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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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늙어 간다는 것. [인생내공]

 

 

100세를 맞이하는 시대에 80세의 노장이 충고하는 이야기로 이 책을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을까? 우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처음 저자의 나이나 경력을 살피며 읽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보지 않고 읽었다. 읽는 중간마다 저자가 자신의 나이를 밝히는 부분이 있었다. 아니 80대의 할아버지라니? (할아버지라고 하면 화를 내시겠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노장의 느낌이 아니라 세련된 책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이미 많은 시대를 살아왔던 저자가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이들을 위한 충고하는 이 책을 통해 짧은 시간동안 저자의 충직했던 시간들에 대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100세까지 살다가 죽을지 알수 없는 내일이겠지만, 저자처럼 늙을 때까지 현역으로 있고 싶고 치매 걸리지 않고, 내 발로 걸어 다니고 싶으며 내 손으로 음식을 해 먹고, 멀리 여행을 다니며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런 삶을 살기위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충고해주는 이 책이 다른 여타 30세, 40세를 위한 지침서와 다르지 않지만 80세에도 이런 책을 거뜬히 쓰는 저자를 통해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일본 노장의 한 경영인이 쓴 책을 읽었을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은 꼬장꼬장한 가르침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별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살아봤더니 좋았더라, 이런 선택은 어떻겠니라는 권유가 좋았다. 그러니까 꼰대의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읽은 소설책에서도 삶의 중간에 끼어든 문에 관련된 저자의 주제를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의 내용이 있다.

 

 

 

 

 

 

“터닝 포인트는 새로운 문이다. 당신 인생의 지평을 넓혀 주고 빛내줄 결정적 순간, 그 순간을 포착, 현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P31

 

 

 

많이 친한 지인분이 얼마 전 실직을 하게 되었다. 몇 번의 부도로 위험했던 회사가 결국 도산하게 된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그가 회사가 부도가 나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은 50이 가까운 나이에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는 일이었다. 가장이라서 힘들었던 그였지만 술로 며칠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하지 않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도 없는 나이라,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들렀다가 밤에는 독서실까지 다니며 공부한다는 얘기에 그의 쿨한 선택에 감동까지 받았다.

 

며칠 전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얘기에 가슴이 아팠다. 20대를 모두 게임에만 쏟았더니 할 줄 아는 것이 없더란다. 실패를 통해 경험을 얻을 수 있고, 그 경험이 큰 자신이 될 것인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 그래서 지금 무작정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것이 실패일지라도 자산이 될 것이라 두렵지 않다는 얘기. 간혹 평가를 받게 되는 회사의 일정기간에 무척 예민해 있던 나를 반성했다.

 

책속에는 인생을 살기위한 인생 내공을 쌓는 방법을 많은 예들을 통해 얘기하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큰 공감을 가졌던 것은 나이를 먹어도 나잇값을 하기 힘든 사람들의 얘기였다. 저자는 친절했던 혹은 자신이 배품을 받았던 그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만큼의 은혜를 보답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식들의 결혼식도 친한 사람들은 모두 알면 오니 청첩장을 찍지 말라고 했다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합리적인 생각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 일 년 전 직장을 그만둔 동료에게서 단체로 청첩장을 받았다. 나와 몇몇 동료들은 그녀를 서너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고 차를 마시는 사이 이긴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녀와 사적으로 혹은 메신저에 등록되어 있어도 한 달에 한 번도 얘기 한번 건너지 않는 사람들인데 모두 보낸 것이다. 물론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라서 소식을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녀의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한테까지 뭘? 이라는 반응이었으며 토요일 4시에 예식이 있다는 것에 더욱 난감했다. 주말이면 어디든 놀러 다니는 요즘에 오전이나 점심시간이 아니라 오후 4시라면, 하루 종일 뭘 하기도 참 애매한 시간이 아닌가. 거기다 서울 근접도 아닌 4호선의 마지막 종점 역에 자리한 예식장까지 가려면 최소 2시간을 소비해야 할 결혼식이라서 나 또한 청첩장을 받고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에 조금 불만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결혼식을 참석하겠지만, 문득 저자라면 이 결혼식을 참석했을까 궁금해진다.

 

 

“인생 후반부 축복이라면 지금 있는 행복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긴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라.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하고, 매일이 감사로 넘쳐야 한다. 삼라만상을 그냥 단순한 물질로 보지 말고, 대자연의 예지와 정령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본다면 어찌 감사하는 마음이 안 생기겠는가.” P91

 

 

 

비록, 어제가 우울하고 절망스러웠을지라도 내일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성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하지만, 역시 아직 인생 내공이 부족해서 잘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언제 이만큼 살아 온 것일까,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도 없는 나는 앞으로 정말 괜찮을까 고민스러웠던 작년의 어느 겨울날을 잊게 만들었다. 어쩌면 인생에 필요한 내공은 절대로 후회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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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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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를 가끔 재방송으로 보면서 살면서 듣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일까 생각을 많이 하게됐다.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등등을 떠 올려봤지만 역시 진부한 만들뿐이다. 상처 받으며 하루가 저물었던 어린 시절에는 분명 위로의 말이 필요했겠지만, 지금은 다른 말들을 필요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삶은 늘 위로의 말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간혹 작가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역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소설을 쓴 저자가 드라마 작가이고, 소설속의 주인공도 그렇다. 작가 하명희라는 사람이 어떤 시대를 거쳐 어떻게 드라마 작가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삶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보니 읽는 내내 그녀의 일상의 호기심보다 자신의 얘기가 많아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훨씬 더 많이 들었다.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 공지영을 많이 투영시키며 읽었는데, 그때 소설 속에서 그녀는 그녀 스스로 얼굴이 예쁘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실제로 작가 공지영 얼굴을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작가도 자신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구나. 느끼며 작가의 자아가 굉장히 강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소설 또한 그런 부분이 많다. 실제로 하명희 작가의 키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역시 소설속에 분명 주인공은 외모적으로 꽤 괜찮은 여자다.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역시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사실, 소설이 지루한 부분이 많다. 이렇게도 소설을 쓰는구나 생각이 훨씬 더 많이 들었다고 할까.

 

 

어디서든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사랑을 만나는 것이 누구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살면서 훨씬 많이 든다. 한때 pc통신을 통해 연애도 했었던 지난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인공들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지난날을 생각해 볼것 같다. 운명적 사랑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주인공 여자와 주인공 남자의 두 사람의 엇갈리는 만남이 마지막 장에서 가장 긴 여운을 가져 왔던 것도 pc통신을 통해 얻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책을 읽는 동안 오랜 시절의 수첩을 찾고 싶었다. 이제는 모든 연락처가 다 바뀌었겠지만 존재하지 않는 삐삐 번호로 전화도 해 보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문득, 나는 저자가 이 소설을 어떤 이유로 쓰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왜 썼을까?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복고 바람이 살짝 불었지만, 역시 그 뜨거웠던 몇 달의 향수는 빨리도 사라지는 지금, 오랜 시절 옛사랑을 꺼내본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리게 되어 있어.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 P76

 

 

 

 

혹시, 아직도 지난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나간 사랑에 덫에 걸리지 말고 지금을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마지막 장의 긴 여운을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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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행복론 - 매일 밤 조금씩 성장하는 인생 수업
존 킴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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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은 일종의 성역이다. 한밤은 매우 조용하고 정숙한 시간으로 자신이 외부와 맺었던 모든 관계를 잘라내고 순수한 자신으로 돌알 수 있는 신성한 시간이다. 즉 한밤의 고독, 그 순도 높은 고독의 순간에 만나는 우리 내면의 자유로운 영역을 잊지 말고 넓혀야 한다. 그것이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었던 도전이기도 하다.” P21

 

 

 

[한밤중의 행복론]이라는 책은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한밤중에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더 깊이 들으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끄집어내서 그 깊은 우물 같은 마음속의 나와 마주하며 스스로를 키워나가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감성은 오전보다 오후가 훨씬 심도 있어진다. 힘들게 일을 하고 들어와 앉은 밤이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지다가도 아침이면 파이팅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니 낮에는 주저하고 있는 나의 자아와 만나기가 힘들다. 늦은 밤이 되어야 그림자놀이를 하듯 숨어 있는 나를 만나게 되는걸 보면, 밤은 유독 친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는 유독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프로필을 많이 살핀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 어떤 과정을 거치며 이런 책을 냈을까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편견이 있어서 이었는지 [한밤중의 행복론]을 얘기하는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서 책을 읽는 동안 <공감>이라는 부분에 맞닿기가 힘들었다.

 

열아홉 살에 스스로 선택해서 일본으로 건너가 학교를 다녔다는 저자의 신념 있는 선택, 그리고 유럽과 미국을 옮겨 다니며 살았던 화려한 그의 라이프 스타일속에 어떤 고민과 상념이 자리 잡았을까 궁금하지 않았다. 어떤 환경에 있건 자신만의 고민은 분명 자리하고 있다. 아흔 아홉 개를 가진 부자가 백 개를 채우기 위한 고민과 갈망이 있었을 것이고 한 개를 가직 가난한 자의 것을 약탈하며 백 개를 채우고 나서도 뭔가 허전했을 것이고 다시 천개를 가지기 위해 고민했을 것이다. 작위적인 예일 수 있다. 그러니까 누군들 고민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뭔가 처절하게 살았을 어떤 이가 들려주는 행복론은 반성하게 된다. 나의 상황과는 비교도 안 될 고통 속에도 이렇게 행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지금까지 나의 삶은 뭘까 고민하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반성은 얻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저자의 얇은 책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고독에 대한 마음가짐이었다. 외로워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고독과의 조우 속에서 구멍 뚫린 나를 발견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안쓰러운 나를 다독일 시간을 마련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여러 명이 아닌 혼자의 여행을 계획한다. 오래전에 보름동안 혼자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나를 생각했던 시간이었고, 외로웠고 힘들었고 눈물을 많이 흘렸었다. 그 후 나는 나에게 많은 여유를 줬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기대했던 기대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고 때로는 천불이 일어나는 마음속에 스스로 시린 바람을 불어 넣어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을 마련하라는 이 책의 권유가 마음에 든다.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하지만 말 한마디, 문장 한마디에 쉽게 이뤄진다면 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고 이기적일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한밤중에 가장 감성적으로 반성 할 수 있는 시간에 나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행복하게 살기위해 세 가지를 명심하라는 부분에 줄을 그었다.

첫째, 비교하지 않는다.

둘째, 경쟁하지 않는다.

셋째, 오늘을 산다.

 

 

 

마지막 문장은 영화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가끔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권할 때 내일이 없을 수도 있으니 오늘 즐기자는 얘기를 간혹 한다. 오늘이 있어야 내일을 살 수 있으니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도 즐겁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오늘을 위한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는데 서투르다 해도 인색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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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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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오늘은 위한 목적어는 무엇입니까?

 

 

 

정철이라는 이름은 사실 어학원으로 많이 알고 있어서, 그의 [내 머리 사용법]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무식하게 그 어학원의 유명한 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책 한권을 미리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이 반가웠다. 카피라이터가 쓰는 책이 이렇게 맛깔스러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말장난처럼 느껴지는 한 문장이 시 구절처럼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가끔 불쑥 내민 혀처럼 그가 던진 한 문장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인생의 목적어]는 설문을 통해 인생의 목적어를 말해 달라고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단어 중에 1위는 가족이란다. 마음이 많이 복잡한 단어다. 2위는 사랑, 3위는 나,4위가 엄마. 5위가 꿈이란다. 1위부터 5위까지 순위에 든 단어들을 살펴보니 만약 나에게 이 질문이 던져진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생각해 봤을 때 상위권에 있을 대답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소중하고, 나를 포함한 가족은 늘 소중했고 그중에 엄마는 가장 아끼고 싶은 것은 엄마였다.

 

 

 

새해가 되면서 앞으로 일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하지만 늘 한 달이 하루같이 일 년을 보내고 나니, 정작 계획했던 것은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 없이 흘러갔던 것 같다. 그전에 뭔가 꿈이 있었고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던 20대 초반에는 하루가 전쟁같이 흘러서 계획해 놓은 것을 이루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많았었다. 그 시절의 나의 인생의 목적어는 [꿈]밖에 없었다.

 

 

 

“조급함이다. 사방에서 꿈을 가져라, 꿈을 가져야 한다, 압박을 하니 뭐든 빨리 잡고 보자는 강박이 작용한 것이다. 손에 꿈을 들고 있지 않으면 손바닥에 매 맞을 것 같은 불안이 작용한 것이다.” P38

 

 

20대 초반의 내 인생의 목적어는 어쩌면 이런 심리로 인해 늘 각박한 사막의 모래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전쟁 같은 20대의 처절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한다. 이제는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고, 단념하고 돌아서야 내일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인생의 목적어, 나를 움직이는 단어 중 나는 어떤 단어가 내 인생을 살게 할까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가장 크게 울리는 단어는 [여행]이다.

시인 천상벽은 우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소풍 살다가 간다고 했다. 그것도 여행을 일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혼자 멀리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나는 여행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여행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고 새로운 것을 만나 즐거운 것보다 같이 있었던 것을 그리워하며 그것을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서 보름이 넘게 혼자 지내다 왔을때, 나는 내가 오랫동안 잠들고 책을 읽고 글을 썼던 나의 집의 소중함을 느꼈다. 혼자 여행을 하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지만 말 한마디에 토라졌던 오래된 나의 친구들이 그리웠고,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길을 걷다 울컥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사를 하게 되면 짐을 싸다가 놀라게 된다. 뭐든 꽉꽉 들어차 있던 물건들이 하나 둘 씩 나오고 나면, 뭐든 넘쳐나 있다. 책도 너무 많고, 옷도 너무 많고 살림살이도 너무 많았다. 짐을 모두 빼고 나서야 초라한 텅 빈 방을 보게 된다. 마음도 그렇다. 마음의 물건들을 내려놓고 나서야 구멍 뚫린 나의 마음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여행은 이런 마음의 빈 공간들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좋고, 그 의미가 매우 향기롭다.

 

 

새해가 되었으니 앞으로 나에게 가장 크게 힘이 되어줄 목적어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바쁜 일상으로 분명 그 목적어를 잊은 채 살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가슴 어디엔가 박아 놓고, 물건을 뺏다 넣는 순간 깜짝 놀라며 나타날지 모른다. 때론 삶은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처럼 갑작스러울 수 있으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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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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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를 읽었을 때는 김형경이라는 작가를 알아 즐거웠었다. 하지만 [세월]를 통해 그녀의 소설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잊고 있다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나왔을 때 겁이 났던 마음을 다 잡고 읽었다가 앞으로 그녀의 소설을 읽는 날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었다.

 

 

[은비령]의 작가 순원은 자신의 고향에 내려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자신의 얘기를 풀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작가는 어쩔 수 없이 내가 겪어온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도, 나는 그녀의 몇몇 소설을 통해 수동적인 사랑으로 인한 그녀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누군가의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 사랑의 불편한 감정을 인정해 주고 싶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녀의 이름이 붙는 소설이나 에세이도 읽기 힘들었던 몇 년을 지나 [남자를 위하여]라는 책읽게 되었다. 조금 놀랐다. 그녀에게서 남자란, 그녀의 젊은 날을 아프게 했던 존재가 아니었던가. , 물론 이것은 내가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부분이긴 하다. 책을 읽기 전에 그녀의 전작 소설들의 힘들었던 경험을 지우는 것이 먼저였는데, 막상 읽고 나니 [남자를 위하여]를 통해 나는 작가 김형경이라는 사람을 다시 얻었다.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제는 그녀가 자신의 아픈 과거로만 열거된 소설은 더 이상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세상이 변하듯 나약하기만 해 보였던 그녀도 단단한 돌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김형경이 쓴 [남자를 위하여]는 그녀의 소개처럼 네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남자의 관계 맺기, 남자의 열정 사용법, 남자의 위험한 감정, 남자의 삶과 변화란 구성으로 그간 그녀가 읽어온 많은 독서의 배경 지식이 담아져 있다. 오디세이부터 신간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 속의 남자들의 모습까지 예로 들고 있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여자가 모르는 남자의 얘기, 남자가 모르는 여자의 얘기를 다룬 책들은 그 동안 많이 나왔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도 남자와 여자가 미처 몰랐던, 혹은 오해하고 있었던 얘기들을 다루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가 쓴 [그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도 서로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을 재미있게 풀어 내고 있다. 우리 나라 책에서도 많겠지만 내가 읽은 김태훈의 책 [내일도 나를 사랑할건가요?]에서도 여자들이 몰랐던 남자들의 얘기가 나온다. 특히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한 오해의 예들은 너무 적절하고 놀라웠다.한국적 정서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지구상의 남자들은 모두 다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도 들었다.  특히 편하게 밥만 먹고 만나는 여자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와는 손만 잡고 절대 잘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를 위하여]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나온다. 시골로 내려온 어느 화가가 도움을 받았던 이장이 어느 날은 술에 취해 밤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있었다는 얘기를 통해 여자와 남자의 친절에도 다른 속뜻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생각하는 친절은 그냥 친절로 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자의 친절에는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꼭 남자, 여자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자의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이 책이 남자를 이해하기 위한 김형경의 얘기보다 나는 다른 부분에서 그녀에게 애정이 느껴졌다.

 

 

 

삼십대 내내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 태도를 취할 수 없어 불편을 겪었다. 상냥하고 온순하고 순종적이고 등등의 모습을 갖출 수 없었다. 차선택으로 내가 선택한 생존법은 가만히 있기였다. 문단 행사나 뒤풀이 자리에 가면 입에 지퍼를 닫고 구석 자리에 찌그러져 있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느끼고 있었지만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P78

 

 

그녀가 선택한 차선책, 가만히 있기를 지키기 위해 정말 가만히 앉아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안면근육을 찌그러트리며 웃으며 앉아 있다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자리에 한번쯤 앉아 봤다면 그 가만히 있기가 형벌 수준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자리를 버티며 그녀가 문단에서 가장 재미없는 여자 베스트 3위에 들었다니, 얼마나 많은 자리에 그러고 앉아 있었을까.

 

 

얼마 전, 단체 회식에 결혼하지 못한 혹은 안 한, 혼기 꽉 찬 대리를 시집을 보내자며 담당 팀장과 상무가 옆에 나란히 앉아 난리를 비웠다. 나와 같은 여자들은 그녀에게 결혼을 권하지 않는다. 결혼이 좋은 점도 있지만 결혼을 해보니 혼자인 그녀가 부러울 때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달랐다. 짝짓기를 하듯 꼭 누군가 옆에 붙어 있기를 바라는 남자들의 열띤 토론을 보니, 내가 김형경이 된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기를 하고 있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면 참 즐거운 세상인데 아직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다 알고 나면 이제 세상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이제, 작가 김형경의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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