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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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낸다는 것_ 수신_자신을 직시하여 한계를 깨우는 힘.

얼마 전 동료가 책을 읽으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왠지 책을 많이 읽으면 성품이 좋고 인성이 좋을 것 같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실 경험이 훨씬 많아 그 속에서 모난 마음을 갈고 닦은 사람과는 천지차이다. 책을 좀 많이 읽어서 남에 대한 배려와 인격을 갖췄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전혀 그런 사람들보다 책과 거리가 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훨씬 깊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걸 보면 지금 책을 읽는 것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것이 인격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뭔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물론 다른 방법들로 삶을 행복하게 하기위해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했었지만 책을 통한 자아 성찰을 제일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사건에 닥치면 본연의 인성을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여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 성찰과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책을 통한 얻는 것은 역시 한계가 있는것 같다.

 

 

“차분한 인성과 마음은 길러지는 것이다.”

나를 갈고 닦는 수신의 길을 일러주는 [나를 지켜낸다는 것]을 통해 책이 주는 성찰이 어디까지 일까 궁금하기 그지없다. 책을 통한 인격 수양은 어쩌면 지극한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 읽고 나면 어려운 말로 점철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저자가 마음을 다스리고 인격을 수양하며 나를 다스리기 위한 총 9가지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1. 수정 :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

2. 존양 : 마음을 살펴 하늘의 뜻을 찾는 힘.

3. 자성 : 패러다임을 깨고 한계를 허무는 힘.

4. 정성 : 고난의 압박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

5. 치심 : 양심을 지켜 자유를 누리는 힘.

6. 신독 :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힘.

7. 주경 : 나라는 생명을 사랑하는 힘.

8. 근언 : 언행을 삼가 군자에 이르는 힘.

9. 치성 :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을 완성하는 힘.

 

 

총 9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중국인이다 보니 많은 중국 고전의 예문이 들어가 있다. 채근담, 역경, 중용, 논어, 맹자등 성숙한 자아를 만드는 힘을 위해 많은 고전들의 예문들이 때로는 긴 설명보다 가슴 치는 구절들이 많았지만, 역시 대부분의 설명들은 때론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의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생의 길 위에서 온종일 자아의 특별함에 도취되어 있다면 자연히 진정한 자아 반성은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심리의 지배를 받게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진정으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P76

 

 

어쩌면 나 또한 나 자신에 도취되어 스스로의 반성은 없었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은 나에게는 관대하지만 남의 실수와 잘못에는 그러지 않고 인색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보면 더 많이 느끼는데, 상대방의 작은 실수 하나로 자신의 실수는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려는 사람들의 언행에 뒷목 잡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부분을 본다면 자신의 거울에 비췬 나의 모습만 보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를 지켜낸다는 것은 나의 한계를 알아가는 것이고 그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수 있겠다. 저자의 말은 잘 알겠는데, 이게 어떻게 실천이 될지 고민스럽기는 하다. 나 스스로도 극한의 정점에 오른 감정을 눌러 내리는 시간이 오면 좀처럼 눌러지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자의 여러 지침 중에 하나인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하겠는데, 참 쉽지 않은 실천이다. 그것보다 자신을 수양, 수신을 하는 일중에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둘레에서 벗어나 나를 살펴보는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나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 하는지, 그것을 통해 남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나를 거울 속에 비춰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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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30년 직장 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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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직장 생활 고수가, 엄마였어. _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수다스럽게 웃으면 얘기하는 그녀를 본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 기자가 아닌 작가도 아닌 그저 한 딸의 엄마인 그녀의 마음속을 함께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한 기분이 든다. 늦은 퇴근으로 집에 떡 실신으로 들어와 침대 모서리에서부터 쓸어져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열어 보지도 않았던 가방을 다시 끌며 출근하는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전해지는 응원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그녀는 세상 앞으로 나가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했었다. 이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도 공지영의 책과 다르지 않다. 이미 세상을 먼저 살아온 엄마가 딸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해주는 것, 그것이 자유직인 작가의 엄마가 아니라 상하 수직 관계에 30년 동안 갈고 닦아 온 엄마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엄마가 전해주는 노하우라기보다 앞서 살아온 삶의 지혜를 나눠주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 그녀가 자신의 딸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에게 여왕이 아니라 여신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고, 진정한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이 간절한 마음이 책속에 잘 녹아 있다.

그녀는 딸이 블로그에서 자신을 이웃으로 받아주지 않고 거절해서 상처 받는 엄마였지만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통해 직장 내에서 꼭 지녀야 할 덕목들, 친구 관계, 부당한 업무를 계속 내리는 직장 상사를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 거절의 중요성,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다. 또한 불평만 하는 일은 미래를 위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직장 상사의 잔소리를 대처하는 법도 알려준다. 그녀의 친절한 가르침 속에 직장 상사는 칭찬에 목말라 있다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아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나는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부끄러운 얘기를 잘 못한다. 재미있는 얘기는 잘하지만 부끄러운 얘기는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 부끄러운 얘기는 “부장님, 오늘 타이 색깔 너무 멋져요!”, “김대리 오늘 화장 너무 예쁘다.” “누구씨 어제 타준 커피 진짜 맛있더라. 등등 이런 빈말처럼 들리는 얘기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뭔가 이런 얘기를 하면 내가 아부하는 것처럼 들리고, 남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같아 하지 않는 편이다. 사석에서 만나면 엄청 시끄러운 사람이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입을 닫고 있는 참 과묵한 사람인데 그녀의 말들을 듣고 나니, 이런 빈말이 그렇게 아부와는 다르게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쩜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동료가 바른 립스틱 색이 예쁘기에, 정말로 예뻐서 어디 것이냐고 예쁘다, 얼굴이 하얀 사람이라서 더 잘 받는다는 말을 한마디 했더니 그녀가 브랜드를 보여주며 발색이 좋다고 설명을 해줬다. 손등에 테스터도 해보라고 해서 살짝 당황했었는데 몇 달 후 내가 예쁘다고 했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자기 것을 하나 사면서 내 것도 사왔다고 전해주었다. 물론 그녀가 남들에게 좀 친절한 사람이고 선물을 잘 해주는 사람이긴 하다. 그래도 나의 칭찬 아닌 말을 허투로 듣지 않고 좋아했던 그녀가 나를 챙겨준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니, 앞으로 상사에게도 칭찬을 해줘야 할까.

“ ‘상사들은 스테이크’란 말도 있다. 겉은 센 불에 구워져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연약하다는 거다. 겉모습은 무뚝뚝하고 견고해 보이지만 정작 속은 연약해서 살짝만 건드려주면, 특히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해주는 칭찬을 해주면 아이스크림 마냥 녹아내린다. 그러니 어른들에게 화낼 일은 잠시 혀 깨물고 참아도 찬사를 건지고 싶은 충동은 절대 참지 말아야 한다.”P86

 

 

 

속이 느글거리고 손발이 다 없어질 것같이 오그라들어도 너무 자주 천박하게 하지 않는 정도에서는 충분한 칭찬을 해주라는 그녀의 말에, 아...내가 그동안 뭔가 풀리지 않았던 것은 이런 면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분명 내 삶의 기름칠정도는 해주지 않았을까.

그녀의 큰 가르침 속에 일부러 인맥을 만들지 말라는 말과 비난을 충고로 날 잘못을 지적하는 친구와 결별하라는 얘기에 밑줄을 몇 개 그었다. 간혹 회사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면 그 속에서 나의 잘못만 지적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늘 그 친구를 만나면 나의 잘못된 부분만 듣고 와서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 생각하게 될 때가 많았는데 결국 그녀와 결별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녀를 만나지 않으니 나는 지적과 질타를 하는 사람이 없어졌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만 남게 되었다. “당신의 잘못만 깨우는 사람들과는 결별하라”는 <<내성적인 당신의 강점에 주목하라>>라는 책에서도 말했다고 하듯, 잘못만 얘기하는 친구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응원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마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다면 나는 나의 잘못만 지적하는 그녀와 좀 더 일찍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P 224

법정스님의 말처럼, 하루하루 나이 먹는 것에 한숨 쉬지 말고, 녹슬지 않게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하게 내일도 출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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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1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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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윈터스 테일 _ 겨울은 또 다른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간혹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많다. 책을 읽다가 작가의 방대한 정보력에 놀라기도 하고 정보력과 자료 수집력은 잘 모르겠지만 상상력으로 펼치는 시사적 구조에 놀라기도 하는 작품을 만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능력이 한없이 부러워질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윈터스 테일]은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갱단부터 시작해 신문사, 기계 장비, 대 저택의 구조나 상위 사람들의 모습까지 매우 사실적인 묘사에 깜짝 놀랄만한 문장도 있었다. 간혹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아주 세세한 묘사에 숨이 턱 막혔는데 이 소설은 그런 묘사들이 많았다. 간혹 외국 작품들을 묘사보다는 서사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읽다보니, 소설이 주는 묘미를 잃을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놓칠 수 없는 묘사로 한 문장을 허투루 읽으면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피터 레이크를 통해, 작가의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려 한참을 읽다보면 이건 또 피터 레이크라는 인물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서 간혹 인물 구도를 종이에 적어 가면서 읽었던 부분도 있다.

 

 

윈터스 테일이라는 책이 1, 2권으로 나눠졌지만 합치면 약 천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보니 한정된 주인공들을 가지고 쓰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 소설이라 얽혀 있는 주인공들의 인물의 묘사와 구성의 부분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러시아 문학에서는 주인공들 이름 외우기도 참 힘들었는데 아주 쉽게 외울 수 있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올 때는 반갑기도 했다.

[윈터스 테일]이 분명 199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전의 시대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피터 레이크의 모습 때문일 수 있다. 습지에 길러져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여자도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물론 기억 상실증에 걸렸지만) 참 무지하고 순진하고 순수한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현대적이라는 생각보다 고전에 가까운 60년대 이전의 배경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들었다.

 

 

방대한 소설에 로맨스가 빠지면 섭섭한 부분인데 역시나 처음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묘사로 시작한다 했더니만, 로맨스도 작가의 표현력이 좋다. 무엇보다 시처럼 쓰인 부분들의 내용에는 한참동안 이 부분에서 둘이 뭘 했다는 거야? 라는 생각에 이런 것은 좀 사실적으로 써주길 원했지만, 사랑은 판타지의 시작이라고 참, 판타지적으로 끝을 맺는 부분이 많다. [별에서 온 그대]만큼 피터 레이크의 마지막 엔딩은 허무했지만 아름다웠다. 호수에서 건져진 그래서 성이 레이크인 그의 처음도 슬프고 아름다웠지만, 마지막 엔딩 또한 그를 구한 백마와 함께 슬프고 아름답고 기막힌 묘사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작가적 마인드로 묘사된 부분은 이 부분이 대체 뭘 얘기하는지,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인문 사회를 읽는 건지 혼동되는 부분도 있더라. 이런 부분을 보면 작가가 친절한 작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방대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친절하면 뭐하겠는가. 잘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산>과 <고스트>의 두 신문사의 이야기속보다 역시 나는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의 사랑에 훨씬 많은 심박수를 뛰며 좋아했고 버지니아의 당돌한 모습이 좋았고 막대한 재산을 받았지만 휴지 조각이 된 수표를 버리지 않고 은행에 넣어두는 하디스티의 모습에 감동 받았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어. 도시는 엔진과도 같아.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엔진.” P152

 

 

 

제목이 [윈터스 테일]이니까 겨울을 그리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도시에 눈이 내리고, 그 속에 희미하게 걸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에 그것이 누구일까 생각하게 되는 책 표지는 쓸쓸한 도시의 한 뒷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 도시 속에서 쓸쓸한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도 보이고, 죽음을 맞이한 피터 레이크도 보이기도 한다. 언제까지 내릴 지 알 수 없는 눈은 모든 것을 감춰 버리지만 봄이 오면 분명 선명한 도시의 모습을 대시 내 놓을 것이다. 봄이 오기전까지만, 잘 버티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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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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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었던 성석제의 에세이가 생각이 났다. 기형도의 학교 동창이자 친구인 그는 가끔 기형도의 집에 찾아가 놀기도 하고 당연히 문학 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의 많은 책들을 보면서 가끔 한권씩 슬쩍 하고 싶지만, 귀신같이 그의 책 흔적을 찾아내는 기형도 때문에 한 번도 책을 가져 온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어느 삼류 영화관에서 잠을 자듯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그의 텅 빈 방에 놓인 수많은 책들이 있는 책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는 그 페이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뚝뚝 흘려졌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먹먹함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가까운 누군가를 보낸 사람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을 잘 알 수 있다.

 

 

중학교 때 참 조숙했던 친구 녀석이 좋아한 사람이라며 두 개의 공 테이프에 녹음해온 노래를 처음 듣고 나는 김광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통해 나는 복잡하게 마음이 요동치는 사춘기를 앓게 되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나는 김광석 하면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되고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그와 그녀를 떠올린다. 어쩌면 친구가 김광석의 노래를 녹음해 오지 않았다면 나는 어딘가에 있을 다른 집으로 빨리 돌아간 노래 잘하는 김광석이라는 사람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좋아했던 친구 때문에 나는 그가, 참 특별하게 생각된다.  

 

 

단 한 번도 그의 공연을 본적이 없고 실물로 만나 본적도 없는 그이지만, 그의 노래에 한동안 빠졌던 사람이라면 옆집 오빠처럼 너무도 익숙한 그의 목소리에 그의 부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불치병도 아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느 가수처럼 교통사고도 아닌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는 것이 더 가슴 아팠다.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불렀던 그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삶을 정리했을까.

그의 장례식장에 들어선 노영심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다시는 그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믿을 수 없고 너무 슬프다는 그 얘기에 한 번도 만나 본적이 없는 사람의 죽음 때문에 텔레비전 속 그의 환한 영정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어느 계절의 끝을 기억하고 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책속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김광석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그가 짧게 써내려간 일기, 아직 멜로디가 붙여지지 않는 노랫말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참 오랫동안 읽고 또 읽어봤다. 소설처럼 페이지를 다 채웠다면 한권의 분량이 되지 않을 책이지만, 내용은 수십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처럼 아주 긴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기형도를 떠올리면, 문득 김광석이 생각이 났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도 기형도를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을 떠 올렸다.  

 

 

 

 

“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다는 것이니까. 다른 이들보다 좀 나은 것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물아홉 살, 어느 삼류 극장에 앉아 조용히 굼을 거둔, 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눈빛은 어떠했을까. 01.10” P40 

 

 

 

기형도의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둘로 삶이 끝이 난 김광석은 영원히 젊은 오빠들로 남아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김광석이었는데 어느덧 나는 그가 삶을 멈춘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영원히 젊은 나이로 있을 그는 어느 콘서트에서 환갑 때 뭘 하고 쉽냐고 동료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환갑 때 연애를 하고 싶다고.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궁금해 하지 않기로 하자. 이렇게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썼던 노트들이 많은데 왜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등졌는지 궁금해 하지도 말자.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는 서른을 지나 마흔이 되기도 전에, 환갑도 맞이하지 못한 그가 분명 어디쯤에서 그가 원하는 연애를 실컷 하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혼자 읽으면서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나 혼자 알고 싶다. 마치 그의 비밀을 혼자만 알고 숨겨줘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 잊히지 않는 누군가를 내내 기억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책이다. 오랜만에 먼지 쌓인 그의 CD들을 꺼내본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참, 한결같다.

 

 

 

 

“하루 종일 누군가를 그리워했습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를 그리워하며

내 속의 일부가 되어 있었던 그가 그리워

미치도록 보고팠던 겁니다.

구부러진 환기통 사이로, 내 피워 문 담배 연기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그도 사라졌습니다.

흔적 없이

내 잘못이 아니라 우기고 싶겠지만

내 잘못입니다.

그를 보고 싶습니다. _03. 19 ” P53 

 

 

 

마치 미래로 갔다가 왔는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것 같은 그의 일기장의 글에 마음을 훌쩍여 본다. 오랜만에 틀어 놓은 그의 앨범 속 노래는 다 끝나 가는데 새로운 노래를 불러줄 그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한 번도 본적 없는 그를 이렇게 그리워하다니.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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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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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삶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보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  

 

 

요즘 들어 유독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가끔 나도 모르는 눈물이 떨어지곤 한다. 정말로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울어봤다. 책의 내용이 슬퍼서가 아니다. 세상을 떠난 그들이 아쉬운 것들도 있지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스스로 한숨이 절로 나와서도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나 있는 이 마지막을 너무 빨리 마주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최인호라는 분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책을 읽었던 것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언젠가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이별과 함께 집에 있는 책을 모아 다시 읽어 보고 싶었던 책들을 정리했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책을 다시 만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 책은 작가의 유고집이라기보다 작가가 마지막에 남긴 작은 기록, 혹은 그가 마지막을 찾았던 종교의 어떤 분을 위한 고백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가가 침샘에 있던 암이 폐로 전이 되면서 7번의 항암 주사와 3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했던 작가 최인호의 유고집 [눈물]은 다 읽고 나서 나에게 있는 믿음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종교가 없는 나는 누군가를 간절하게 그리워 한 적이 없다. 어떤 종교를 통해 나를 구원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이 책이 많이 불편하다. 작가의 종교가 불교였다가 어느 날 세례를 받으며 천주교인으로 변하고 그가 마지막까지 종교를 통해 마음을 위안 받는 것은 알겠지만, 원치 낳는 신앙서적을 읽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종교에 자유롭지만,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 더욱 이 책이 감동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훨씬 많았다. 아마 작가와 같은 종교인이 이 책을 읽었다면, 작가가 밤마다 쓰는 일기의 구절들이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그냥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쓰는 종교 일기라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작가로서의 하루들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다. 그는 어느 일기에 이런 구절을 써 넣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 가. 로. 죽. 고. 싶. 습. 니. 다.” P33 

 

 

 

침샘암이라는 흔하지 않는 병을 통해, 그는 더욱더 말라갔고,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 당시에도 그는 암 환자가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로 등단을 하며 천재 작가로 시작을 하고 수많은 소설을 쓰고, 또한 그의 소설이 영화가 되며, 시나리오를 쓰기위해 몇 달씩 여관에서 칩거 생활을 하고 나오는 작가. 암을 극복하며 마지막 소설도 멋지게 써내는 그런 작가로 남고 싶은 그의 간절한 저 문장에 나는 그의 종교 얘기보다 그의 나약한 한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다 알면서 가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암이라는 질병을 통해 서서히 쇠약해 가는 자신을 알아가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찾게 되는 나약한 인간이 원하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통해 찾은 무언가가 이토록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 불편하게 읽은 이 책이 나중에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날 작가가 일기를 쓰다가 눈물을 흘려 놓은 그 페이지에 스스로도 마음이 먹먹해 졌다는 그 페이지를 나도 본다면, 같이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때로는 거지같은 하루라고 욕했던 그날마저도 없어지는 날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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