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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미스터리 작가 시마다 소지와의 만남이 그저그랬던 건 그의 <기울어진 저택>과 <혈안>에 포함된 그의 단편소설을 연달아 읽고, 그의 미스터리 결말이 너무나 작가위주의 사건 해결과 그 사건 해결의 과정이 작위적이고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스터리소설 팬으로서 작가의 억지스러운 사건 해결이 우스꽝스러워 더 이상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을 먼저 읽었더라면,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이었을텐데, 여하튼 그 두 작품만을 읽고 나는 그가 미스터리 작가로서 과대포장되었다,라고 단정하고 그 이후론 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와 5월이었던가, 가지고 있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있던 그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사건 해결 과정보다 범인의 트릭이 기발나서 매력적이었다고 해야하나.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의 추적과정보다 더 범인의 트릭이 섬세해서, 시마다 소지의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으면서 범작들은 여전히 억지스럽네, 하는 약간의 실망감이 들던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 역시 사건 해결은 억지스럽다. 점성술이나 마신유희같은 지적인 트릭은 볼 수 없으며, 트릭의 기발함이나 섬세함은 한물 간 것 같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우연스러워, 미스터리 소설로선 만점을 줄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나는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를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작품의 결말부분에 형사 요시키가 노인과 마주보며 심문(?)하는 장면에서 미스터리 소설가로서,미스터리 기법을 차용해가면서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작품은 한낫 사건해결이나 트릭이나 같은 장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요시키를 통해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고 밝혀냄으로써, 독자에게 준 커다란 감동과 울림은, 비록 마신유희나 점성술같은 급의 미스터리 소설은 아닐지 몰라도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데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