으면서 범작들은 여전히 억지스럽네, 하는 약간의 실망감이 들던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 역시 사건 해결은 억지스럽다. 점성술이나 마신유희같은 지적인 트릭은 볼 수 없으며, 트릭의 기발함이나 섬세함은 한물 간 것 같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우연스러워, 미스터리 소설로선 만점을 줄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나는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를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작품의 결말부분에 형사 요시키가 노인과 마주보며 심문(?)하는 장면에서 미스터리 소설가로서,미스터리 기법을 차용해가면서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작품은 한낫 사건해결이나 트릭이나 같은 장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요시키를 통해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고 밝혀냄으로써, 독자에게 준 커다란 감동과 울림은, 비록 마신유희나 점성술같은 급의 미스터리 소설은 아닐지 몰라도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데 손색이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4-06-25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성술 살인사건 아주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작품도 읽으려고 사놨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아니다, 기울어진 저택을 나도 읽었는데 그냥 그랬어요, 맞아맞아.
이 작품이 괜찮군요? 오케... 좋은 정보 감사해요, 기억의집님~

기억의집 2014-06-26 09:04   좋아요 0 | URL
마고님, 진짜 괜찮은 작품이에요. 특히나 결말부분 요시키가 노인을 심문할 때 그의 진정성있는 말과 상사에게 화가 나 말하는 대목은 작가의 토로라고 해도 좋을 듯 싶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콧등이 시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리도 아 나도 애국자이긴 하구나..싶네요. 그런 글을 쓰기까지 시마다 소지의 용기가 엄청났을텐데.. 싶기도 하고요.
 
[eBook] 아인슈타인에게 묻다
윌리암 헤르만 지음, 조환 외 옮김 / 선 / 201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아인슈타인의 다른 이면의 생애를 알고 싶다면 읽을 만한 책이다. 독일 탈출전의 아인슈타인과의 대담이나 미국 시절에서의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단, 저자가 사회학 전공인 사회학자이기때문에 물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심도 있는 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몇 안되는 아인슈타인과의 개인적 대담집이긴 하지만 중요한 책으로 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엄청 운이 작가라 할 수 있다. 물리학 전공도 아니고 심도 있는 대화를 끌어내지도 못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천재를 만나 대화까지 이끌어 낼 정도면).

 

게다가 전공자 번역이 아니여서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읽으면서 혹 일본어 중역이 아닐까 의심도 해봤다. 일본어 중역으로 의심한 요인중 하나는 단어 선택인데, 요즘은 그 누구도 과학책에 혹성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혹성이란 단어가 일본용어라 행성이란 단어로 교체된지 꽤 되었고, 혹성이란 단어는 퇴출되었다. 이천년대 이전에나 일본용어를 받아 들여 혹성이란 단어를 썼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 <혹성탈출>도 <행성탈출>로 제목을 바뀐지가 언젠데. 또한 빛이 전파된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문장은 전파가 아니고 파동이 아닐까...... 전파의 뜻이 파동의 의미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최근의 과학 번역서들과 비교하면 저런 식의 번역은 낯설다. 최근의 한국식 과학용어조차 파악이 안 돼 일본어 중역이 아닐까 의심스럽긴 한데....

 

번역하신 분이 독일어 관련자시다. 몇몇 가지의 불만스런 요소들만 빼면 아인슈타인 매니아라면 강추한다. 개인적으로 아인슈타인 매니아라서 이런 자료를 읽은 것만으로 아인슈타인의 다른 인간적인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아인슈타인이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생활하는 중 저자의 면담 요청을 수락하고 만나자마자 독일어로 이야기하자는 에피소드는 뭉클했을 정도다. 이런 이야기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설명하는 물리학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터라 여러 의심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아인슈타이의 사적인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 만족스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완전성 - 쿠르트 괴델의 증명과 역설
레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고중숙 옮김 / 승산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면제가 따로 없다.ㅠ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8-29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6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7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13-08-3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델!
괴델의 증명이라는 책(오래전) 읽고도 도통 몰랐는데 이책도 수면제 군요.
번역도 이상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기억의집 2013-09-26 19:47   좋아요 0 | URL
스캇님~ 우와 이게 며칠 만이에요. 거의 한달이 다 되가네요. 제가 딴짓을 하다보니 서재는 먼지가 싸일 정도로 방치네요.

고중숙씨 번역 잘 하세요. 제가 이 분 번역책 제법 읽었는데 번역은 잘 하세요. 과학책만 열정적으로 번역하시고....쉬지 않고 번역책이 나오는 분이시더군요^^

제가 괴델책 두권 있는데 아 진짜 저는 딸려요. 예전에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괴델에 관한 일화를 재밌게 소개해서...하긴 사이먼 싱은 글을 읽을 사람을 혹가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괴델에 관한 책을 구입했는데 도저히 뭐 저는 이해불가. 싱이 소개한 만큼 재밌지 않더라구요. 저는 골드스타인의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저는 저자의 사유와 맞닿는 책은 맞지 않는구나 싶더라구요. 이 때 마지막 스푼이랑 비슷한 시기에 읽었는데 마지막 스푼은 지식위주의 글이예요. 샘킨이 박식하고 글도 아주 재밌게 쓰는데 왠만한 분야는 거의 꿰뚫고 있더라구요. 딱 저는 싱이나 킨스타일의 글이 나한테 맞는구나 싶더군요~

기억의집 2013-09-26 19:48   좋아요 0 | URL
제가 다음 미즈넷 보느냐고 정신 없는데 이젠 거기 끊어야할 것 같아요. 오늘부로 진짜 끊어볼려고요~ 이제 스캇님 서재도 많이 방문할 겁니다~

2013-10-0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3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모음집 <해가 저문 이후>에 수록된 <진저브래드 걸>에서 여주인공은 아이를 잃고, 아이를 잃은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낮으로 뼈가 앙상해질대로 달리고 또 달렸다. 심지어 그녀는 남편에게 별거를 선언하고 친정아버지가 마련해둔 별장으로 자신의 거주지를 옮기고 나서도 달렸다. 그렇게 달리던 어느 날 자신의 부자이웃의 살인을 목격하고 갇혔다가 가까스로 가해자를 죽이고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단편 읽고 부자 이웃이 왜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 킹이 부자 이웃의 살인동기를 설명하지 않아, 그 단편 읽고 살해동기에 대한 추측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돈이 많다보니 사는 게 심심해 살인은 삶은 자극제가 되었나,,,,아니면 어린 시절 부자인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문제가 있어 공허함을 메꾸다보니 살인을 하게 된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것인가.....뭐 이런.

 

<미소 짓는 사람>을 읽고 나서, 킹의 단편 <진저 브래드 걸>의 연쇄살인범 부자이웃을 떠올린 것은 <미소 짓는 사람>의 니토라는 캐릭터와 부자 이웃의 살해동기가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분명한 살해 동기.  주인공 니토같이 좋은 환경에서 성장해 시덥지 않은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일까? 저자가 니토의 살해동기를 추적해갈수록, 그의 성장과정과 그가 아내와 아이를 죽인 살해동기는 매치되지 않는다. 저자는 니토라는 인물의 환경적인 요소와 외부적인 요소를 추적해서 결론을 도출해내는데는 실패했다. 저자가 들쑤고 다닐수록, 그의 살인은 외적인 것보다 덱스터처럼 본성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말하는 듯 보인다.

 

유전자 결정론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추리적 상상력으로 치부해 버리면 되겠지만,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살인자의 초상, 외부적 요인과 유전자적 결정론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추적해 나갔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텐데, 결말이 이도저도 아닌게 되버렸다(개인적으로). 차라리 유전자결정론 입장에서 쓴 덱스터라는 캐릭터의 살해동기는 설득력 있고 수긍이라도 가지, 니토의 살해동기를 외부적 요소에서 찾으려고 애썼던 저자의 결론이 결국에는 유전자 결정론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자신의 르포르타주라는 추리형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선 이 작가의 능력과 이야기 전개의 재미를 인정하지만, 좀 더 설득력있는 결말을 내거나 킹처럼 부자 이웃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독자가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3-06-0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 추리소설은 예로부터 유전적 결정론을 좋아했죠!
그래야 사이코패스든 소시오패스든... 성립하잖아요.

물론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사람들이 각기 자라는 것을 보면,
기질적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니까요.... ㅠㅠ

기억의집 2013-06-07 17:45   좋아요 0 | URL
아직은 환경론쪽에 무게를 많이 두긴 하는 것 같은데... 지난 번에 표창원씨의 글 읽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연쇄살인범의 경우 진짜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고.... 그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말해보라 하면 부모와의 추억이 하나도 없다고 한데요. 끽해야 짜장면 먹은 기억을 말한다고 하더군요. 자식 낳고 방치하는 인간들 반성해야 해요.

다락방 2013-06-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을 읽어봐야겠네요. 말씀하신 진저 브래드 걸이요.

기억의집 2013-06-07 17: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진저브래드걸이 약간 지루하긴 해요. 그 때 제가 심적으로 좀 힘들었던 시기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 그 단편집 지루하긴 했는데, 사건마다 인상적이긴 해요. 특히나 저 작품은 몸뚱이만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