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모음집 <해가 저문 이후>에 수록된 <진저브래드 걸>에서 여주인공은 아이를 잃고, 아이를 잃은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낮으로 뼈가 앙상해질대로 달리고 또 달렸다. 심지어 그녀는 남편에게 별거를 선언하고 친정아버지가 마련해둔 별장으로 자신의 거주지를 옮기고 나서도 달렸다. 그렇게 달리던 어느 날 자신의 부자이웃의 살인을 목격하고 갇혔다가 가까스로 가해자를 죽이고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단편 읽고 부자 이웃이 왜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 킹이 부자 이웃의 살인동기를 설명하지 않아, 그 단편 읽고 살해동기에 대한 추측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돈이 많다보니 사는 게 심심해 살인은 삶은 자극제가 되었나,,,,아니면 어린 시절 부자인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문제가 있어 공허함을 메꾸다보니 살인을 하게 된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것인가.....뭐 이런.

 

<미소 짓는 사람>을 읽고 나서, 킹의 단편 <진저 브래드 걸>의 연쇄살인범 부자이웃을 떠올린 것은 <미소 짓는 사람>의 니토라는 캐릭터와 부자 이웃의 살해동기가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분명한 살해 동기.  주인공 니토같이 좋은 환경에서 성장해 시덥지 않은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일까? 저자가 니토의 살해동기를 추적해갈수록, 그의 성장과정과 그가 아내와 아이를 죽인 살해동기는 매치되지 않는다. 저자는 니토라는 인물의 환경적인 요소와 외부적인 요소를 추적해서 결론을 도출해내는데는 실패했다. 저자가 들쑤고 다닐수록, 그의 살인은 외적인 것보다 덱스터처럼 본성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말하는 듯 보인다.

 

유전자 결정론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추리적 상상력으로 치부해 버리면 되겠지만,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살인자의 초상, 외부적 요인과 유전자적 결정론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추적해 나갔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텐데, 결말이 이도저도 아닌게 되버렸다(개인적으로). 차라리 유전자결정론 입장에서 쓴 덱스터라는 캐릭터의 살해동기는 설득력 있고 수긍이라도 가지, 니토의 살해동기를 외부적 요소에서 찾으려고 애썼던 저자의 결론이 결국에는 유전자 결정론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자신의 르포르타주라는 추리형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선 이 작가의 능력과 이야기 전개의 재미를 인정하지만, 좀 더 설득력있는 결말을 내거나 킹처럼 부자 이웃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독자가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3-06-0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 추리소설은 예로부터 유전적 결정론을 좋아했죠!
그래야 사이코패스든 소시오패스든... 성립하잖아요.

물론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사람들이 각기 자라는 것을 보면,
기질적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니까요.... ㅠㅠ

기억의집 2013-06-07 17:45   좋아요 0 | URL
아직은 환경론쪽에 무게를 많이 두긴 하는 것 같은데... 지난 번에 표창원씨의 글 읽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연쇄살인범의 경우 진짜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고.... 그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말해보라 하면 부모와의 추억이 하나도 없다고 한데요. 끽해야 짜장면 먹은 기억을 말한다고 하더군요. 자식 낳고 방치하는 인간들 반성해야 해요.

다락방 2013-06-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을 읽어봐야겠네요. 말씀하신 진저 브래드 걸이요.

기억의집 2013-06-07 17: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진저브래드걸이 약간 지루하긴 해요. 그 때 제가 심적으로 좀 힘들었던 시기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 그 단편집 지루하긴 했는데, 사건마다 인상적이긴 해요. 특히나 저 작품은 몸뚱이만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